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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앤비 신에 나타난 오리엔탈 감성, 칼리드
칼리드 〈American Teen〉
예민한 10대 소년의 결핍은 영원할 것이고 칼리드도 예외는 아니다. 음악을 통해 결핍을 토로한 그가 마침내 위안 받는 매개는 천사들(「Angels」), 종교적 구원이다.
트렌드에 영합한 최신 알앤비 보컬들이 앞다퉈 예쁘장한 가성을 내세우는 와중, 19살 미국소년 칼리드(Khalid)는 특유의 탁음으로 그만의 포지션을 차지한다. 으레 아랍계 남성의 이름으로 명명되는 「Khalid(영원)」란 명칭이 나타내듯 그의 목소리는 제 3세계의 향취를 양껏 품고 있다. 무심하게 노랫말을 읊는 모양새가 성서를 외는 성자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그는 -새하얀 옷을 차려입은 것이 그러한 연상을 의도한 것으로도 보인다- 투박한 발음과 허례 없는 기교를 장점 삼아 기름기 가득한 알앤비 신에 산뜻한 오리엔탈 감성을 선사하고 있다.
동양부의 감취로 인해 듣는 이로 하여금 생성시킬 수 있는 정체성 혼동의 여지를 「American teen」을 통해 초장에 정립한다. 스스로 미국인으로서 당당함과 자부심을 드러내어 앨범 전반에 일관된 스탠스를 확립하고 있다. 변덕어린 10대의 심신을 가감 없이 표출한 메시지는 그의 진솔함에 확신을 더한다. 본격적으로 이어지는 주요 스토리텔링은 당연하게도 사랑과 이별 이야기. 확고한 자아를 바탕으로 내뱉는 감정들은 아랍계 미국 소년이란 지점에서 차별화된 공감대를 형성해낸다.
미니멀리즘을 기조로 한 싱어송라이팅이 단번에 눈에 띈다. 바야흐로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시대를 맞이하여 밀레니엄의 수혜를 체득한 그는 몇 가지의 힙합 비트와 80년대 전성기를 누린 몇몇의 전자음만으로도 간단명료한 리듬감을 구축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중독적인 후렴을 기반으로 한 무드 음악에 구심을 두었다는 점이다. 부단히 움직이는 신시사이저와 간간이 등장하는 백그라운드 코러스, 툭툭 내던지는 보컬의 ‘쿨함’이 융화하며 뭉근한 그루브를 이루어낸다. 특히 「Young dumb & broke」, 「8Teen」, 「Winter」가 일품이다.
모바일 세대다운 가사 표현도 빠지지 않는 매력 중 하나이다. 「American teen」에서의 우버 택시 등장과 「Location」의 위치 전송 요청(Send me your location), 「Saved」의 전화번호에 대한 집착(?) 등 개인적인 소회를 실제 소재로 구체화한 것이 그러하다. 이제는 전 세대의 일상 안으로 스며들고 있는 스마트폰의 상용성을 노래를 통해 가시화함으로써 시의적인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다. 다만 「Hopeless「, 「Keep me」 「Shot down」 트랙에서의 중복된 정서 나열은 아쉬움을 남긴다.
조그마한 기기 하나면 전 인류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초월하는 무한한 소통이 언뜻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토벌한 듯 보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예민한 10대 소년의 결핍은 영원할 것이고 칼리드도 예외는 아니다. 음악을 통해 결핍을 토로한 그가 마침내 위안 받는 매개는 천사들(「Angels」), 종교적 구원이다. 거실에서 만난 천사들(I’ve been seeing angels in my living room)은 종교적 의미에서 더 나아가 가족의 의미까지 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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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