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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마법 같다. 이들의 음악은 듣는 이를 어디엔가로 안내하는 이정표다. 그 행선지는 영원히 늙지 않는 곳, 네버랜드다. 밴드 코로나는 그 곳의 주인 피터팬을 닮았다. 무구하고 맑은 음악 스타일뿐만 아니라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의지까지. 이 모습이 앨범에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밝고 따뜻한 앨범이다. 긍정의 기운을 잔뜩 머금은 가사가 이를 말해준다. 모든 노래에서 함께 하겠다고 말하며 마음을 다독인다. 가사에 사용된 단어들 역시 햇살, 파도, 봄바람, 바다, 별처럼 아기자기하고 자연적인 이미지가 담긴 것들이다. 오밀조밀한 단어들이 모여 만든 문장은 간결하고 직관적이나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동화 한 편처럼 여운이 감돈다.
피터팬 같은 낙관과 무모함이 도드라지는 수록곡은 단연 「flower」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넌 이미 아름다운 꽃이어라/내가 너의 향기를 맡기 전에/넌 이미 은은한 꽃향기라’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 김춘수의 「꽃」을 토대 삼았다. 그러나 이들은 ‘그렇게 피어나/어떤 손길도 눈길도 필요없어’ 라고 도발한다. 즉, 너는 이미 너만의 색을 지닌 꽃이라는 말. 시의 본 의미를 완전히 전복한 점이 재미있다.
메시지가 눈에 띄는 건 안정적인 편곡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음악은 적절한 악기 배치를 통해 최적화된 공간을 구현한다. 기본적인 밴드 구성에 피아노 혹은 신스가 더해지고, 가끔 다른 악기들이 조미료처럼 맛을 더한다. 사실 크게 다를 것 없는 편성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서 최대효용을 이끌어낸 점에서 차별된다.
특히 「별똥별」에서는 신스를 활용한 별똥별 묘사, 많은 양의 리버브 효과로 감싸 안은 포근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Blue star」도 신스와 EQ를 활용했지만, 몽환적인 너른 밤하늘 풍경을 그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바로 뒤이은 「Fly」와의 연결고리도 아주 매끈하다.
첫 정규 앨범 안에서 팝, 펑크(Funk), 포크, 록이라는 여러 장르를 소화해냈다. 음악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셈. 사실 <슈퍼스타 K 2016>에 출연해 Top 7이라는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고, 그럼에도 이들은 사랑을 노래한다. 어쩌면 이들에게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란 사실 음악 그 자체 아닐까. 묵묵히 음악을 이어가고자 하는 곧은 의지가 창조한 아름다운 판타지다.
관련태그: 코로나, Shine, 네버랜드, Flower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