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그의 첫 솔로 행보는 전작 <흐린 길>이었다. 제목 따라 간다더니 타이틀처럼 브로콜리너마저라는 거대한 이름 뒤에 ‘흐릿한’ 모습으로 길 위에 서 있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다르다. 먼저 가사와 편곡이 조금 변했다. 이전보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스스로의 이야기(혹은 그렇다고 착각하게끔 만드는)를 하고 간소화한 편곡으로 가사의 밀도를 높였다. 사운드보다 가사에 집중한다는 전략적인 태도다. 듣는 이는 자연스럽게 말하는 이를 주목하게 되고, 그 덕분에 길지 않은 러닝타임 뒤엔 윤덕원이라는 세 글자만 오롯이 남는다.
가사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해서 특유의 덤덤한 구어체가 사라진 건 아니다. 문장보다는 안에 담긴 메시지를 강화했다. 그의 노랫말은 여전히 투박하고 담백하지만 마음에 깊게 파고든다. 순전히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 덕택이다.
닳고 해져버린 연인(「농담」), 짝사랑 중인 사람(「두 계절」), 결혼하는 동생을 지켜보는 오빠(「축의금」). 특별할 것 없는 보편적 상황 속에서도 그는 찰나를 포획한다. 그 뒤 첨예한 핀조명으로 아주 자세하고 집요하게 인물을 비춘다. 그제야 스쳐 지나갈 때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의 표정과 마음결이 보인다. 달변은 아니나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전달력 있는 목소리와 공감 가능한 가사라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솔로 기반을 다졌다.
일상을 닮았고, 일상을 담은 앨범이다. 그러나 작은 일상이 불현듯 가슴 속으로 뛰어들어 아찔함을 선사한다.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만들어낸 감성, 감정의 폐부를 단숨에 도려내는 대담함을 동시에 가졌다. 이런 그의 저력이 사소한 것을 특별한 ‘어느 한 순간’으로 만든다.
강민정(jao1457@naver.com)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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