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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고 두려워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올 한 해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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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페미니즘이 더 많은 연대를 이끌어내면서 조화로운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차이를 포용해야 하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즘이라는 높은 기준을 세워놓고 그 기준에 못 맞추면 끌어내리려고 한다면 누구도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1. 오프닝

 

과학자들은 수심 200미터보다 깊은 곳을 심해라고 정의합니다.
그 바다 아래는 햇빛도 닿지 않고 압력도 높기 때문에
해양생물이 살 수 없을 거라고 믿었지만
오히려 열대우림을 방불케 하는 해저 생태계가 있다고 하죠.
지구 생물 다양성의 상당 부분은 그 200m 아래, 심해에 감춰져 있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우린 어쩌면 이제 겨우 그 시작점까지만 깊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야구 얘길 해볼까요.
포수는 한 게임을 뛰면 대략 200번은 앉았다 일어나야 하구요.
투수의 경우, 이닝당 삼진비율이나 땅볼 유도율 같은 게
통계학적 가치를 갖게 되는 건
타자와 맞대결한 횟수가 200번 이상일 때라고 합니다.

 

우유 한 팩은 200ml, 두부 한 모는 200g,
불고기 1인분, 사과 한 알, 그리고 밥 한 공기도 모두 200g. 
이런 것들로 차린 1인분의 소박한 밥상 정도라고 하면 어떨까요.
 
사실 200은 큰 숫자가 아니죠.
200자 원고지를 빽빽하게 채워봤자 시 한 편이나 쓸 수 있을까요.
그 작은 벌들도 1초에 200번 넘는 날개짓을 한다고 하니까요. 
그래도 2억년 전에 생겨난 벌들이 지금도 생존하는 이유가
바로 그 무수한 날개짓 때문이라고 합니다.

 

200번의 수요일, 200번의 이야기, 200편의 시,
그리고 200번의 당신, 200번의 우리!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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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가 되지 않기보다는, 나쁜 페미니스트를 택하겠습니다."
록산 게이는 테드 강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는 존재할 수 없는 완벽한 페미니스트를 향함이 아닌, 페미니스트로서의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겠다는 선언이었죠. 록산 게이가 말하는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자는 제안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그것은 어떻게 이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하는지 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편에 서자는 뜻은 아니었을까요?
작가의 당당한 제안을 통해 올 한 해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페미니즘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1) 책 소개


아마존 페미니즘 분야 1위를 기록하며.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아마존 올해의 책에 선정된 퍼듀 대학 교수 록산 게이의 책. 저자는 페미니즘이 더 많은 연대를 이끌어내면서 조화로운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차이를 포용해야 하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즘이라는 높은 기준을 세워놓고 그 기준에 못 맞추면 끌어내리려고 한다면 누구도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테드 강연 <나쁜 페미니스트의 고백>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기보다는, 나쁜 페미니스트를 택하겠습니다." 이는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 두렵고 불편하더라도, 페미니스트로서의 소신을 지키며 살겠다는 선언이다. 동시에 수많은 규칙과 규범, 정치적 올바름을 요구하는 근본주의적 페미니즘에 대한 다른 견해이기도 하다.

 

저자는 아이티 계 이민자 가정의 딸이자, 흑인 여성이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 벌어진 페미니즘 운동이 백인 중산층 여성에 한정되어 있었음을, 성적 소수자들을 배제하고 있었음을, 대중문화는 여전히 백인들이 중심이 된 다양성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하고 젠더, 섹슈얼리티, 인종 차별에 관한 아주 사적이면서도 정치적인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다.

2) 저자 : 록산 게이


퍼듀 대학 교수, 소설가, 에세이스트, 문화 비평가, 뉴욕 타임스의 필자,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타이니 하드코어’ 출판사의 설립자 등 글쓰기와 관련된 영향력 있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록산 게이는 아이티계 미국인으로 1974년 네브라스카에서 태어났다. 그는 비교적 풍족한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이민자 가정의 흑인 여성이라는 점은 그가 싸워나가야 할 ‘차별’의 근원지이기도 하다. 그는 페미니즘이 자신에게 많은 답을 주었다고 인정하면서 오늘날 ‘두렵고 불편한’ 페미니즘을 거부하지 않고도 페미니스트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 시절 이사를 많이 다니는 탓에 친구가 아닌 책과 가까워졌고 십대 시절부터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그의 글쓰기는 사적인 경험과 학술적이고 까다로운 비평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 흥미로운 소설처럼 읽히지만 이론서 못잖은 지식과 성찰을 안겨다준다. 또한 그의 특별한 재능인 ‘유머’는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자 행운이다.


『나쁜 페미니스트』는 출간 후 페미니즘 분야 1위, 아마존 올해의 책,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면서, 거의 유례없는 찬사와 리뷰를 받았으며, 저명한 페미니스트 학자들과 행동가들이 여성 저널에 ‘대중적인 페미니즘의 도발’이라는 제목으로 『나쁜 페미니스트』의 서평을 올리기도 했다.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매체가 앞 다투어 리뷰를 올리는 열광적인 반응을 두고 타임지는 “2014년은 록산 게이의 해”라고 선언하면서, 흑인, 여성, 성소수자의 정체성과 특권 같은 복잡한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쓰고 생각해보지 못한 면을 건드린다고 극찬했다. 영국 가디언지의 비평가 키라 코크레인도 조언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전화하고 싶은 친구의 목소리라며, 그의 글이 차분하고 분별력 있고 유머감각이 넘치며, 성숙하고 경험이 풍부하지만 쉬운 타협안을 내놓지 않는다고 평했다. 장편 소설 『언테임드 스테이트』 단편집 『아이티Ayiti』를 출간한 바 있다.

 

◆ 201-202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글쓰기의 힘』 &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2016년. 한 해 동안 읽어 내려가거나 '빨간책방'을 통해 만난 책들.
그 책들이 꽂혀 있는 서재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 책 속의 글은 어떻게 쓰여진 걸까? 나도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질문에는 답을 말하기보다는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가요? 앞선 200번의 이야기처럼 말이죠.
『글쓰기의 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이 두 권의 책과 함께 글쓰기의 힘을 믿는 여러분과 2016년 마지막 방송을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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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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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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