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은 어떤 음식이 생각나시나요?
『가모가와 식당』을 읽고
이들 요리를 주문한 사람들은 메뉴만큼이나 각자 주문한 사연도 다양하다, 하지만 음식을 먹고 난 후의 반응만은 동일하다.
종로의 명물이던 옛 피맛골 모습은 사라졌어도 그때 그 시절 추억의 메뉴들을 팔며 향수를 불러 모으는 간판의 식당들은 여전히 손님을 맞고 있다. 광화문 일대 오피스텔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어도 옛 맛을 기억하는 부모님과 학창시절 벗들과 함께 삼삼오오 추억 속 맛의 여정을 즐기는 사람들로 피맛골 간판의 식당들은 주말에도 북적댄다.
바쁜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추억의 음식이란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그런 작용이 아닐까 싶다. 혀를 황홀하게 하는 맛은 아니라도 한 그릇에 담긴 추억과 잊고 살던 기억들이 몸과 마음의 피로를 고루 녹여주며 포만감을 채워주는 음식들 말이다.
어느 날 문득, 어릴 적 외할머니가 큼직한 양은 솥 가득 푸짐하게 삶아낸 국수에 고춧가루 들기름 설설 뿌려가며 송송 썰은 김치와 오이 계란 지단 넣고 주름진 손으로 썩썩 비벼낸 비빔국수의 맛이 몹시도 그리운 때가 있다. 방송과 SNS에서 아무리 떠들썩하게 소문난 국수 집이라 해도 그 맛 근처에도 못 미치는 그저 내 기억 속에 잠들어 있는 맛, 그래서 더욱 그리운 맛. 누구나 나이 들며 공감하는 마음속에 있는 추억의 레시피. 그래서 저마다 기억 속에 잠들어 있는 레시피를 그대로 재현해 파는 식당이 있다면 그야말로 대박을 내지 않을까? 하는 장난 섞인 공상을 해본 적도 있는데 오늘 우연히 한 권의 책에서 그런 식당을 만났다.
우동 한 그릇 후루룩 뚝딱 먹어 치우듯 짧고도 단순한 구성의 일본 소설 제목은 『가모가와 식당』’. 책의 시작은 요리 전문잡지에 실린 단 한 줄의 광고로 시선을 모은다.
“가모가와 식당, 가모가와 탐정 사무소-음식을 찾습니다.“ 이게 전부, 식당의 주소도 연락처도 없다. 그저 교토의 한적한 골목에 있는 식당으로 간판도 메뉴도 없는 한마디로 괴짜 식당의 괴상한 광고문이다.
주인장 이력도 재밌다. 셰프나 요리 경험이 전혀 있지도 않은 전직 탐정가. 친절이나 일반적인 식당 서비스는 기대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 감동스럽게도 이 집에서 맛보는 메뉴는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 살면서 다시 한번 먹고 싶어하는 그런 요리를 찾아서 탐정가답게 온갖 식재료와 방대한 지식을 동원해 주문한 요리를 재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이다. 음식 값은 손님이 다 먹은 뒤에 각자 결정해서 지불하는 방식으로 또한 신선하다.
이렇게 주문해서 차려진 가모가와 식당의 메뉴는 총 6가지. 누구에게나 존재할법한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첫사랑과 함께 먹었던 비프스튜, 어릴 적에 사랑을 듬뿍 주신 할아버지가 성년을 맞은 손주를 위해 특별히 맛을 선사한 파스타, 50년간 잔정 없이 그저 무뚝뚝하기만 한 남편에게 첫 프러포즈를 받으며 함께 먹었던 돈까스, 병으로 일찍 세상을 뜨신 고운 어머니의 사랑과 손맛을 담은 고기감자조림 등.
이들 요리를 주문한 사람들은 메뉴만큼이나 각자 주문한 사연도 다양하다, 하지만 음식을 먹고 난 후의 반응만은 동일하다. 그저 지나간 추억을 되새겨보는 아름다움으로 몰기에는 너무 아픈 상처들 끄집어내기 불편한 가족간의 트라우마가 재현된 단 한 그릇의 음식을 통해 말끔히 치유된다. 이것이야말로 사람들에게 음식이 안겨주는 힐링의 참된 의미가 아닌가 싶다. 오늘 당신은 어떤 음식이 생각나시나요?
가모가와 식당가시와이 히사시 저/이영미 역 | 문학사상
음식을 소재로 추억을 더듬고, 현재를 만족하며, 미래로 나아가려는 현대인들의 사연과 이야기를 담은, 미각, 후각, 공감, 감성 자극 옴니버스 연작 소설이다. 이제부터 여섯 파트에 소개된 ‘추억의 음식’을 따라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관련태그: 김연수 , 가모가와 식당, 음식, 요리, 일본소설
의학전문기자 출신 제1호 푸드테라피스트 / 푸드테라피협회장
<가시와이 히사시> 저/<이영미> 역12,150원(10% + 5%)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단 하나의 ‘음식’ 당신의 ‘추억의 맛’은 무엇입니까? 최근 우리 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트렌드라면, 단연 ‘먹방?쿡방’이라고 할 수 있다. 유행의 주기가 빠른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그 열기는 수년째 여전하다. 이번에 선보이는 《가모가와 식당》 역시 ‘먹는다’, ‘음식’이라는 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