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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창을 닫아야 할 때

불편한 소식은 불편한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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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메시지가 열 줄이 넘어간다 싶으면 대화창을 닫고 이메일로 장소를 옮기거나 상대가 편한 시간에 통화를 시도하자. 가까운 데 있는 동료라면 찾아가 대화를 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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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imagetoday

 

까톡.

 

오전 7시, 집을 나서면서 대화창을 열어보니 김 대리였다.

 

“과장님, 죄송한데 제가 몸살이 넘 심해서... 출근이 힘들 것 같습니다.. ㅠㅠ”

 

중요한 보고가 있어 팀원이 총동원되는 날이었다. 안부부터 묻는 게 순서인 건 알았지만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많이 아파? 오전까지 보고용 그래픽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어쩌지?”


“저도 어떻게든 나가려 했는데... ㅠㅠ 죄송해요...ㅠㅠ”

 

울고 싶은 사람은 최 과장이었다. 얼마나 아프면 저럴까 싶다가도 몇 시간 뒤 있을 보고를 생각하니 눈 앞이 깜깜해졌다. 게다가 전화를 해도 모자랄 판에 문자 메시지 몇 줄로 양해를 구하다니.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정말 아픈 거 맞아? 당혹감을 넘어 화가 나기 시작했다.

 

 

불편한 소식은 불편한 방법으로


직장에서의 하루를 돌아보자. 통화를 하거나 마주앉아 대화하기보다 문자메시지(혹은 메신저) 사용이 늘어간다. 쉽고 편한데다, 표정이나 말투에 신경 쓰지 않고도 내 뜻을 전할 수 있어서일 것이다. 갑자기 약속을 취소하거나 상대의 제안을 거절하는 등 불편한 소식을 전해야 할 때, 쉽게 말해 ‘내가 미안한 상황’에서 문자메시지의 유혹은 더 강해진다. 상대의 실망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보다 대화창 뒤에 숨어 이야기하는 게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쑥스러워서, 상대가 바쁠까봐, 말실수를 피하려고... 문자메시지를 택할 핑계는 많다. 게다가 요즘엔 이모티콘이 다양해져 거의 모든 감정 표현을 대신해준다. 문제는 문자메시지가 쉽고 흔하다는 걸 상대도 알고 있다는 점이다. CEO 출신 저자가 30년 기업생활을 바탕으로 쓴 『베타 커뮤니케이션』에서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커뮤니케이션과 상대방이 하고 싶은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의 경우 차이가 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야 내가 원하는 것의 성공 확률도 올라간다.”(『베타 커뮤니케이션』, 242쪽)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메시지 자체뿐 아니라 그걸 어떻게 전하느냐까지 포함한다. 불편한 이야기일수록 문자메시지보다는 통화나 직접 대화를 통해 오해를 없애고 마음을 전하는 게 낫다. 홍 대리도 ‘급히 드릴 말씀이 있는데, 지금 통화 가능하세요?’ 문자를 보낸 후 전화를 걸어 최 과장에게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했다. 오가는 대화 속에 좋은 대안이 나올 수도 있다.

 

 

열 줄을 넘기면 대화창을 닫자


구구절절 쓰다 보면 메시지가 열 줄이 넘어가기도 한다. 업무 진행 상황을 보고하거나 고민을 토로할 때 혹은 자신의 심경(고마움, 미안함 등)을 전하는 등의 경우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화면에서 우리 뇌는 경쾌한 단문에 익숙하다. 상대는 당신의 긴 글을 읽으며 피로감을 느끼는 동시에 그와 비슷한 분량의 회신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또, 단문 메시지는 실시간으로 상대의 반응을 살피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지만 장문은 다소 일방적이어서 평소 충분한 교감이 없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회신해야 할지 감 잡기가 어렵다.

 

상대와 나의 온도차도 고려하자. 퇴근 후 저녁, ‘오늘 보고 때 실수가 많아 죄송했습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상사에게 보냈는데 그 시각 상사가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있다면 당신의 뜨거운 반성문은 ‘뜬금 없다’는 인상을 주거나 잊혀질 수도 있다. 문자메시지가 열 줄이 넘어간다 싶으면 대화창을 닫고 이메일로 장소를 옮기거나 상대가 편한 시간에 통화를 시도하자. 가까운 데 있는 동료라면 찾아가 대화를 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핑퐁게임이 시작됐을 때


열 걸음만 걸으면 닿을 옆 팀 사람과 메신저로 누가 잘못했네, 내 책임이 아니네 하며 핑퐁 게임을 할 때가 있다. 온라인 상에서 붙은 불이 때로는 오프라인으로 옮겨가 얼굴을 붉히고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비언어적 메시지(표정, 말투, 뉘앙스)가 차단된 상태에서 이해관계가 부딪힐 경우, 상대편 말의 맥락을 모르고 확대 해석하거나 오해해 갈등이 깊어지는 것이다. 그럴 때 누구 하나라도 “제가 전화 드리겠습니다” “지금 시간 되시면 잠깐 티타임 하실까요?” 제안하면 상대는 머쓱해하다 결국엔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내가 오해했네’ ‘저 사람 원래 스타일이 저렇군’ 깨달음을 얻거나, 듣는 귀와 보는 눈이 많은 데서까지 부딪히기 부담스럽기 때문일 수도 있다. 메신저 창 뒤에서 더 뾰족해지거나 필요 이상으로 방어적인 동료가 있다면 찾아가 먼저 말을 걸어보자. 내가 그러지는 않는지 점검해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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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남인(<회사의언어> 저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사회부에서 각종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경찰기자, 교육 이슈를 다루는 교육기자로 일했으며 문화부에서는 서평을 쓰며 많은 책과 함께했다. 다른 의미 있는 일을 찾아 2013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HR Communication을 담당하다 현재 SK 주식회사에서 브랜드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과장을 시작으로 차장, 부장을 압축적으로 경험했고 그 사이 한 번의 이직까지 겪으며 다양한 장르와 층위의 ‘내부자의 시선’을 장착할 수 있었다. 기자였다면 들을 수 없었던, 급여를 받고 노동을 제공하는 ‘우리’가 일하고 관계 맺고 좌절하고 성취하는 진짜 이야기들을 책『회사의 언어』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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