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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차은주의 가창

차은주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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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홀가분한 마음만큼 편안해진 음악도 반갑다. 경중(輕重)과 관계없이 차은주의 가창은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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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주에게 봄이 왔다. 2014년 4집 <다시 위로>에 이별과 상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면, 지난해 연이어 발표한 싱글 「Goodybye love」, 「아름다운 시간」은 한편에 남아있던 미련을 지워내는 작업이었다. 긴 머리를 고수했던 그가 단발이 되어, 데뷔 이래 가장 화사한 노란 배경 앞에 섰다. 음반 역시 고집했던 정규 앨범이 아닌 단출한 EP의 형태다. 이처럼 <Blossom>은 그 외형만으로도 상당한 변화를 암시한다.

 

달라진 마음가짐은 노랫말에도 드러난다. 산뜻한 키보드 워크에 맞춰 ‘혼자 홍대 골목 어느 카페’를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심심해」) 색다름을 넘어 신선하다. 한편으로는 말끔히 닦아내지 못한 지난 감정의 잔해도 발견된다. 그는 2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원망을 하고(「Samething」) 그리워해도(「사랑은 여기 머물러」, 「영혼만은 영원토록」) ’겨울 뒤에 봄이 오듯이’ 일어서리란 다짐(「꽃이 피듯이」)을 담담히 전한다. 5곡의 이야기에는 일정한 흐름이 없어 무질서하지만, 뒤죽박죽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다는 점에선 오히려 현실적이다.

 

자기 고백적 가사는 탄탄한 음악으로 생명력을 얻었다. 작곡에 다수 참여했던 과거와 달리 오랜 음악 파트너 흑꼬와 더클래식 박용준에 일임한 것이 특이점. 건반을 중심으로 한 선명한 팝 멜로디에 흔들림 없는 단단한 가창이 맞춘 듯 알맞게 들어찼다. 특히 중저음역의 또렷한 전달력은 압도적이다. 힘을 빼고 가볍게 리듬을 타는 「심심해」, 반복되는 후렴으로 비장한 각오를 내비친 「꽃이 피듯이」, 서정적 선율을 긴 호흡으로 풀어낸 「영혼만은 영원토록」 등 수록 곡 면면에서 보컬리스트로서의 저력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내러티브와 곡 해석의 측면에서 근사한 결과물이다. 그의 새로운 일면을 조명한 가사가 여운을 남긴다. 한결 홀가분한 마음만큼 편안해진 음악도 반갑다. 경중(輕重)과 관계없이 차은주의 가창은 탁월하다. ‘비 온 뒤 햇살이 오듯이’, 어둠을 지나온 그가 꽃을 피웠다.


정민재(minjaej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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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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