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이토록 낭만적인 과학
『경이로운 생명』
긴장할 필요는 없다. 눈으로 머리로 마음으로 푹 빠져 즐기면 그만이다. (2017.11. 14)
결국엔 다 인간이다. 과학 말이다. 과학과, 그 이름 아래에, 옆에 자리하고 있는 것들 모두가 그들만의 알 수 없는 세계에 있는 난해한 무언가를 다루지는 게 아니라 인간 존재를 탐구하려는 시도다. 당연하게도. 그렇다면 이건 내 문제인 건데, 사실 꽤 오랜 시간 동안 ‘과학’은 학교 시간표에만 있는 단어가 아니었던가. 그러니 누군가는 과학이라고 하면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나게 되는 것 아닌가. 『경이로운 생명』은 신선한 시도로 그 한 발을 좁혀갈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인 미샤 메이너릭 블레즈는 미국의 그림책 작가다. 그는 방대한 조사를 통해 수집한 전문 자료에 자신만의 일러스트를 더해 우주와 생명, 자연과 인간이 맺고 있는 심오한 관계의 형상을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사방이 막힌 콘크리트 건물 안의 사람들 역시 언제나 자연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인간 자신이 우주에 속해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라고 말한다.
지구상의 생명을 이루는 모든 원소는 우주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밤하늘의 아주 작은 별빛 하나를 바라볼 때, 우리는 저 멀리 또 다른 나의 존재를 마주하게 되는 것이죠. 우리는 문자 그대로 별에서 왔어요. 그러니 우리 몸 속 원자들도 그 자체로 우주만큼이나 오래된 것들이랍니다. (18쪽)
『문어의 영혼』의 저자 사이 몽고메리는 이 책을 ‘모든 페이지에 생명력, 놀라움, 기쁨, 우아함이 가득한 작품’이라고 평한다. 새롭거나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실들이 생기 넘치는 말과 반짝이는 색을 입고 새삼스러운 감동을 전한다. 이 책, 과학적이면서 또 한편으로 퍽 낭만적이다. 켜두면 은은하게 방의 공기를 바꾸는 향초처럼 ‘과학’ 앞에 경직된 몸을 이완시키고 분위기를 풀어준다. 긴장할 필요는 없다. 눈으로 머리로 마음으로 푹 빠져 즐기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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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
<미샤 메이너릭 블레즈> 글그림/<한소영> 역13,500원(10% + 5%)
“달콤한 감동으로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좋아할 만한 사랑스런 그림책”(퍼블리셔스 위클리) 인간과 자연의 심오한 관계를 그림책으로 마주하다 ‘자연’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우리는 보통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이나 나무로 둘러싸여 있는 빽빽한 숲, 아니면 활짝 펴 있는 꽃이나 아침마다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