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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소녀, 등 뒤에 붙인 나비의 날개
우주소녀 - <Neverland>
유사한 기획임에도 우주소녀의 < Neverland >에서 다른 어떤 그룹과의 공통점이나 기시감을 느끼기는 어렵다.(2020. 07. 15)
새로움보다 익숙함이 먼저다. '날아 Like Butterfly'라 노래하며 자유로워지고픈 소녀들의 테마는 멀리 갈 것 없이 작년 이달의 소녀의 'Butterfly'와 겹치고, 신비로운 동화 속 세계 '네버랜드'와 '팅커벨' 등 요소는 에이프릴, 오마이걸, 최근의 아이즈원에 이르기까지 심심치 않게 활용돼왔다. 하지만 유사한 기획임에도 우주소녀의 <Neverland>에서 다른 어떤 그룹과의 공통점이나 기시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Butterfly'는 익숙함 속 낯섦을 만든다. 멤버 개개인의 보컬 톤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타이틀곡을 구성해온 과거와 달리 강렬한 기타 드라이브와 함께하는 이 노래 속 멤버들의 힘찬 가창은 누가 맨 앞에 서더라도 하나로 느껴질 만큼 매끈하게 다듬어져 수렴하고 있다.
이렇게 확신에 찬 목소리는 '이젠 날 안 묶어둘래 / 좀 더 자유롭게 / 진짜 날 찾을래'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타인에게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보다 우주소녀라는 그룹 그 자신의 다짐과 확신처럼 여겨지게 한다. '꿈꾸는 마음으로', '부탁해', '이루리'를 통해 이어온 격려와 응원의 서사를 우주소녀의 이야기로 옮기며 설득력을 확보한다.
저돌적인 주제를 수록곡으로도 훌륭히 뒷받침한다. 강렬한 신스 리프와 브리지-드롭 구조로 후렴에 힘을 싣는 'Hola', 신비롭게 출발하여 딥하우스 바탕의 댄스 팝을 전개하는 'Pantomime' 모두 빠른 템포로 'Butterfly'의 여운을 길게 끌고 간다.
앞서 언급했던 우주소녀의 이미지를 이어가는 '바램'은 프로듀싱 팀 오레오의 작품으로, 선명한 멜로디 라인과 군더더기 없는 전개가 또 다른 타이틀 싱글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 트로피컬 하우스 스타일의 '불꽃놀이'로 화려하면서도 아련한 무드를 조성한 다음 그루브한 베이스 리듬의 복고적인 신스팝 '우리의 정원'으로 작품을 마무리하는 것 또한 자연스럽다.
고유의 판타지를 그려온 우주소녀는 <Neverland>를 통해 직관적인 경로를 설정하고 어긋남 없이 달려 나가며 스스로의 등 뒤에 나비의 날개를 붙인다. 보편의 영역에서 견인한 새로운 단계로의 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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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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