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더 이상 청년일 수 없는 조정치의 솔직함

조정치 『3』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3>이란 단출한 제목에 웃고 우는 사랑의 고저를 품었다. 누구라도 공감할 이야기가 담긴 따뜻한 앨범이다. (2018. 02. 21)

조정치.jpg

 


음악이 뮤지션의 감정을 그대로 투영한다고 봤을 때 조정치 만큼 거리낌 없는 음악가도 드물다. <못친소 페스티벌> 이후 인기의 절정에 있을 때 발표한 <遺作>(유작) 에서는 밝고 코믹한 대중적 이미지와는 반대로 죽음을 이야기했고, 정규 1집 <미성년 연애사> 에서는 달콤한 언어로 일상의 사랑을 노래했다. 그렇다면 이번 음반은 어떨까. 「이혼」, 「꿈속의 연애」부터 「사랑가」, 「키스를 잘하는 법」까지 발칙하고 아찔한 제목들로 빽빽한 음반에서 그는 다시 한번 사랑을 풀어낸다.

 

하지만 이번 사랑은 첫 앨범처럼 달달하지만은 않다. 선우정아의 보컬로 ‘건조한 입맞춤도 관둘래, 그만 헤어지자’라고 읊조리는 「이혼」은 황량하리만큼 서늘한 감정을 노래하고, 언제 다친 지도 모를 사랑의 상처를 치유해달라고 호소하는 「날 치료해주세요」에는 외로움을 응축했다. 미성년 시절에는 어쿠스틱 기타 위주이던 악기에도 변화를 주어 좀 더 성숙한 아픈 만남의 순간까지 말한다. 미성년의 미가 아름다울 미였던 것에 비춰볼 때 이번 음반은 죽음의 감정까지 경험한 성년 이후의 이야기랄까.

 

이는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더 이상 청년일 수 없는 조정치의 솔직함이다. 또한 음악적 고뇌와 그 발로가 녹슬지 않았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클래식 악기를 사용해 차분하고 시린 감정을 그려냈던 <遺作>(유작) 의 기술이 엿보이는 「혹시 설마 어쩌면」부터 「사랑가」의 요들처럼 발랄한 기타 연주와 「때때로」의 블루스, 혼 섹션으로 포근한 울림을 주는 「꿈속의 연애」까지. 그의 손끝을 탄 섬세한 편곡은 유쾌하고도 쓸쓸한 감정을 한 손에 담아 올렸다.

 

그래서 이건 한 편의 에세이와도 같다. 행복하기도 한데 잠깐 재밌는 일탈을 상상하기도 하는 우리의 알쏭달쏭한 하루처럼 말이다. 아내 정인을 비롯하여 모든 곡에 참여한 여성 뮤지션의 목소리를 빌려 적은 음반은 솔직하고 편안하다. 실제로 스트링과 메인 보컬 외에는 전부 홈 레코딩 방식으로 제작했다고 하니 조금은 거칠지만 그래서 더 익숙한 잡음이 이해된다. <3> 이란 단출한 제목에 웃고 우는 사랑의 고저를 품었다. 누구라도 공감할 이야기가 담긴 따뜻한 앨범이다.

 

 


박수진(muzikism@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