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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계속 살아있기로 해요

나는 당신에게 공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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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지 못하면서 어찌 타인에 대해 함부로 재단할 수 있을까. 어찌 감히 그렇게 쉽게 타인에게 날 바라봐 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까. 그런데 나는 감히 이 책을 보며 아주 조금 용기를 내고 싶어졌다. 당신에게 공감한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2019. 0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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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오빠가 죽었다. 친오빠는 아니지만 친오빠라고 할 만큼 친하게 지냈던 사이였다. 오빠가 죽은 원인은 정확하지 않다. 오빠는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몇 번이고 탈영을 반복했고, 그 때마다 나를 비롯한 친구들은 하나같이 “괜찮아, 곧 괜찮아질 거야.”라며 오빠를 위로했다. 하지만 결국 오빠는 죽었다. 사고인지 자살인지 불확실한 방법으로.

 

오빠가 죽은 건 11월이었다. 이후 나는 11월이 다가오면 우울했다. 연말 증후군이 아니라 11월 증후군. 나는 그 때만 되면 죽음을 생각했다.

 

우울함을 떨쳐버리고 싶어 몇 번이고 오빠의 이야기를 소설로 적었다. 소설을 적고 나면 조금 마음이 나아졌다. 하지만 추억은 여전히 내 곁에 있었다. 차곡차곡 모으던 다이어리에는 오빠와 주고받았던 편지가, 함께 찍은 사진들이, 오빠가 줬던 자잘한 선물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난생처음 연애를 해보기로 했다. 11월생인 남자와 연애를 하면 더는 우울해지지 않을 거야, 그렇게 얕은 생각으로 시작한 인생 첫 연애는 결국 엉망진창으로 끝이 났다. 그 때 나는 처음 알았던 것 같다. 수단으로의 연애는 나와 상대, 모두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첫 연애를 대실패로 끝낸 후 나는 더 우울해졌다. 몇 번이고 죽으려고 들다가 깨달았다. 아, 내가 우울증이구나. 이러다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래서 나는 내 발로 병원을 찾았다. 이후 우울증 치료를 2년 가까이 받으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을 했다. 이때 나는 또 알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후 몇 번이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가슴이 끓어오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 심장은 차갑게 식어버린 것 같았다. 오빠가 죽던 그 때, 내 심장도 죽어버린 듯 누구를 만나도 오랜 시간 관심을 이을 수 없었다. 노력은 해봤다. 어떻게든 조금 더 만나보려고, 연락을 이어보려고 했지만 그 때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상대가 날 좋아한다는 티를 낼수록 나는 숨고 싶어졌다. 엉엉 울다가 결국 미안하다고 말하고 황급히 여행을 간다며 도망친 적도 있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는 늘 그 말만 반복했다. 적어도 내게 사랑이란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 나면 나는 또 죽고 싶어졌다. 인간답지 않은 내가 싫어서, 자괴감에 빠져 결국 죽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고는 아주 쉽게 몇 번이고 자살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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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나는 이렇게 살아남았다.

 

나는 가끔 믿을 수가 없다.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이, 어떻게든 버티고 이렇듯 무언가를 적어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나는 가끔 이런 나와 닮은꼴인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최근 읽은 책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에서 나는 또다른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쉽게 기대하지 않는다. 쉽게 실망하지도 않고 쉽게 이해하려 들지도 않는다. 두렵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나의 감정은 언제나 널을 뛰듯 하늘 끝까지 올라갔다가 땅까지 떨어져버린다. 언젠가는 죽고 싶다가도 다음 순간이면 행복에 겹다.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찌 타인에 대해 함부로 재단할 수 있을까. 어찌 감히 그렇게 쉽게 타인에게 날 바라봐 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까. 그런데 나는 감히 이 책을 보며 아주 조금 용기를 내고 싶어졌다. 당신에게 공감한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나는 당신에게 공감했습니다. 나는 살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당신도 그저 살아있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 계속 살아있기로 해요.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김미향 저 | 넥서스BOOKS
그동안 짊어지고 있었던 상실에 대한 두려움, 죄책감, 그리움 등의 온갖 감정들을 꿈속에 토해내면서 엄마와의 단편, 단편을 만들어간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저자의 삶을 그대로 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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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조영주(소설가)

별명은 성덕(성공한 덕후). 소설가보다 만화가 딸내미로 산 세월이 더 길다.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김미향> 저10,800원(10% + 5%)

평생 내 곁에 있을 것 같고, 내 편이 되어줄 것만 같았던 엄마. 가슴속 깊은 곳에서 저릿저릿한 단어로 피어나는 엄마. 그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이제는 부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단어가 됐다. 또르르 눈물 한 방울이 만든 ‘엄마’라는 단어는 좋은 기억이든 아픈 기억이든 이젠 “이 세상에 있어만 주세요!”라는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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