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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도 좋지만, 음식의 기본은 ‘생존’

먹을 거리의 변화를 책으로 엮은 『음식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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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1세기 지금 세계 식품체계에 황제는 없으며 오직 ‘시장의 인도’만 적용할 뿐인데 시장의 이론에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진실성이나 미래 예측에 대한 지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먹고 있는 게 미래 당신의 모습’이라는 말도 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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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빌딩마다 빼곡히 들어앉은 식당과 커피숍. 광화문 근방 내가 자주 드나드는 몇몇 빌딩만해도 건물마다 들어선 음식점 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어 느날 빌딩 지하 주차장을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구 층계를 이용해 이동했다가 우연히 음식쓰레기 취급장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실시간 쏟아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음식물 쓰레기 양을 보고 새삼 놀랐다. 그때 문득 스치는 생각이 날마다 이렇게 먹고 버리는 식품 순환체계에 제지가 가해진다면.


얼마 전 미국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린 무서운 경고가 떠올랐다. “2080년까지 지구의 또 다른 1억7,000만 사람들의 산 입에 거미줄이 예상된다”며 에언자들은 ‘그날’의 두려움에 벌써 떨고 있다고. 이미 지구온난화와 여러 가지 환경파괴로 인해 세계 식품체계에 빨간 불이 켜진 지 오래다. 언젠가는 물처럼 써대는 석유 벙크에 바닥이 날 거고 이로 인해 전력이 끊기고 뉴욕 런던 파리 등 불빛으로 찬란했던 도시들은 하루아침에 캄캄한 석기시대로 돌아갈 수 있음을 상상해보라고.


물론 지나친 염려일수도 있으며 이미 인류는 이런 때를 대비해 태양에너지 같은 미래 에너지에 대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전혀 무시할 수 없는 분야가 식품 분야다. 우리의 식량 원료들이 화학연로로 생산된 지 오래되었으며 더구나 인류생존에 가장 중요한 산업파트인 농업 분야가 후퇴하고 있는지 오래전이다.


게다가 가장 위험한 생각이 문명의 발달 문화수준의 향상으로 음식을 패션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이다. 최근 한국의 먹방 쿡방 맛집들의 성장 추세를 보면 이제 우리에게 음식은 패션이 되었다. 하지만 음식은 생존이다. 옛날 중국 속담에 ‘백성은 황제 위에 있고 음식은 백성 위에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21세기 지금 세계 식품체계에 황제는 없으며 오직 ‘시장의 인도’만 적용할 뿐인데 시장의 이론에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진실성이나 미래 예측에 대한 지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먹고 있는 게 미래 당신의 모습’이라는 말도 있건만.

 

이것이 단순히 기우가 아님은 일찍이 역사 속에서도 증명되었다. 16세기 피렌체의 한 상인이 세계일주를 통해 인류교역에서 먹을 거리의 변화를 책으로 엮은 『음식의 제국』을 보면 고대 동서양을 막론하고 찬란한 문화와 국력을 꽃피웠던 국가들 치고 멸망 당시 결정적인 패망 요인이 근시안적인 먹거리 정책이었다. 나라가 흥하면 사람들은 절로 음식에 탐닉하게 되고 저마다 미식가라는 사람들에 의해 음식이 패션으로 문화의 꽃을 장식하게 되지만 결국 기근과 부족으로 치달아 그 땅의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관련해 유엔 기후변화위원회는 2007년 보고서에서 미래는 지구상에 물이 부족해져 인류의 씨가 말릴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예측으로 과학자들을 아연실색하게 하였다.


이 책에 따르면 중국 고대국가 주나라를 비롯해 메소포타미아 한니발 로마제국 등의 멸망요인으로 공통적으로 식량산업의 황폐함을 꼽을 수 있다.


우리들은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겠지만 거대 인구의 중국과 인도가 미래에 더 큰 강국으로 부상하게 되면 이는 곧 인류의 먹거리를 위협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즉 지금은 중국이 주요 곡물 및 먹거리를 자급자족하고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 식량 쇼핑에 나서게 되면 얘기는 달라지게 된다. 이 말에 수긍이 가는 게 오래 전부터 미식가들 사이에 최고 생선으로 회자되는 참치는 전체 어획량의 50% 이상이 일본에서 소비되었는데 과거 날음식을 기피하던 중국인들이 근래 들어 건강을 고려해 생선회를 식탁에서 선호하면서 참치유통 구조에 대변혁이 있어났다. 일본과 달리 중국은 인구가 많아서 이는 곧 참치 값을 금값으로 치솟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아무리 맛집도 좋고 스타 셰프의 레시피와 맛난 음식 문화를 패션으로 즐기는 생활도 좋지만,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기본적으로 음식은 생존이라는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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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제국에번 D. G. 프레이저,앤드루 리마스 공저/유영훈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19세기 식민지 정책은 세계의 절반을 빈곤 상태로 몰아넣었다. 그 후유증은 회복되지 못했다. 놀라운 농업 생산성과 유전자변형 작물의 시대에도 우리는 다시 한 번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책은 기후 변화, 연료비 상승 등의 문제에 취약한 21세기 ‘음식의 제국’을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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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연수(의학전문기자 출신 1호 푸드테라피스트)

의학전문기자 출신 제1호 푸드테라피스트 / 푸드테라피협회장

음식의 제국

<에번 D. G. 프레이저>,<앤드루 리마스> 공저/<유영훈> 역14,400원(10% + 5%)

‘음식’을 프리즘으로 인류 문명사를 새롭게 펼쳐 보이는 어느 농경학자의 타임슬립 16세기 피렌체 상인이자, 세계 무역 여행을 기록한 최초의 유럽인 프란체스코 카를레티의 15년에 걸친 세계 일주를 따라간다. 이는 인류가 땅에서 기르고 사냥하고 교역해온 ‘먹을거리’에 관한 이야기이며, 지난 1만 3000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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