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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킴, 좋은 멜로디와 포근한 보컬 그다음

폴킴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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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뮤지션들 사이에서 개성을 더욱 견고히 해야 함을 알려주는 반쪽 정규 앨범. (2018. 0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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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나눠 공개한 정규 1집은 폴킴의 음악 색깔을 다양하게 보여주려는 전략이다. <정규 1집 Part.1 ‘길’>에서는 보사노바, 발라드, 전자 음악을 비롯한 여러 장르를 펼쳐 보였다. 피아노 중심의 편안한 노래를 들려주던 그의 색다른 모습이다. 단독으로 쓴 「둘이」를 제외하면 다른 작곡가가 멜로디를 쓰거나 공동으로 작업했지만 전곡 작사만큼은 놓치지 않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열망이 담겼다.

 

이번에는 다채로움보다 진정성을 내세웠다. 편곡도 초창기 그의 음악처럼 소박하다. 첫사랑을 추억으로 남기는 과정을 풀어낸 「Goodbye days」, 사랑이 식어가는 감정을 그려낸 「느낌」은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심 곡이다. 편안한 선율에 그의 부드러운 보컬이 녹아들며 노랫말에 이입하게 한다. 사실 폴킴에게서 멋지고 거창한 표현을 찾기란 어렵다. 그 대신에 친근한 매력이 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노랫말에 그대로 펼쳐놓는 데서 흡인력이 생긴다.

 

이러한 친밀함은 장점이나 동시에 위험성을 지닌다. 감정을 노랫말로 녹여내는 방식이 자칫 미흡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오디 박준형이 랩으로 참여한 「터널」에서는 ‘이윤’ ‘의문’ ‘질문’ 같은 라임이 흐름을 해친다. 랩과 노래가 꼭 같은 어조가 아니어도 되는 일이었다. 「사랑은 타이밍」은 영어와 국어를 유사한 비율로 배치했으나 멜로디와 동떨어진 느낌이 들고, 「오늘 밤」은 쓸쓸함이라는 주제 아래서 풀어낸 다른 곡들보다 스토리텔링이 허무하게 전개된다.

 

폴킴은 좋은 멜로디를 알고 있고, 포근한 보컬을 지녔다.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차근차근 확보해가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다만 그가 쓴 가사에서 나타나는 위화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특별한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일은 노래를 잘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이다. 송라이팅 영역에서 많은 고민이 있겠으나 그 과정에서 강점을 잃으면 ‘고막남친’에서 끝날 수밖에 없다. 유사한 뮤지션들 사이에서 개성을 더욱 견고히 해야 함을 알려주는 반쪽 정규 앨범.

 

 


정효범(wjdgyq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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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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