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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푸스는 성장했다
찰리 푸스 『Voicenotes』
모두를 포용하는 가사, 기억 속에서 재구성된 멜로디, 탁월한 팝 감수성을 전부 갖춘 작품은 자본의 부산물이었던 전작과는 다르다. (2018. 06. 12)
이를 제대로 갈았다. 마이클 잭슨의 「Smooth criminal」이 선사하는 강렬한 비트감을 재현한 「The way I am」을 비롯해 알앤비, 펑크(Funk)를 마구 뒤섞어 놓은 앞선 트랙이나, 보이즈 투 맨과 함께한 진한 아카펠라 곡 「If you leave me now」를 지나 후반부에 집중 투하된 신스 팝 사운드 그리고 발군의 멜로디와 범성애로 나아가는 메시지는 공허한 가사와 레퍼런스로 점철된 데뷔작 <Nine Track Mind>와는 다르다. 찰리 푸스는 성장했다.
사실은 수줍고 어딘가로 숨고 싶어 하는 게 나야. 이게 나라고! (「The way I am」)
자신이 누구인지 절절히 외치는 「The way I am」을 첫 번째 트랙으로 배치한 이유가 분명하다. 자의든 타의든 단기간의 성공과 명성을 향한 목표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1집은 결국 수많은 혹평을 받았고 이는 고스란히 찰리 푸스가 감내해야 할 몫으로 남았다. 음악적 정체성과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에서 새 앨범의 포문을 여는 「The way I am」은 그야말로 완벽한 승부수다. 부끄러운 모습조차 가감 없이 내보이는 솔직한 가사와 반복되는 기타 리프 위에서 변주하는 매력적인 구간들은 그의 성장에 설득력을 보탠다. 여기에 좋은 선율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완벽한 팝 록이 아닐 수 없다.
돌파구의 열쇠는 역시나 과거로의 회귀다. 이미 흔한 전략이 되어버린 발굴(digging) 작업이기는 하지만 여러 장르가 마구 뒤섞여 재구성된 <Voicenotes>에서 과연 찰리 푸스가 재정의한 자신의 음악은 무엇일까. 해석의 단초는 홀 앤 오츠와 필 콜린스, 폴리스, 샘 스미스가 혼재된 「Patient」에 있다. 블루 아이드 소울로 시작해 소프트 록으로 이어지며 후반부에 등장하는 홀 앤 오츠와 폴리스의 흔적은 자기 고백적 가사와 위로를 건네는 「Through it all」, 소프트 록 「Somebody told me」, 홀 앤 오츠의 「I can’t go for that (no can do)」에서 영감을 받았다던 「How long」과 실제로 존 오츠와 작업한 신스 팝 넘버 「Slow it down」 등 음반의 각 트랙으로 다시 분화한다. 서너 곡을 제외하고는 전부 자신의 힘으로 마무리한 프로듀싱은 결국 그가 하고 싶은 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좋아하는 음악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인 셈.
음반 후반부에 정리된 트랙이 찰리 푸스의 음악을 완성했다면 전반부에 포진된 1990년대 알앤비 사운드는 그의 유년시절을 채운 향수다. 메리 제이 블라이즈, 티엘씨(TLC)의 영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LA Girls」나 보이즈 투 맨과 제법 잘 어울리는 하모니를 들려주는 「If you leave me now」까지, 신스 팝과 디스코, 모타운 사운드를 반죽한 「Done for me」를 기점으로 앨범은 우리로 하여금 찰리 푸스의 두 가지 생경한 음악적 경험과 조우하게 한다.
<Voicenotes>가 다른 음악을 통해 설명이 가능한 작품인 것은 맞다. 그러나 2집이 1집과 달리 가치를 새로 부여하는 지점은 앨범을 구성하는 접근법에 있다. 모두를 포용하는 가사, 기억 속에서 재구성된 멜로디, 탁월한 팝 감수성을 전부 갖춘 작품은 자본의 부산물이었던 전작과는 다르다. 실패와 패배감을 음악으로 승화할 수 있기에 그는 아티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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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