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수지의 첫 앨범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혼재했다. 고혹적으로 몰아치는 「Yes no maybe」는 미스 에이의 정체성을 이어갔으면 하는 의도에서 박진영이 준 타이틀곡이지만 가수에게는 숨 가빠보였다. 「취향」과 「난로 마냥」은 수지의 곡이라기보다 롤러코스터 조원선의 노래에 목소리를 얹은 것 같았다.
「Holiday」가 유독 편안히 다가온 데는 익숙한 수지의 모습이 음악 속에 투영되어 있기 때문일테다. 맑은 선율과 가창은 「Dream」이나 「기다리지 말아요」 등의 음원에서 들려준 착하고 따뜻한 질감을 가져간다. 여유롭게 불러낸 보컬 역시 성량의 한계는 가려내면서 음색의 장점을 만족할 만큼 가까이 전달한다. 셀레나 고메즈의 「Bad liar」를 연상하게 하는 「Sober」는 녹아들 수 있는 스타일을 영리하게 접목한 사례다.
여러 표정을 담아낼거라 생각한 음반에서 오히려 연출을 걷어낸다. 「행복한 척」은 그가 느낀 감정 그대로를 조명한 곡이고 타이틀곡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에도 「다른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를 시작으로 담백하고 차분한 노래로 채운다. 「잘자 내 몫까지」와 「서툰 마음」 같은 발라드에서는 가창을 과감히 드러내지만 보컬의 운용이 좋지 않다보니 큰 인상을 주지 못한 채 흩어진다. 피터팬 컴플렉스가 써준 「너는 밤새도록」에서의 우울한 무드도 톤을 단조롭게 한다.
전작에 이어 「너는 밤새도록」 등의 사색적인 곡이 들어가 있고 그러한 구성은 수지의 취향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 뮤지션으로서 성장하고자 하는 욕심이나 화려함을 뽐내고자 하는 강박도 없이 흘러가는 그대로를 조명할 뿐이다. 「나쁜X」이나 「Sober」에서 직접 쓴 노랫말에서도 가수의 색깔이 묻어난다. 특별하진 않지만 작사가 심은지와 적어낸 언어는 감정에 충실하고 꾸밈없는 구절로 채운다. 큰 장식 없이도 목소리를 투명하게 담아낸 앨범이 편안함을 남긴다.
관련태그: 수지, Holiday, Faces Of Love, Yes no may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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