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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로북스, 달려] 요즘 핫한 서점이 되기까지

<월간 채널예스>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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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에도 그동안의 노하우를 담았다. 책장에 꽂힌 책보다는 매대에 있는 책들이 훨씬 판매가 잘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책 종수는 줄이더라도 모든 책이 전면에 보이도록 배치를 했다.(2020. 08. 04)


얼마전부터 서울숲 근처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틈틈이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의 후기를 확인하는데, ‘요즘 가장 핫한 서점’이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요즘 가장 핫한 서점’이라는 말이 괜히 민망하기도 하면서, 내심 기분 좋은 마음도 감출 수가 없다. 7년이라는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랄까? 

최근까지 서점 주인은 늘 사람을 기다리다가 지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온종일 사람으로 가득 찬 서점을 보면서 예전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일주일에 주문이 1~2건 정도 들어오던 때였는데도 주문을 받으면 너무 신나서 정성껏 책을 포장하고, 고객에게 편지를 쓰고, 왕복 1.5㎞도 넘는 거리를 콧노래를 부르며, 설레는 마음으로 우체국으로 가 택배 발송을 하던 그때가. 그때 회원들에게 쓰기 시작했던 손편지는 7년이 다 된 지금 오키로북스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가끔 팝업스토어에 오시는 손님이 내게 받았던 예전 편지를 가져오시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좀 이상하다. 

우리를 이제 처음 안 사람들은 지금의 모습만 보겠지만, 사실 우리는 7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하루에 손님이 단 한 명도 오지 않는 날이 많았고, 사람이 와도 책을 팔지 못했던 날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계속 다양한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여기로 오게 할까?’ ‘어떻게 하면 온 사람들이 책을 사게 할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우리를 더 친근하게 느낄까?’ 같은 고민을.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삶에서 계속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는데, 자영업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 문제들을 모른 척 한다거나, 대충 무마하려고 들면 딱 거기까지지만, 우리는 계속되는 그 문제들을 해결해 가려고 노력하면서 성장해 왔다. 

지금 열고 있는 팝업스토어는 그간 그런 문제를 해결해가며 축적한 노하우들을 이용한 결과물이자, 새로운 실험의 장으로 생각하고 만들었다. ‘책은 축제예요’라는 에디시옹 장물랭 이하규 대표의 말처럼 나 역시 책은 늘 축제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많은 서점이 조금은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이라, 우리는 그 반대의 느낌을 꼭 내보고 싶었다. 놀이동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 즐거워보이고, 행복해 보이는데 우리 서점에 온 사람들에게도 그런 느낌을 주고 싶어서 놀이동산을 콘셉트로 기획을 했다. 책과 서점의 미래는 ‘책을 읽지 않는 독자를 유입시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밝고 동적인 분위기가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끔 하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고. 

모든 샘플 책에는 우리가 직접 읽고 쓴 리뷰를 프린트해서 붙였다. 읽다가 연필로 줄을 친 부분, 메모를 한 부분, 형광펜을 친 부분, 인덱스를 붙인 부분도 그대로 놔두었는데 이편이 사람들이 그 책에 더 관심을 두게 한다는 것을 7년의 실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표지의 모습 외에 짧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그 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치를 만든 것인데, 이번에 이점을 특히나 많이 좋아해 주셨다. 관심 없었을 책도 관심 가지게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책을 파는 사람으로서 늘 기쁘다. 

디스플레이에도 그동안의 노하우를 담았다. 책장에 꽂힌 책보다는 매대에 있는 책들이 훨씬 판매가 잘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책 종수는 줄이더라도 모든 책이 전면에 보이도록 배치를 했다. 놓여 있는 책의 수량까지도 실시간으로 조절을 했다. 때로는 한 권만 남은 것처럼 두고, 때로는 재고를 엄청 많이 쌓아 두기도 했다.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제자리에 놓여있지 않은 책을 잘 정돈하는 일도 동시에 했다. 부지런함은 어디에서도 통하는 건지 이 모든 것들은 책 판매에 엄청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사람들은 그 사람이 원래부터 그 일을 잘했던 사람 같지만, 사실 그들에겐 보이지 않는 숨겨진 시간이 있다. 분명히 그들도 많은 실패를 하고, 실패한 원인을 발견해 다시 시도하며 문제를 해결해 왔을 거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더 잘하게 되고, 단단해졌을 테고. 요즘 핫한 서점이라는 과분한 칭찬을 듣고 있는 우리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왔기에 지금의 모습과 노하우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요즘 가장 핫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가 뒤에서 노력하는 시간은 여전히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끊임없이 생기는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는 더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실패하고, 실패한 원인을 찾아 수정해가며 나아갈 예정이다. 결국 그 과정 속에 성장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앞으로도 우리는 분명 수없이 많은 새로운 실패를 할 것이다. 대신 똑같은 실패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여러분도 새로운 실패를 많이 하시기를. 두려워 말고 뭐든 시도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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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병철(오키로북스 대표)

경기 부천에서 책방 <오키로북스>를 운영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손님을 가장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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