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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정신을 차려 보니 북튜버가 되어 있었습니다
단독 사전 연재
북튜브는 조금 더 까다롭습니다.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다른 장르, 이를테면 뷰티나 게임, 먹방, 키즈, 영화 등의 분야와는 달리 북튜브에는 ‘보여줄 것이 없다’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2019. 07. 02)
정신을 차려 보니 북튜버가 되어 있었습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매주 영상을 올리다 보니, 어느새 ‘북튜버’라는 새로운 직업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종종 제가 전국의 유튜버 중 구독자 수 대비 인터뷰 횟수가 가장 많을 거라는 과장 섞인 농담을 하곤 하는데, 이것도 농담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구독자 수가 만 명도 채 되지 않았을 때 SBS 「8시 뉴스」에서 인터뷰를 했고 십만 명이 안 되었을 때 『경향신문』 한 면 전체를 차지했으니까요. 정말이지 부지런히 영상을 올리다 보니 이 년이 넘게 흘러 있었고, 정신을 차려 보니 북튜버가 되어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대단할지도 모를 성취를 두고 이렇게 예사로이 말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유튜버라는 직업의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북튜버라는 직업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나도 유튜브나 해서 돈 좀 벌어볼까’ 하는 사람을 심심찮게 봅니다. 아마 쉬워 보여서 그렇겠지요. 시작은 정말로 쉽습니다. 카메라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과 무료 영상 편집 프로그램만 있으면 누구든지 시작할 수 있습니다. 찍고 싶은 소재를 골라 영상을 찍고, 간단히 편집해 올리면 됩니다. 짜잔! 유튜브 시작입니다. 참 쉽죠?
물론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유튜브는 시작하기는 쉽지만 지속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채널을 성장시키려는 마음이 있다면 영상을 꾸준히 올려야 합니다. 같은 주제의 영상이 계속 올라와야 구독자가 유입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매주 자신에게 마감을 선사해야 합니다(여기서 많은 사람이 업로드를 미루거나 포기합니다). 게다가 요사이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의 질이 매우 높아져서 편집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여기서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업로드를 미루거나 포기합니다). 조금 더 욕심이 있다면 눈길을 끌 만한 기획을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기획 - 촬영 - 편집’이라는, 방송국에서는 꽤 많은 사람이 나눠서 수행하는 업무를 매주 성실하게 혼자 소화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대충 한 번 둘러보고, 뭐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 걸,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는 흐지부지 끝나 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작하긴 쉽지만 꾸준히 하기란 어려운 법이죠.
북튜브는 조금 더 까다롭습니다.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다른 장르, 이를테면 뷰티나 게임, 먹방, 키즈, 영화 등의 분야와는 달리 북튜브에는 ‘보여줄 것이 없다’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책의 모든 장면을 영상화해서 촬영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것은 더 이상 ‘북’튜브도 아닐뿐더러 매주 그런 영상을 제작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책의 표지만 보여 주기에는 뭔가 심심합니다. 책을 펼쳐서 그냥 보여 주는 건 저작권 문제도 있을뿐더러, 재미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화면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혹은 ‘부족한 화면을 무엇으로 보충할 것인가’가 다른 유튜브 채널과 구별되는 북튜브의 추가적인 문제입니다.
게다가 북튜브 영상에서는 북튜버가 책을 얼마나 잘 소화하고 있는 지가 대개 드러납니다. 영상의 내용, 구성, 유튜버의 말투와 비언어적 요소가 그런 판단의 근거가 되죠. 한마디로 북튜브를 하려면 책도 잘 이해해야 하고, 유튜브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런 점이 북튜브의 진입장벽을 높입니다.
결국 저는 유튜브를 쉽게 시작해 어렵게 지속하고 있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북튜버가 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매주 전쟁처럼 업로드를 치릅니다. 별생각 없이 유튜브를 시작했지만 이 년이 넘게 흐른 지금은 수많은 생각을 하며 채널을 운영합니다. 책도 유튜브도 즐기는 사람으로서 이왕이면 재미있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싶거든요. 아직까지는 꽤 괜찮은 성과를 거둔 채널 운영자로서, 제가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지, 북튜브는 앞으로 가능성이 있는 분야인지, 나아가 책과 영상 사이에서 어떻게 갈피를 잡으면 좋을지, 지금부터 자세히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유튜브 성공의 비법으로, 누군가에게는 프리랜서의 눈물의 일기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유튜버를 꿈꿨던 사람이 이 글을 읽고 되레 생각을 접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책을 만들고 파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게 될지도 모르죠. 그 어떤 결과로 이어지든 조금이나마 여러분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경험이라도 거기서 무언가는 배울 수 있는 법이니, 제 미약한 경험도 그럴 겁니다.
[예약판매]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김겨울 저 | 유유
앞으로 북튜버는 지금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을까요?” 등 쉽게 물을 수 없어 명확히 알지 못했던 북튜브 일의 이면에 관한 이야기까지 샅샅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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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음악을 만들고, 영상을 만든다. 라디오 DJ 경험을 살려 시작한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이 인기를 끌어 ‘북튜버book-tuber’라는 이름을 얻었다. 음악을 만들어 몇 번 발표하고 싱어송라이터라는 직업을 추가했다. 《독서의 기쁨》이라는 책을 써서 작가라는 호칭을 얻었다. 이 모든 이름 속에서 보이지 않아도 만들고, 찾아지지 않아도 연주하고, 청탁 받지 않아도 쓴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이 이름들은 성실히 호명되고 있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철학과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