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단어에는 스토리가 있다
단어의 뜻은 맥락이 결정한다
사전을 외웠느니, 하루에 단어를 몇 십 개를 외느니 하는 말들은 모두 필자가 보기에 무식한 학습 방법이다. 단어를 많이 알수록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게 왼 단어는 막상 문장을 해석하려고 하면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The meaning of a word is decided by its company.
(한 단어의 의미는 그것의 친구에 의해 정해진다.)
영국의 한 문학가가 한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한 단어의 의미는 그 단어가 속한 문장에 의해 정해지고, 한 문장의 의미는 그 문장이 속해있는 단락에 의해 정해진다. 그러니까 맥락을 벗어난 채 고립된 단어는 그 의미를 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단어의 의미는 가능한 의미들 중의 하나일 수는 있지만, 고정된 의미를 확정할 수는 없다.
필자는 영어 학습자들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book의 의미가 뭐냐?’고. 대부분의 학습자들은 마치 필자가 자신을 무시했거나 아니면 질문의 의도를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기 일쑤이다. 설마 필자가 ‘책’이란 의미를 물어본 것은 아닐 테니까. 그렇다고 book의 의미로 ‘예약하다’를 물어본 것인지 어떤지도 알 수 없고. 더욱이 father의 뜻을 물어보면 일부는 ‘신부’라는 대답을 한다. 공부를 좀 한 학생이라고 할 수 있다. father가 ‘아이를 두다,’ ‘아버지가 되다’란 뜻이 있음을 아는 학습자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father의 의미가 ‘아버지’보다는 ‘아이를 가지게 되다’가 더 고급의 의미라고 할 수는 없다. 필자가 의도하는 것은 다만 가능한 의미들 중 의외의 의미들도 있다는 것이고, 그러한 가능한 의미들을 알아두는 것이 실제 문장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일 뿐이다.
필자가 이렇게 말하면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사전의 기능은 무엇인가요? 사전은 말 그대로 가능한 의미들 중에서 예측 불가능한 정보들을 수록하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면 어떤 단어는 사전에서 여러 쪽에 걸쳐서 그것의 가능한 의미들을 수록해두고 있다. 영어의 have, make, get, do 등과 같은 단어들은 정말 수십 가지의 의미가 있어서 웬만한 상황에서는 이들 중 하나를 쓰면 대략 통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영어 학습이 어떤 것일지 감이 잡힐 것이다. 맥락도 없이 단어들을 무대포로 암기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학습자들은 이런 식으로 무식한 방법을 쓴다.
사전을 외웠느니, 하루에 단어를 몇 십 개를 외느니 하는 말들은 모두 필자가 보기에 무식한 학습 방법이다. 이러한 무식한 방법이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어를 많이 알수록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게 왼 단어는 막상 문장을 해석하려고 하면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해석은 되는데 의미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학습자들 중 대다수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단어를 외는 사람들이다. 맥락을 벗어나서 단어의 의미를 외는 것은 병에 대한 진단도 없이 몸에 좋다는 약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가장 효과적인 단어 학습 방법은 주어진 맥락을 먼저 파악해보고 거기에 맞을 것 같은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 확인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주어진 단어의 의미를 예측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 문장이 대략 10~20여 개의 어휘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대부분의 단어들의 의미를 알고 다만 한두 개의 의미만을 모른다고 한다면, 전체적인 의미도 거의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르는 단어들의 의미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사전을 찾는 목적은 문장을 읽어가면서 예측해본 의미를 확인하는 정도이지, 주어진 문장의 의미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사전을 찾아서 의미를 알아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극단적인 경우에는 주어진 글은 읽지도 않고 눈으로 훑어가면서 모르는 단어들을 모아 사전을 먼저 찾고 문장을 해석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게 해서는 정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미리 찾아놓은 단어의 의미들 중 대다수는 결국 문장의 의미와 관계가 없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필자도 중학교 때 이러한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었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기 위해 먼저 모르는 단어들을 쭉 표시하고 그것들을 사전에서 찾아 의미들을 적은 후, 마침내 책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적어놓은 단어장을 참고했지만 대다수의 경우에 찾아놓은 의미들이 전혀 맞지 않아서 다시 사전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영국의 문학가가 단어의 의미는 그 친구들에 의해 정해진다고 했겠는가. pretty란 단어의 의미는 같이 쓰인 단어가 무엇인가에 따라 그 의미가 정해진다. 가령 pretty 옆에 girl이 오면 ‘예쁜’이란 의미지만 pretty 다음에 much가 쓰이면 ‘매우’란 의미가 된다. 그러니까 사실 pretty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단어 시험을 보는 것은 정말 넌센스다.
주어진 문장에서 특정한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어볼 수는 있지만, 서두에서 말한 대로 고립된 상태에서 특정한 단어의 의미를 물어보는 것은 마치 수많은 가능한 의미들 중 하나를 말해보라는 것과 같다. 그런 것도 물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슨 의미든 알면 도움이 될 테니까. 『글쓰기의 요소』의 부록으로 실려 있는 철자를 틀리기 쉬운 단어들을 보면 모양만 비슷하지 의미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단어 쌍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문장에 가장 잘 맞는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글쓰기에서 중요하지만 사소한 실수로 엄청난 의미 차이를 초래하는 것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confirm(확인하다, 동의하다)이란 단어를 써야 할 곳에 conform(추종하다, 준수하다)이란 말을 쓰면 정반대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글쓰기는 좋은 글 읽기와도 비슷하다. 흔히 말하듯이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면 안 된다. 디코딩(해석)이든 인코딩(글쓰기)이든 단어의 의미는 결코 혼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국내 최고의 촘스키 전문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 논문 집필 당시 세계적 언어학자인 노암 촘스키에게 논문 지도를 받으며 그의 제자로 이름을 알렸다. MIT와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 방문학자로 활동했고, 중앙 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현재는 오르고라는 필명으로 활동한다. 저서로는 『한국어가 사라진다면』 (공저), 『언어의 비밀』 ,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 시리즈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촘스키, 끝없는 도전』, 『번역과 번역하기』, 『영어에 관한 21가지 오해』, 『최소주의 언어학』 등이 있다.
<윌리엄 스트렁크> 저/<장영준> 역14,850원(10% + 5%)
『글쓰기의 요소(Elements of Style)』는 영어의 기본을 오직 18가지 핵심 원칙으로 제시한 영어 학습서다. 1918년 초판이 출간되어 약 100년간 1,000만 부 이상 팔린 전설의 책으로, 영미권 사람들이 잘 쓴 영어와 잘못 쓴 영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