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악조건 속 컴백이다. 혜성처럼 등장해 한때는 가요계를 종횡무진 했지만, 지금 그의 귀환을 반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활로를 위해 택한 방법은 허세 없는 정공(正攻). 「Somebody else」, 「Better together」 등에서 보여줬던 최신 경향의 댄스 팝, 「I’m going crazy」, 「내가 노래를 못해도」의 정제된 보컬을 동시에 꺼내들었다. 음반은 확실히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만으로 채워져 있다.
당당한 자의식의 앨범 타이틀은 허울이 아니다. 음반 참여 비중은 과거 작사 위주에서 전 곡 작사, 작곡으로 확대됐다. 지난 궤적을 돌아보면 유난히 앨범 타이틀에서 자신의 이름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내비쳐왔지만, 창작과 제작의 전면에 나선 컴백 작의 포부는 남다르다. 잘 가꿔진 아이돌 스타를 탈피해 전방위 아티스트로의 영토 확장을 노리는 것. 넘치는 의욕에 부합하듯, 앨범은 트렌디한 댄스와 알앤비로 중무장했다.
문제는 음악적 내실이다. 특히 마크 론슨과 브루노 마스의 「Uptown funk」에 맞닿아 있는 타이틀곡 「GIVE IT TO ME」의 포지션이 애매하다. 1년 전에 나왔으면 시기가 맞았을까. 지난 한 해를 휩쓴 브라스 리프는 이제 진부해졌고, 설상가상으로 소리의 질감마저 눈에 띄게 앙상하다. 10년 전 <24/SE7EN>에 수록해도 어색하지 않을 「5-6-7」 역시 궤를 같이 한다. 후렴에 배치한 일렉트로닉 소스와 기조는 「난 알아요」, 「밤새도록」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은 여전하다. 오랜 휴식에도 댄스의 맛을 내는 리듬감, 특유의 감정 표현력은 그대로다. 매끈한 보컬 운용과 선율이 상승효과를 낸 「잘자」, 반복되는 명료한 프레이즈와 비트로 은근한 중독을 유발하는 「11:30」에서 잘 세공된 가창의 힘이 십분 발휘된다. 퓨처 알앤비 사운드에 자전적 가사를 덧댄 「괜찮아」는 「와줘」, 「한번 단 한번」 등의 진화 버전이라 할만하다.
전반적으로 무난하지만, 다사다난했던 4년 8개월의 간극을 채우기엔 지나치게 밋밋하다. 자신의 특기를 한껏 풀어놨음에도 그 매력이 제대로 표출되지 않았다. 음악 자체의 흡인력이 높지 않은 탓이다. 감각적 측면에서 다소 뒤처진 듯한 모습이 보이는 것 또한 치명적이다. 과거의 기량이 건재함을 천명하는 데는 성공했으니, 이제 그만의 청사진을 명확하고 ‘엣지’있게 제시할 때다.
정민재(minjaej92@gmail.com)
관련태그: 세븐, I Am SE7EN, 컴백, 내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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