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막론하는 음식의 중요성
중국 작가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
평소 약처럼 중히 여긴 식재료들이 있었는데 그 중 우리 귀에도 익숙한 재료만을 소개하자면 아스파라거스, 지황, 고려인삼, 연꽃씨, 잣, 칡뿌리 등이다. 역시 진리는 시대를 막론하고 한결 같은 것이 몸에 좋다는 이른바 건강음식도 그러한 것 같다.
출처_ imagetoday
마음을 단정하게 독서로 다듬고 싶을 때 단연 먼저 손이 가는 책은 오래 전부터 읽고 또 읽어왔던 빛 바랜 고전이다. 오늘은 중국 작가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을 꺼내 펼쳤다. 고전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읽는 느낌이 항상 새롭다. 어찌 보면 식상하리만큼 익숙한 내용이거늘 향기롭다. 이것이 고전으로 불리는 책들의 힘인 것 같다.
임어당의 중국식 발음은 린위탕(1895-1976).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엄격한 그리스도교식 신앙교육을 받았으나 회의를 느껴 이후 하버드대학에서 언어학공부 베이징에서 교육자로 강의 활동을 하다 중년 이후 미국에 정착하며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의 생활문화에 대해 영문으로 쓴 산문들이 책으로 엮어져 불후의 고전들로 사랑 받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생활의 발견』을 좋아하는 까닭은 엘리트 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이 자칫 범하기 쉬운 오만적인 관념이 그의 글에서는 그다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도 “나는 철학에서 객관성을 주장하는 것을 경멸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듯 한 개인의 사상과 인생에 관한 체험이 솔직 담백하게 읽혀져 자연을 대하듯 글이 편하게 와 닿는다.
중국 상류사회에서는 요리사와 유모를 소중히 여기고 중시 여기는 관습이 있어 왔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이유인데 생활의 즐거움 중 많은 부분이 날마다 먹는 음식들에 있고 그 대부분 요리사의 수완과 기분에 달렸기 때문이란다.
임어당 같은 분도 인생의 즐거움을 꼽으라면 본능적으로 첫 번째가 음식이라고 했는데 그러기에 평소 좋은 음식을 먹고 있는가 아닌가를 살펴보면 곧 그 사람이 현명한가 어리석은가를 알 수 있는 확실한 테스트라고 말했다.
또 공감이 가는 부분은 요즘 우리도 맞벌이 부부들이 많아지고 맞벌이가 아니라도 외식문화가 다양해지면서 옛날 주부들만큼 부엌에서 시간을 보내는 여자들이 드물다. 그런데 관련되어 당시에도 작가의 친구 아내 중에 바쁜 활동을 구실로 남편과 가족에게 통조림 음식들로 대신해 남편이 투덜대는 경우가 많은데(지금으로 치면 각종 인스턴트 음식) 이는 분명히 잘못된 생활이라고 꼬집었다. 이유는 남녀 역할 차원에서 잘못된 게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타인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데, 그 전에 우선 자기 자신에게 성실해야 하는데 기본 수행이 바로 음식이라는 주장이다.
또 재밌는 사실은 흔히 공자님의 부인이 악처라는 얘기는 들었어도 음식 섭취를 중시 여기는 공자님과 달리 그 부인이 요리가 서툴러서 이혼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낯설다.
“공자의 주문은 쌀은 아주 희지 않으면 안되고 다진 고기는 매우 잘게 썰지 않으면 안 되고 고기 빛깔이 좋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으며 이것이 어긋날 때 아예 젓가락을 대지도 않았을 터. (중략) 이혼 선언을 공자 편에서 먼저 했는지 아니면 공자의 까다로운 주문에서 벗어나가 위해 아내가 집을 뛰쳐나간 건지 사정은 분명하지 않다. (중략) 공자 부인의 심리는 나의 짐작에 불과한 것이지만 공자가 불쌍한 아내에게 가한 가혹하기 이를 데 없는 조건은 고전에 남아있다.”
유추하건데 임어당은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데 관심이 많았으며 무엇보다 식습관에서 해답을 찾는 약식동원의 실천자였던 것 같다. “모든 야만족들은 한결같이 의약과 마법을 혼동하고 있으며 음식과 약을 혼용하고 있는데 다행히도 중국의 모든 요리책들을 보면 마치 약국 처방과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그가 평소 약처럼 중히 여긴 식재료들이 있었는데 그 중 우리 귀에도 익숙한 재료만을 소개하자면 아스파라거스, 지황, 고려인삼, 연꽃씨, 잣, 칡뿌리 등이다. 역시 진리는 시대를 막론하고 한결 같은 것이 몸에 좋다는 이른바 건강음식도 그러한 것 같다.
생활의 발견린위탕(임어당) 저/안동민 역 | 문예출판사
중국의 유명한 작가이며 문명비평가로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한 몸에 흡수한 보기 드문 석학 린위탕이 자신의 사상과 체험을 밝힌 산문집.
의학전문기자 출신 제1호 푸드테라피스트 / 푸드테라피협회장
<린위탕(임어당)> 저/<안동민> 역14,400원(10% + 5%)
4천 년 중국 역사에서 위대한 철학자들이 체득한 인생관을 린위탕의 방식대로 깊이 있게 음미하여 새롭게 풀어낸 책! 중국의 유명한 작가이며 문명비평가로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한 몸에 흡수한 보기 드문 석학 린위탕이 자신의 사상과 체험을 밝힌 산문집. 이 작품의 초판본이 영문으로 출판되자 서구인들은 그 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