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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의 음반, 애벌렌치스(The Avalanches)

애벌랜치스(The Avalanches) <Wild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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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키델리아부터 디스코와 힙합까지, 그들의 내공이 된 음악들의 전반을 짜깁기한 음반은 다시금 노스탤지어의 정취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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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작이자 데뷔작 <Since I Left You>의 거대한 아성 때문인지, 애벌랜치스는 새로운 음반을 발표하기까지 16년이라는 긴 시간을 소모했다. 항상 유쾌함과 장난기로 가득할 것 같았던 이 디제이들이 걸작 하나를 내놓고 사라졌다는 전설의 그룹처럼 되려던 찰나였다. 그동안 새로운 음반 작업에 들어갔다, 다른 뮤지션들과 협업 중이라는 등의 소식만 무성했을 뿐 결과물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는데, 주축 멤버인 로비 채터(Robbie Chater)의 병가와 다른 멤버들의 탈퇴, 샘플 클리어 문제와 완벽주의적인 고집 때문이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Wildflower>엔 16년 동안의 그룹이 남긴 족적이 그대로 담겨있다. 「Colours」와 「The noisy eater」는 이들이 행했던 프로젝트들, 각각 엠파이어 오브 더 선의 루크 스틸(Luke Steele)과의 콜라보레이션과 제작이 무산된 힙합 버전의 <Yellow Submarine>의 작업기가 남긴 트랙이다. 또한 한동안 LSD에 손을 댔었던 로비 채터의 초현실적 경험은 음반의 내외에 그대로 나타나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There’s a riot goin’ on> 커버를 사이키델릭 버전으로 변형시킨 음반의 아트워크다.

 

이렇듯 <Wildflower>은 사이키델리아를 표방한 작품이다. 1960년대부터의 사이키델릭 음악으로부터 받은 영감과 영향들이 곳곳에 묻어나는데, 특히 비치 보이스와 비틀스의 음악들이 샘플로 쓰인 「Live a lifetime love」와 「The noisy eater」과 같은 트랙들은 음반의 성향을 잘 나타내는 트랙이다. 동시에 <Sesame Street>나 <The Wizard of Oz> 등의 동화들에서 잘라 온 샘플들과 어린아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유아적인 감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보컬의 등장 또한 전작과 차이를 둘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이다. 엠에프 둠(MF Doom)과 대니 브라운(Danny Brown)과 같은 래퍼뿐만 아니라 파더 존 미스티(Father John Misty)나 머큐리 레브(Mercury Rev)의 조나단 도나휴(Jonathan Donahue) 등 인디 뮤지션들의 실질적인 보컬을 차용함으로써 얻은 멜로디와 구조의 명확성은 음반이 전작보다 쉽게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그러나 흐름이 자연스러운 전작에 비해 트랙 사이사이에 배치된 짧은 길이의 곡들이 떨어뜨리는 연계성, 다소 처지는 「Kaleidoscopic lovers」와 「Saturday night inside out」의 후반부는 음반이 가진 약점이다.

 

총 21트랙, 만만치 않은 길이임에도 쉽고 가볍게 다가온다는 점은 음반의 최대 성과이다. 또한 사이키델리아부터 디스코와 힙합까지, 그들의 내공이 된 음악들의 전반을 짜깁기한 음반은 다시금 노스탤지어의 정취를 자아낸다. <Wildflower>는 16년이라는 그룹이 가진 긴 공백의 당위성까진 내세우지 못하지만, <Since I Left You>가 주최했던 작고 멋진 파티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앨범이다.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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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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