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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 갤러거, 로큰롤 키드의 성찰
리암 갤러거 'As You Were'
<As You Were>의 선율은 멜로디 마에스트로인 형 노엘 갤러거의 재능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차고 넘친다. (2017.10.25)
오아시스(Oasis)는 이제는 정말 과거가 되었다. 맨체스터 출신의 갤러거 형제는 18년이라는 짧지 않은 활동을 이어왔고, 대립과 반목이 밴드의 미덕인 마냥 연신 불화의 뉴스를 만들어냈다.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결국 해체로 이어졌다. 이들이 작별한지가 벌써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해체 이후에도 갤러거 형제는 새로운 창작물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서로를 견제라도 하듯 개별 작품들을 발매해왔다. 특히 리암은 형보다 한발 앞서 후속 밴드 비디 아이(Beady Eye)를 결성했고, 기타리스트 젬 아쳐(Gem Archer)와 앤디 벨(Andy Bell), 드러머 크리스 샤록(Chris Sharrock)를 가세시키며 전 오아시스의 멤버들로 새살림을 차렸다. 앨범 타이틀은 그야말로 도발이었다. "기어는 다르지만, 여전히 달려간다." <Different Gear, Still Speeding>(2011). 이정도면 형에 대한 반기가 아닌 무시였다.
같은 해 노엘 갤러거는 그의 솔로 프로젝트를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로 이름 짓고 동명 타이틀의 데뷔작 <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2011)라는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이로써 그들의 해체에서부터 시작된 ‘오아시스의 재결성’이라는 팬들의 원대한 꿈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형제는 각자 다른 멤버로 오아시스의 주요 레퍼토리를 주력으로 투어를 시작한다. 하지만 동생의 객기(客氣)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 음반이 망하면 다시는 레코드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한 비디 아이의 두 번째 앨범 <BE>(2013)는 참패로 돌아갔고 평단과 팬 모두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이듬해인 2014년 결국 밴드를 해체하고 잠정 휴업에 들어갔다. 야속한 형은 더욱 견고해진 두 번째 솔로 작품 <Chasing Yesterday>(2015)로 창작력의 건재함을 알렸다. 여기까지가 오아시스 해체 이후의 리암 갤러거와 형인 노엘 갤러거의 음악적 행보에 대한 갈무리다.
25년여의 음악 생활 동안 밴드의 구성원이 아닌, 그리고 매니지먼트의 별다른 도움이 없는 혈혈단신의 자신을 발견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왔는지 기억해내야 했다. 오아시스라는 거대한 그림자와 형의 부재는 아티스트이자 창작자로서 이제는 무거운 짐이 되어버렸고, 이를 떨쳐내야 하는 것은 온전하게 그의 몫이었다. 좋든 싫든 이 꼬리표는 영원히 그를 따라 다니게 될 것이다. 이제는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해야 하는 상황. 사실 그는 독재자였던 노엘과의 활동 시에도 멋진 창작물을 선보이며 팬들을 놀라게 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 예가 오아이스의 <Heathen Chemistry>(2002)의 수록곡 「Songbird」와 마지막 앨범 <Dig Out Your Soul>(2008)의 대표곡 「I’m outta time」이 그 좋은 예다.
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그의 솔로 작업은 특유의 거친 입담, 그야말로 리암다운 모습으로 소식을 알렸다. 늘 문제가 되었던 트위터를 통해서다. 욕이 절반인 그 내용은 이렇다. “솔로 음반이라니, 돌대가리 새끼들아! 난 xx가 아니야!(Solo record are you fucking tripping dickhead im not a cunt LG X)” 이는 2016년 1월 4일의 그의 트윗이다. 다소 격하지만 복귀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말 바꾸기의 황제 리암 갤러거는 불과 7개월 만인 8월 25일 새로운 포스팅을 남긴다. “공식적으로 알린다. 나는 xx다(It’s official I’m a cunt LG x)” 격조하게 그의 소식을 접했던 팬이라면, 이제 진짜 제정신이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뜬금없는 이야기로 들렸을 것이다. 이 오아시스 프론트맨의 솔로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은 곧장 <큐 매거진(Q Magazine)>의 인터뷰를 통해 전해졌고, “새로운 레코드는 핑크 플로이드나 라디오헤드 음악처럼 생각하며 들어야 할 필요가 없다. 여유롭고 편안한(Chin-out) 음악이다.”라며 공식적인 솔로 데뷔 활동에 대한 출사표를 던졌다.
휴지기 동안 런던의 자택에서 써낸 묵직한 소울-록 「Bold」는 워너 브라더스와 새로운 계약에 부족함이 없는 최상의 트랙이었다. 그를 기다려온 팬들의 사랑을 받을만한 수려한 멜로디를 간직했다. 그의 솔로 데뷔 작업의 시작은 그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공동 작곡’에 대한 워너 브라더스의 제안에서부터 본격화되었다. 무엇이 문제가 되겠느냐는 리암의 오케이 싸인으로 명 프로듀서 그렉 커스틴(Greg Kurstin)이 든든한 조력자로 가세했다. 그는 아델(Adele)에게 팝씬의 새로운 여왕의 면류관(冕旒冠)을 바치게 한 「Hello」의 공동 작곡자이자 벡(Beck), 시아(Sia), 푸 파이터즈(Foo Fighters), 핑크(Pink) 등 쟁쟁한 뮤지션들과 합을 맞춘 안성맞춤의 프로듀서다.
까다로운 성향의 리암이었지만 작업의 진행은 의외로 환상적이었다는 후기를 전하며 그렉 커스틴에 대한 큰 신뢰를 보였다. 곡에 대한 주된 아이디어를 리암이 가져오면 많은 대화를 통해서 곡을 가다듬고 차근차근 완성해나가는 방법이었다. 이들의 첫 결과물이자 첫 데뷔 싱글인 「Wall of glass」는 캐치한 코러스 라인과 트렌디한 기타, 베이스를 중심으로 짜인 다양한 악기의 하모니가 압권이다. 오아시스 스타일의 수많은 히트 싱글 레퍼토리와 함께 리스트를 꾸려도 어색함이 없다. “거대한 기타 훅 흥겨운 멜로디 요동치는 리듬 리암 갤러거의 목소리”라는 위대한 오아시스의 혈통까지 완벽하게 이어받으며 히트 공식에 확실하게 적용시켰다. 리암이 만들어낸 새로운 버젼의 「Supersonic」에 많은 팬은 찬사를 보낼 것이 자명하다.
「Wall of glass」의 성공적인 녹음이 좋은 시초가 되었다. 「Paper crown」, 「Come back to me」 그리고 「It doesn’t have to be that way」는 킹크스(The Kinks) 스타일의 사이키델릭 록과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와 같은 클래식 록을 러퍼런스로 삼은 작품들이다. 이 모든 곡을 그렉 커스틴과 함께 프로듀싱하고 직접 연주했다. 항상 존경해 마지않는 1960~70년대의 록밴드들에 대한 존경과 경외를 현재의 방식과 자신만의 스타일로 녹여낸 것이다. 런던에서는 새로운 파트너로 낙점된 댄 그레치 마가렛(Dan Grech-Marguerat)과 합을 이뤘다. 그 역시 킨(Keane), 쿡스(The Kooks), 백신스(The Vaccines)와 같은 아티스트들과 수많은 수상경력을 갖춘 탁월한 능력의 프로듀서다. 런던 세션의 뮤지션들에는 기타리스트 마이크 무어(Mike Moore)와 키보디스트 마틴 슬래터리(Martin Slattery), 드러머 댄 맥도걸(Dan McDougall) 등이 포함돼있다. 자연스럽게 리암 갤러거는 이들과 라이브 밴드 라인업도 구성한다.
지금의 리암 갤러거를 있게 해준 아티스트를 뽑자면 단연 비틀즈(The Beatles)와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존 레논(John Lennon)은 그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심지어 아들의 이름을 레논(Lennon Francis Gallagher)라고 지었으며, 자신이 존 레존의 환생이라는 허언을 했을 정도니 그의 모든 음악에 존 레논의 숨결이 녹아있음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무엇보다도 리암 갤러거는 발매 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음악을 단 한 곡으로 집약했다. 바로 존 레논의 「Cold Turkey」다. 단순명료한 비유지만 이보다 더 확실한 설명은 없을 것 같다. 「You better run」은 비디 아이의 데뷔 앨범 수록곡 「Beatles and stones」와 같은 방식으로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았다. 작법의 스타일은 물론이거니와 비틀즈의 「Helter skelter」와 롤링 스톤즈의 「Give me shelter」의 제목을 가사에 차용하는 센스를 보였다. 「Universal gleam」는 존 레논이 작곡한 비틀즈의 마지막 싱글 「Real love」의 멜로디를 떠오르게 하는 아름다운 발라드다.
리암 갤러거의 첫 솔로 앨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모든 노래와 이를 구성하는 파트 모두가 저마다의 목적이 있다는 점이다. 활기차게 넘실거리는 보 디들리 비트(Bo Diddley beat)가 인상적인 「Greedy soul」은 감사할 줄 모르고 죽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리암 갤러거의 새로운 대표곡이 될 세 번째 싱글 곡 「For what it’s worth」에 대해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용서에 대해서 노래하고 싶었다. 한 사람이 아니라 나를 알고 있는 모두에게 말이다. 나는 미안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서툰 사람이다. 이 노래를 대신에 모두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군더더기라 할 것도 없고, 잘라내야 할 것도 없다. <As You Were>는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스토리의 단면을 명확하게 전달하게 한다. 그의 메시지는 바로 감사와 용서다.
형 노엘은 <Who Built the Moon?>(2017)라는 세 번째 솔로 프로젝트의 발매를 11월에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의 아쉬움은 변함없이 현재로 이어진다. 형제가 제아무리 뛰어난 작품을 선보인다고 해도 전 세계 모든 팬의 관심사는 오로지 오아시스만을 향한다. 해체 이후 지금까지 대부분의 인터뷰 첫 질문은 오아시스의 재결합에 관련한 것이었으니 이들을 향한 사랑이 아직 식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이에 대해 리암 갤러거 모든 것이 준비돼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노래들을 들려주고 비디 아이의 곡을 연주할 수도 있다. 그리고 형만 허락한다면 오아시스 활동에 대한 희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게 무엇이든 자신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에 대해 명확해졌다. 이제는 다시 사람들 앞에서 그들이 기다리던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As You Were>의 선율은 멜로디 마에스트로인 형 노엘 갤러거의 재능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차고 넘친다. 언제나 존 레논이 되고 싶었던 로큰롤 키드의 성찰(省察)은 <As You Were>라는 이름으로 완성되었다.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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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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