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16년 만의 음반, 애벌렌치스(The Avalanches)

애벌랜치스(The Avalanches) <Wildflower>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사이키델리아부터 디스코와 힙합까지, 그들의 내공이 된 음악들의 전반을 짜깁기한 음반은 다시금 노스탤지어의 정취를 자아낸다.

3.jpg

 

 

16년. 전작이자 데뷔작 <Since I Left You>의 거대한 아성 때문인지, 애벌랜치스는 새로운 음반을 발표하기까지 16년이라는 긴 시간을 소모했다. 항상 유쾌함과 장난기로 가득할 것 같았던 이 디제이들이 걸작 하나를 내놓고 사라졌다는 전설의 그룹처럼 되려던 찰나였다. 그동안 새로운 음반 작업에 들어갔다, 다른 뮤지션들과 협업 중이라는 등의 소식만 무성했을 뿐 결과물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는데, 주축 멤버인 로비 채터(Robbie Chater)의 병가와 다른 멤버들의 탈퇴, 샘플 클리어 문제와 완벽주의적인 고집 때문이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Wildflower>엔 16년 동안의 그룹이 남긴 족적이 그대로 담겨있다. 「Colours」와 「The noisy eater」는 이들이 행했던 프로젝트들, 각각 엠파이어 오브 더 선의 루크 스틸(Luke Steele)과의 콜라보레이션과 제작이 무산된 힙합 버전의 <Yellow Submarine>의 작업기가 남긴 트랙이다. 또한 한동안 LSD에 손을 댔었던 로비 채터의 초현실적 경험은 음반의 내외에 그대로 나타나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There’s a riot goin’ on> 커버를 사이키델릭 버전으로 변형시킨 음반의 아트워크다.

 

이렇듯 <Wildflower>은 사이키델리아를 표방한 작품이다. 1960년대부터의 사이키델릭 음악으로부터 받은 영감과 영향들이 곳곳에 묻어나는데, 특히 비치 보이스와 비틀스의 음악들이 샘플로 쓰인 「Live a lifetime love」와 「The noisy eater」과 같은 트랙들은 음반의 성향을 잘 나타내는 트랙이다. 동시에 <Sesame Street>나 <The Wizard of Oz> 등의 동화들에서 잘라 온 샘플들과 어린아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유아적인 감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보컬의 등장 또한 전작과 차이를 둘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이다. 엠에프 둠(MF Doom)과 대니 브라운(Danny Brown)과 같은 래퍼뿐만 아니라 파더 존 미스티(Father John Misty)나 머큐리 레브(Mercury Rev)의 조나단 도나휴(Jonathan Donahue) 등 인디 뮤지션들의 실질적인 보컬을 차용함으로써 얻은 멜로디와 구조의 명확성은 음반이 전작보다 쉽게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그러나 흐름이 자연스러운 전작에 비해 트랙 사이사이에 배치된 짧은 길이의 곡들이 떨어뜨리는 연계성, 다소 처지는 「Kaleidoscopic lovers」와 「Saturday night inside out」의 후반부는 음반이 가진 약점이다.

 

총 21트랙, 만만치 않은 길이임에도 쉽고 가볍게 다가온다는 점은 음반의 최대 성과이다. 또한 사이키델리아부터 디스코와 힙합까지, 그들의 내공이 된 음악들의 전반을 짜깁기한 음반은 다시금 노스탤지어의 정취를 자아낸다. <Wildflower>는 16년이라는 그룹이 가진 긴 공백의 당위성까진 내세우지 못하지만, <Since I Left You>가 주최했던 작고 멋진 파티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앨범이다.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나를 살리는 딥마인드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저자의 신작.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절망과 공허함에 빠진 이들에게 스스로를 치유하는 말인 '딥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한 행복과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자신만의 딥마인드 스위치를 켜는 방법을 진솔하게 담았다.

화가들이 전하고 싶었던 사랑 이야기

이창용 도슨트와 함께 엿보는 명화 속 사랑의 이야기. 이중섭, 클림트, 에곤 실레, 뭉크, 프리다 칼로 등 강렬한 사랑의 기억을 남긴 화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남긴 감정을 살펴본다. 화가의 생애와 숨겨진 뒷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해석은 작품 감상에 깊이를 더한다.

필사 열풍은 계속된다

2024년은 필사하는 해였다. 전작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에 이어 글쓰기 대가가 남긴 주옥같은 글을 실었다. 이번 편은 특히 표현력, 어휘력에 집중했다. 부록으로 문장에 품격을 더할 어휘 330을 실었으며, 사철제본으로 필사의 편리함을 더했다.

슈뻘맨과 함께 국어 완전 정복!

유쾌 발랄 슈뻘맨과 함께 국어 능력 레벨 업! 좌충우돌 웃음 가득한 일상 에피소드 속에 숨어 있는 어휘, 맞춤법, 사자성어, 속담 등을 찾으며 국어 지식을 배우는 학습 만화입니다. 숨은 국어 상식을 찾아 보는 정보 페이지와 국어 능력 시험을 통해 초등 국어를 재미있게 정복해보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