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저스틴 팀버레이크, 컨트리를 꺼내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Man Of The Woods』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미국 태생 백인 아티스트라면 한 번쯤 거쳐가는 컨트리에 대한 애정과 현시대를 지배하는 팝스타로의 욕심 모두를 놓치지 않으려 한 앨범이다. (2018. 02. 28)

팀버레이크.jpg

 

 

만능 엔터테이너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소박한 시골 생활까지 노래할 줄은 몰랐다. 화끈한 일렉기타 오프닝과 차가운 인더스트리얼의 기계음과 인간적인 베이스 리듬을 결합한 섹스 송 「Filthy」에선 최첨단 로봇 공학 댄스 발표회를, 영롱한 사운드로 시타르를 흉내 낸 정교한 R&B 「Supplies」에선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케 하는 미래 디스토피아를 보여줬지 않나. 그런데 다섯 번째 정규 앨범 <Man Of The Woods> 에서의 그는 애팔래치아 산맥의 광활한 목장에서 낡은 가죽 재킷을 걸치고 ‘숲 속의 남자’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컨트리 보이다.

 

‘백 투 더 컨트리’의 가장 핵심은 동명의 「Man of the woods」로, 탄력적인 베이스와 기타, 풍성한 코러스로 고향 테네시와 시골 생활의 자부심을 노래하는 이 곡만 듣자면 「Filthy」와 「Supplies」가 같은 앨범에 담겨있다는 사실이 생경할 정도다. 알리샤 키스와의 고전적인 소울 듀엣 「Morning light」과 컨트리 기타리스트 크리스 스테이플턴(Chris Stapleton)이 참여한 「Say something」 역시도 ‘뿌리 찾기’의 과정이다. 제작 과정에서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미국 남부 테네시 주 멤피스와 컨트리 고장 내쉬빌을 언급했던 저스틴은 미래를 살짝 보여주면서 과거의 문법으로 재단한 여유로운 사운드를 핵심에 뒀다.

 

오랜 파트너 팀바랜드(Timbaland) 대신 밴드 사운드에도 능한 넵튠스(The Neptunes)를 메인 프로듀서로 내정한 것 역시 이런 의도에서 나온 결정이다. 그 결과로 우리는 블루스와 컨트리를 곁들인, 팀버레이크의 커리어 중 가장 ‘인간적인’ 팝 트랙을 듣게 됐다. 조밀한 디스코 리듬의 「Midnight summer jam」과 펑키(Funky) 기타의 그루브로 만들어낸 「Higher higher」, 「Waves」같은 트랙들은 2000년대 밀레니엄 팝의 향수를 자극하는 넵튠스와 팀버레이크의 근사한 콜라보다. 물론 팀바랜드 역시 블루지한 노이즈 기타 리프로 꾸며낸 「Sauce」와 강단 있는 컨트리 「Say something」을 제공하며 유기적인 흐름에 힘을 보탰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The 20/20 Experience>로 한껏 부풀어 오른 자의식과 음악적 욕구를 조절하는 도구로 복고를 택했다. 그래서인지 전체 앨범을 감상하다 보면 귀에 들리는 음악 스타일 변화가 눈으로 보이는 패션 변화만큼은 못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낭만적인 서부 영화에 등장할 법한 어쿠스틱 기타 팝 「Flannel」과 「The hard stuff」 사이엔 드럼 머신과 베이스 그루브의 조합으로 1980년대 미네아폴리스 사운드를 끌어온 「Montana」와 「Breeze off the pond」가 있고, 팀바랜드가 선사한 마지막 곡 「Young man」은 지난 앨범의 「Not a bad thing」을 연상케 하는 기본적인 저스틴 팀버레이크 스타일 팝이다. ‘가죽 재킷에 속지 말길, 그는 여전히 우리가 사랑하는 펑키-팝 아티스트다.’라는 <NME> 평이 인상적이지만, 안정적이긴 몰라도 새롭고 놀랍지는 않다.

 

<Man Of The Woods> 는 미국 태생 백인 아티스트라면 한 번쯤 거쳐가는 컨트리에 대한 애정과 현시대를 지배하는 팝스타로의 욕심 모두를 놓치지 않으려 한 앨범이다. 신구의 균형을 잘 잡으면서 앨범 차트 1위로 위상을 유지하는데 일부 성공했지만, 혁신 대신 보수를 선택한 데서 오는 단조로운 구성과 무난한 이미지는 일견 지루하고 몰개성 하기도 하다. 물론 <피치포크>의 3.8점 불호령을 받을 정도로 졸작은 아니다! 단지 비장의 무기 컨트리를 써버린 것 치고 평범한 결과가 나왔을 뿐.

 

 


김도헌(zener1218@gmail.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