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간판을 모으는 일
온 방향으로 걷기 2화
하루에도 수십 개, 아니 수백 개의 간판을 만난다. 그 사이에서 시간이 느껴지는 간판, 사장님 센스가 보통이 아님에 감탄하게 되는 간판을 모은다. (2021.02.24)
평범한 오늘을 좀 더 특별하게 기억하는 방법! 문구 디자이너 이진슬 작가가 낯선 도시에서 순간의 조각들을 발견하고 깊게 즐기는 기술을 보여줍니다. 따뜻한 일러스트와 에세이의 만남! 매주 수요일 만나보세요. |
하루에도 수십 개, 아니 수백 개의 간판을 만난다. 그 사이에서 시간이 느껴지는 간판, 사장님 센스가 보통이 아님에 감탄하게 되는 간판을 모은다. 눈에 띄는 간판이 있으면 잠깐 멈춰 서서 사진첩에 꾹꾹 눌러 담는다.
누군가의 손을 거친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정성이 묻어난다. 손으로 삐뚤빼뚤 정성껏 오리고 붙였을 창문 위의 글자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 것 같은 폰트로 반듯하게 제작된 간판. 그런 것들은 다시는 만나지 못할까 봐 소중하게 열심히 찍는다.
간혹 지금은 쓰이지 않는 단어로 적혀 있는 간판들도 있다. 이를테면, ‘지물포’ ‘전파사’. 이렇게 언급하면서도 정확한 의미를 잘 모르는, 낯선 단어들로 이루어진 간판도 신기하게 쳐다본다. 나는 글자를 그림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래서 활자의 뜻, 표현뿐만 아니라 모양, 형태에 더 눈이 가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골목 곳곳에 그려진 글자들이 도시를 만든다. 나는 오늘도 이 도시의 모습을 수집한다.
-간판을 눈여겨본다.
-큰길보다는 골목골목을 누빈다.
-한 정거장쯤은 잘 걷는다.
-눈길이 가는 포인트를 발견한다.
-색감이 마음에 드는 것들을 모은다.
-귀여운 생명체를 눈에 담는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자주 쳐다본다.
-사람들의 손에 들린 물건을 관찰한다.
-뇌리에 박히면 사진을 찍는다.
-그 순간에 머문다.
*이진슬 (문구 디자이너) 마음이 서툴고, 말도 서툴러서 어쩌면 다양한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는 걸지도 모른다. 글을 그리면 그림이 되고 그림을 그리면 내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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