[예스24 만화 MD 신은지 추천] 인디밴드 말고 인디만화
『악몽 수집가』 『이세린 가이드』 『침대에서 의자까지』
짧지만 단단한 작가의 세계관이 돋보이는 작품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만화 3권을 소개합니다. (2021.04.08)
한때 만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천 원짜리 무지노트를 사서 칸을 나눠 만화를 그리면, 그게 단행본이 되어서 전교생이 돌려봅니다. 작가님 신작은 언제 나오냐는 소리도 종종 들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있었던 웃긴 일, 강당에서 귀신 나온다는 소문, 역사 시간에 시대 순서 쉽게 외우는 법 등등. 대단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었답니다.(호호) 그런 ‘갬성’을 가진 요즘 만화가 독립서점에서 판매하는 ‘인디만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짧지만 단단한 작가의 세계관이 돋보이는 작품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만화 3권을 소개합니다.
엄주 글그림 | 아침달
사람들의 꿈에 살며시 다가가 악몽을 훔치고 수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고 야밤에 창문 사이를 펄쩍펄쩍 뛰어다닙니다. 이 괴이한 자가 바로 ‘악몽 수집가’. 장르 만화에 뇌가 절여진 본 MD는 주인공이 몽마(夢魔)인 빌런물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악몽 수집가는 악몽을 꾸는 사람들의 꿈을 기록해서 그들을 괴롭히는 현실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작품의 시점이 계속 변화하면서 몽중몽의 형태로 전개됩니다. 어떤 악몽은 내가 견디기 힘들었던현실이었지만, 그것은 또 누군가의 악몽이기도 했습니다. 악몽을 기록하고 되새기고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악몽 수집가’는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긍정할 수 있게 됩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고 좋은 꿈을 꾸셨으면 좋겠어요!
김정연 글그림 | 코난북스
데뷔작 『혼자를 기르는 법』으로 수많은 주목을 받은 김정연 작가의 신작입니다. 제목만 보고 흔한 먹방 만화라고 생각했다면 경기도 오산입니다. 음식 모형을 만드는 프리랜서 직장인의 이야기거든요. 이 책의 주목 포인트는 이렇습니다. 이런 흔하지 않은 달걀형 그림체에, 이런 여성 자영업자의 서사에, 이런 처음 보는 장르의 직업물이라니. 안 볼 이유가 없습니다.
대대손손 가짜를 만드는 집안의 모형 제작자인 주인공처럼, 이 책도 반전에 반전을 선사합니다. 맛집만화는 아닌데 책이 맛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롤, 와플, 비빔밥, 곶감, 굴비, 미역국, 모둠 튀김, 인절미 빙수, 불고기 도시락, 전골 등등 모형 음식을 만들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소소한 일상에 작가 특유의 위트를 담았습니다. 전작을 읽으셨다면 이 책도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주쓰 글그림 | 유어마나
내 폰케이스 일러스트 작가님의 그림을 기증서가에서 봤을 때의 감정을 100자 내외로 서술하시오. 본업은 일러스트레이터와 굿즈상점 사장님이신 것 같은데 만화도 그리십니다. 유어마나의 <11인이 있다> 시리즈는 젊은 감각의 만화 작가님 11분의 쪽만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종이봉투에 만화가 들어있고요. 윗부분을 칼로 잘라 열어야 합니다. (개봉 시 환불 불가) 책은 아코디언 북 형식으로 접지돼 있습니다.
그중 다섯 번째 만화 『침대에서 의자까지』는 말 그대로 침대에서 의자까지 가는 여정을 그렸습니다. 프리랜서 혹은 재택근무 중인 직장인이라면 제목만 봐도 무슨 말뜻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귀여운 외모에 그렇지 않은 성깔을 가진 주인공. 방에 널브러진 감자 군단과 선풍기 괴물의 공격을 물리치고 과연 무사히 의자로 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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