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괴짜 철학자의 공산주의 회고
『코뮤니스트 후기』
보리스 그로이스도 자본주의가 실패하는 곳에서 공산주의라는 유령은 다시 출몰 가능하다고 말한다. (2018. 01. 16)
2017년은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소비에트 몰락 이후 공산주의는 인기 없는 소재가 되어버렸지만, 100주년을 기해 주목할 책이 여럿 나왔는데 그중 한 권이 『코뮤니스트 후기』다.
저자는 보리스 그로이스. 철학자이자 예술비평가다. 삶의 절반을 소비에트에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내는 중이다.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과 스탈린의 정치적 기획 간의 연관성을 다룬 『스탈린의 종합예술(한국판 : ‘아방가르드와 현대성’)』 이후로 논쟁적인 책을 연거푸 발표했다.
『코뮤니스트 후기』도 꽤나 논쟁적인 책이다. 200쪽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이나, 책 속에는 도발적인 문장이 가득하다. 소비에트 몰락은 외부로부터의 붕괴가 아니라 스스로 택한 결정이었다든지, 소비에트 체제 모순의 전사가 기독교라든지가 그러하다. 무엇보다 철학자들이 가장 싫어할 만한 대목인데,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리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로이스는 이렇게 쓴다. 자본주의하에서는 언어 자체도 상품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벙어리 상태일 수밖에 없다. 비판과 저항의 담론은 그것이 잘 팔릴 때는 성공적인 것으로 여겨지지만, 잘 팔리지 않을 때는 실패한 것으로 간주된다.(9쪽)
슬라보예 지젝만큼이나 그의 문장은 거침이 없다. 그중에서는 자본주의에서 살아온 이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도 많다. 그럼에도 자본주의가 시장 논리로 움직인다면 공산주의는 시장 논리가 아닌 언어가 규정한다고 꿰뚫어 보고, 언어는 인간의 본능이기에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공산주의는 언제 어디서든 다시 시도될 수 있다고 예견한 대목은 적확하다. 『마르크스의 유령들』에서 데리다가 그러했듯, 보리스 그로이스도 자본주의가 실패하는 곳에서 공산주의라는 유령은 다시 출몰 가능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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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모아 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