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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청년일 수 없는 조정치의 솔직함

조정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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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이란 단출한 제목에 웃고 우는 사랑의 고저를 품었다. 누구라도 공감할 이야기가 담긴 따뜻한 앨범이다. (2018. 0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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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뮤지션의 감정을 그대로 투영한다고 봤을 때 조정치 만큼 거리낌 없는 음악가도 드물다. <못친소 페스티벌> 이후 인기의 절정에 있을 때 발표한 <遺作>(유작) 에서는 밝고 코믹한 대중적 이미지와는 반대로 죽음을 이야기했고, 정규 1집 <미성년 연애사> 에서는 달콤한 언어로 일상의 사랑을 노래했다. 그렇다면 이번 음반은 어떨까. 「이혼」, 「꿈속의 연애」부터 「사랑가」, 「키스를 잘하는 법」까지 발칙하고 아찔한 제목들로 빽빽한 음반에서 그는 다시 한번 사랑을 풀어낸다.

 

하지만 이번 사랑은 첫 앨범처럼 달달하지만은 않다. 선우정아의 보컬로 ‘건조한 입맞춤도 관둘래, 그만 헤어지자’라고 읊조리는 「이혼」은 황량하리만큼 서늘한 감정을 노래하고, 언제 다친 지도 모를 사랑의 상처를 치유해달라고 호소하는 「날 치료해주세요」에는 외로움을 응축했다. 미성년 시절에는 어쿠스틱 기타 위주이던 악기에도 변화를 주어 좀 더 성숙한 아픈 만남의 순간까지 말한다. 미성년의 미가 아름다울 미였던 것에 비춰볼 때 이번 음반은 죽음의 감정까지 경험한 성년 이후의 이야기랄까.

 

이는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더 이상 청년일 수 없는 조정치의 솔직함이다. 또한 음악적 고뇌와 그 발로가 녹슬지 않았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클래식 악기를 사용해 차분하고 시린 감정을 그려냈던 <遺作>(유작) 의 기술이 엿보이는 「혹시 설마 어쩌면」부터 「사랑가」의 요들처럼 발랄한 기타 연주와 「때때로」의 블루스, 혼 섹션으로 포근한 울림을 주는 「꿈속의 연애」까지. 그의 손끝을 탄 섬세한 편곡은 유쾌하고도 쓸쓸한 감정을 한 손에 담아 올렸다.

 

그래서 이건 한 편의 에세이와도 같다. 행복하기도 한데 잠깐 재밌는 일탈을 상상하기도 하는 우리의 알쏭달쏭한 하루처럼 말이다. 아내 정인을 비롯하여 모든 곡에 참여한 여성 뮤지션의 목소리를 빌려 적은 음반은 솔직하고 편안하다. 실제로 스트링과 메인 보컬 외에는 전부 홈 레코딩 방식으로 제작했다고 하니 조금은 거칠지만 그래서 더 익숙한 잡음이 이해된다. <3> 이란 단출한 제목에 웃고 우는 사랑의 고저를 품었다. 누구라도 공감할 이야기가 담긴 따뜻한 앨범이다.

 

 


박수진(muzikis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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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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