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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버그, 여전한 날 것의 목소리

제이크 버그(Jake Bugg) 'Hearts That St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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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와 달리 미디어의 관심에서 밀려났다 할지라도 제 길을 걸어가는 제이크 버그를 묵묵히 바라볼 수 있는 앨범이다. (20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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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에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밥 딜런을 연상케 하는 날 것의 목소리를 지닌 그다. 이번 4집 역시 어떤 방식이든 여전히 자기 음악을 하겠다는 태도를 담았다. 3집 <On My One>에서는 처음으로 모든 곡을 홀로 써내며 싱어송라이터의 자질을 여과 없이 보였다. 그러나 「Gimme the love」, 「Ain’t no rhyme」의 강렬한 힙합 비트와 줄어든 멜로디는 갈피를 잡지 못한, 다소 성급한 도전의 결과물이었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신은 대중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그는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 떠났다. 다양성의 추구는 아티스트에게 필요하지만, 자신의 색과 전혀 다른 장르를 넘나드는 모험은 독이 될 수 있다. 다행히도 이번 4집은 다행히 안정을 찾아 돌아온 모습이다. 그가 1집으로 돌아갔다는 의미는 아니다. 데뷔작의 그늘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끊임없이 시도하려는 태도는 여전히 담겨있다. 다만 개성 넘치는 목소리와 더불어 장기인 포크, 블루스, 컨트리의 색깔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도감을 준다.

 

무엇보다 팝 가수와의 협업을 허락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가 달라졌다. 처음으로 보컬 피처링이, 그것도 마일리 사이러스의 동생 노아 사이러스(Noah Cyrus)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원 디렉션에게 작곡도 하지 않는 밴드라고 독설을 날린 그에게도 예외는 있었다. 음악 구성 자체에도 변화를 줬다. 처량한 발라드 「The man on stage」에는 피아노와 현악으로 비장함을, 스탠더드 팝의 향이 감도는 「Waiting」은 브라스 편곡이 올드 팝 느낌을 배가한다. 전작에서 힙합 비트와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더한 것과 달리, 그에게 어울리는 어쿠스틱한 맛이 살아있다.

 

블랙 키스의 프런트 맨, 댄 아우어바흐(Dan Auerbach)의 앨범인 <Waiting On A Song> 제작진이 참여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작품의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퍼거슨, 여러 건반 악기를 연주한 바비 우드(Bobby Wood)를 비롯해 제이크 버그가 원하는 사운드를 최적으로 구현할 베테랑들이 함께했다. 곡에서도 그들의 흔적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How soon the dawn」에서는 산뜻한 코러스와 라틴 퍼커션이, 「Burn alone」에서는 특유의 노이즈 낀 로커빌리 사운드가 돋보인다.

 

1집의 충격은 2집을 아쉬움으로 만들고, 한 발짝 더 나아간 세 번째 음반은 다소 수용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걱정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Hearts That Strain>에서는 20대 중반에 접어든 만큼 더 성숙해진, 그러면서도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듣기 좋은 선율로 녹여 들려준다. 과거 찬란한 시절의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받아, 전자음악이 강세인 현재 그들의 영혼을 다시 꺼내오는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 초창기와 달리 미디어의 관심에서 밀려났다 할지라도 제 길을 걸어가는 그를 묵묵히 바라볼 수 있는 앨범이다.


정효범(wjdgyq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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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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