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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킹스, 살아 움직이는 음악
마치킹스(The March Kings) <Spring Will Come>
작품 전반에 이중적인 속성이 내재해 있다. 어쿠스틱 기타로 단정한 얼굴을 하다가도, 적극적으로 리듬을 헤쳐 간다.
<트레인스포팅>(청년기의 상징적인 필름)과는 또 다른 온도의 비통함으로 질주한다. 기반은 즉흥성과 솔직함이다. 모든 빛을 쏟아내고 잠든 영혼, 이를 청각화하기 위해 악기의 합을 길게 연출한다. 이때 솔로 연주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감정의 고조를 돕는다. 여러모로 밴드 델리스파이스의 초기 작품에 적을 두었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타이틀곡 「봄의 실루엣」은 리버브를 올리고 경쾌한 쟁글 기타를 사용했다는 음향적 부분부터, 일정한 템포로 전진하는 곡의 양상까지 그 성격이 흡사하다.
정해진 패턴과는 전혀 다른 요소 하나가 삐죽 튀어나온다. 대개는 일정한 코드를 오묘하게 비껴가는 식으로 발현되는데, 반복되는 리듬으로 진행되다가 아주 맑은 글라스 톤의 이펙트가 삽입되기도 하고(「그대로 돌아서서」), 주선율과 기타 라인이 살짝 어긋났다가 슬라이딩 기법으로 돌아오기도 한다(「길 위에서」). 나사와 같은 역할이다. 적은 분량이지만, 존재감은 크다. 이런 디테일이 하나둘 모여 음악적 긴장도를 높이고, 러닝타임 내내 대충 흘려듣지 못하게 한다.
트랙간의 무게 배분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다. 다시 말해, 앨범의 시작과 끝에 무게감이 실려 있다. 「현기증」의 러프하고 풍성한 사운드, 언뜻 한국적 향이 나는 음계 설정으로 동일한 모티브를 곡 내내 되풀이해 이미지를 가중하는 「반야월」은 초반 장악력을 강하게 발휘한다. 그 이후에 배치된 곡들 또한 눈에 띄는 흠은 없다. 컨트리한 장르적 색채의 「토버모리」, 찰랑거리는 기타와 함께 어린 시절을 그린 「오랜 멜로디」 등 좋은 곡들이 즐비해 있다. 단지 자극이 덜한 탓에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다.
후반부로 넘어가 「옻골의 별」에서 다시금 확장된 음악적 부피를 즐길 수 있다. 이 곡은 리듬에 구속되지 않고 동적으로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별」이라는 심상과 맞물려 음악의 상층부에 청각적 인력이 작용하기도 한다. 다만 보컬이 명백히 돌출돼있다는 점에서 슈게이징과는 구별된다. 댄서블한 감각이 인상적인 「사랑이 흐른다」 또한 앨범 내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곡의 진취적인 성격은 밴드 칵스(The Koxx)의 곡 「사랑춤」을 떠오르게 한다.
꼭 착한 아이가 밤중에 혼자 소리치는 것만 같다. 작품 전반에 이중적인 속성이 내재해 있다. 어쿠스틱 기타로 단정한 얼굴을 하다가도, 적극적으로 리듬을 헤쳐 간다. 보컬의 더블링으로 여린 감성을 표현하다가도, 정해진 선을 잃고 내지른다. 정돈된 가운데 일어나는 변주가 순수함을 극으로 끌어올린다. 살아 움직이는 음악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홍은솔(kyrie1750@naver.com)
관련태그: 마치킹스, Spring Will Come, 즉흥성, 솔직함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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