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권계현의 영국 영어 이야기
결국 단어, 올바른 단어의 강력한 힘
Right Words at the Right Time
여러분이 영어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단어학습입니다. 단어는 문법에 우선합니다. 단, 단어는 반드시 '문장 속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익혀야 합니다.
영어로 '여자'를 의미하는 단어는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Lady, Woman, Girl, Female이 그것입니다. 모두 여성을 의미하지만 가지고 있는 단어의 느낌과 용례는 좀 다릅니다. 'Lady'는 보통 고귀하고 사회적 상류층의 느낌을 주는 반면 'Woman'은 Man에 대칭되는 말로 남성에 대항하여 독립적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사회적으로는 중립적인 의미이나 그렇게 respect가 있는 단어는 아닐 것입니다.
정말 중립적인 의미로 쓴다면 'female'을 쓰면 되고 'girl'이란 표현은 성인 여성과 대비되는 비성인 여성을 지칭하지만, 비서나 리셉셔니스트처럼 비교적 하부단의 업무를 하는 여성에 대하여는 나이가 들어도 girl이라는 명칭을 사용합니다.
이처럼, 적절한 단어를 적절하게 쓰지 못한다면 아무리 영어를 유창하게 말한다 하더라도 부자연스럽게 들릴 것이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뜻이 곡해되거나 상대방을 모욕하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동물농장(Animal Farm)』의 저자 George Orwell은 그의 저서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에서 '적절하지 못하고 단정하지 않은(sloppy)' 영어는 좋지 못한 인상을 가져와 결국은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를 초래할 것을 암시한 바 있습니다.
"The English language ... becomes ugly and inaccurate because our thoughts are foolish, but the slovenliness of our language makes it easier for us to have foolish thoughts."
(영어는 우리의 사고가 어리석을 때 부정확하고 모양새도 우스워지지만, 언어적 지저분함은 우리가 어리석은 생각을 훨씬 더 쉽게 가지도록 만든다.)
- George Orwell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 -
조지 오웰 (George Orwell, 25 June 1903 ? 21 January 1950)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옷을 입으면 사람이 달라 보이고 상대방의 대우도 달라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락부락한 사람도 말끔한 슈트를 입으면 태도가 얌전해 지고 군복을 입히면 군인같이 행동합니다. 점잖은 사회 지도층도 예비군복을 입으면 그렇게들 달라진다고 하지요.
영어도 마찬가지 입니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단어(right words at the right time)'를 구사하는 일은 마치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따라서 옷을 잘 차려 입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일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얼마나 자기 자신을 이 세상에 잘 드러내 보이는가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옷을 잘 차려 입으면 스스로 자신감이 붙어 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단어를 구사하는 일은 상대방을 보다 쉽게 설득시키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에 동의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Right Words at the right time'의 기술을 익힐 수 있을까요?
단어 자체에 집중하라
Respecting Words
단어를 아주 정확하고 명쾌하게 쓰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는 간단한 문법적 구조를 의미하기 보다는 단어 자체의 정확한 의미와 용법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enormity와 enormousness의 의미를 구분할 줄 알고 fortunately와 fortuitously를 혼동하지 않으려 애써야 합니다.
enormity와 enormousness는 어원도 비슷하고 현대 영어 특히 미국식 영어에서는 모두 '거대하고 크다'는(gigantic scale or hugeness) 것을 의미하지만, 영국식 영어에서 enormity는 여전히 도덕적으로 주관적 판단이 내포된 '악이 거대하다'는 의미로 사용되며 따라서 '극악무도함'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를 혼용해서 사용한다면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미세한 뉘앙스의 차이를 알아차려야
또한 fortunately와 fortuitously는 같은 라틴어의 어원인 'fors'에서 비롯된 단어로, 이는 '기회나 행운'을 뜻하는 말입니다. 사실 '행운'을 뜻하는 의미로는 fortunately가, '우연히, 기회가 주어져서'의 의미로는 fortuitiously라는 말이 사용되고 발전되어 왔습니다. 현대 영어에서는 미국식 영어는 물론 영국식 영어에서도 이 두 개의 단어가 모두 '행운'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는 용례를 많이 찾아 볼 수 있으나 아직도 그 의미를 분명히 나누어 사용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러한 예는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지면이 제한된 관계로 일일이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alternately vs. alternatively, flaunt vs. flout, disinterested vs. uninterested, Frankenstein vs. Frankenstein's monster, infer vs. imply, mitigate against vs. militate against 등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선 고급스런 영어를 쓰기 위해서는 이런 단어들을 정확하게 구분하여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판단은 유보한다
Passing Judgement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정확한 용법과 단어를 구분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언어의 진화과정에 있어 무엇이 옳은 어법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가장 극명한 예를 들면 관계사나 관계대명사로 사용되는 who와 whom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와 further와 farther의 용법이 그것입니다.
further와 farther는 이제 그 뜻이 상호 호환되어 사용됩니다. 여전히 further는 '질적인' 측면, farther는 '양적인' 측면을 의미하는 것으로 되어있고, 문맥상 'additionally'라는 의미로는 further만이 사용되고 있지만 그 구분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Who와 Whom의 용례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Whom are you going to visit? For whom are you going to vote? 와 같이 목적격으로 쓸 때는 'whom'을 쓰는 것이 전통적으로 올바른 표현이며 문법적으로 맞는 문장입니다. 하지만 who와 whom의 사용의 경계가 흐려지고 특히 의문문에서 whom을 사용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Who are you going to visit? Who are you going to vote for? 이렇게 쓰는 것이 주된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언어는 살아 움직이는 것
언어는 살아있는 생명체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모바일을 손에 들고 SNS로 소통하는 시대에는 단어의 생성과 소멸 주기가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짧아졌고 그 전파속도도 빠릅니다. 기성세대로서는 이제야 조금 젊은이들 대화를 알아듣나 싶으면, 어느 새 또 다른 신조어가 나타나서 허를 찌르지요. 조금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을 듯한 단어들의 명멸에 현기증마저 느낄 지경입니다.
그러나 이는 모든 언어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적절하고 제대로 된 표현을 구사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를 피해서는 안됩니다.
즉 정확한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일은 계속적인 관심과 훈련을 요합니다.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제대로 된' 영어를 구사하겠다는 열망이 있다면 이 과정에서 하나씩 얻어지는 성취감을 느낄 것이며 결국 원어민도 감탄해 마지않는 훌륭한 영어를 구사하게 될 것입니다.
[Today's Choice]
What makes a word "real"?
Anne Curzan’s TED talk
http://www.ted.com/talks/anne_curzan_what_makes_a_word_real
(View interactive transcript를 한국어로 설정하세요)
영어에도 줄임말로부터 비롯된 신조어들이 많이 있습니다. angry와 hungry를 합친 'hangry(배가 고파서 화난 상태를 뜻함)'나 페이스북의 '친구끊기(defriend)'와 같은 단어들은 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지만, 누구나 그 뜻을 알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은어 수집가'로 소개하는 앤 커즌 교수는 수업시간에 교실에서 '은어(slang)'을 쓰라고 격려하는 유쾌한 언어역사학자로 유명합니다. 사전편찬자나 기자, 언어학교수들과 함께 '올해의 신조어'를 선정하는 것을 크나큰 즐거움으로 여기는 그녀는, '누가 진짜 단어를 결정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현대인의 언어사용과 그 변화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TED에서도 인기 있는 그녀의 강의를 들어보세요.
좀더 관심 있는 독자라면, 그녀의 블로그를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lingua franca> //chronicle.com/blogs/linguafranca/author/acurz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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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외교관이 되었다. 주호놀룰루 총영사관 영사, 주네덜란드 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했으며, 2013년 노벨평화상 수상 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법률의제 의장을 역임했다. 이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홍보팀 상무, 글로벌 스포츠마케팅담당 상무를 거쳐, 현재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전무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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