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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불황 시대, 21세기형 문제적 대가족의 탄생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히다 부부는 아흔 살이 넘은 치매 장모님을 모시고 나름대로 유유자적한 노후 생활 중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출가시킨 딸 둘이 제 식구들까지 줄줄이 달고 돌아옵니다. 서른 살 히키코모리 아들은 아직 쫓아내지도 못했는데요.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안녕하세요, 위즈덤하우스 편집부 김민정입니다.
오늘 에디터 통신에서는 나카지마 교코의 장편소설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그에 앞서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지 않아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작가 나카지마 교코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존 명작을 기발한 시각으로 재해석한 소설들을 주로 발표해온 나카지마 교코는 언론과 평단과 독자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주요 문학상들을 휩쓸어온 일본의 국민 작가입니다. 장기 불황 시대, 21세기형 문제적 대가족을 현실감 넘치게 보여주는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는 주제와 소재의 스펙트럼을 확대하여 소설가로서의 저변을 넓혀준 작품입니다.
히다 부부는 아흔 살이 넘은 치매 장모님을 모시고 나름대로 유유자적한 노후 생활 중입니다. 앞으로도 이 정도로는 평화롭게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출가시킨 딸 둘이 제 식구들까지 줄줄이 달고 돌아옵니다. 서른 살 히키코모리 아들은 아직 쫓아내지도 못했는데요. 이렇게 한 지붕 아래 4세대 여덟 명이 느닷없이 모여 살게 된 문제투성이 히다 가족의 바람 잘 날 없는 희망 생존 분투기가 펼쳐집니다.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히다 집안의 세 남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혹독한 생존 경쟁에서 밀려나 매우 현대적인 문제들을 안고서 다시 집으로 모여듭니다. 그들은 좌절하고 절망하고 상처받은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는 데 다시 익숙해지느라 하루도 조용히 지나가는 법 없이 와글와글 복닥거리면서 시끌벅적합니다. 때론 웃음을 머금게 되고 때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를 읽노라면, 냉혹한 시대에 그래도 우리를 치유해주는 마지막 보루는 여전히 가족이 모여드는 집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늘 곁에 있어서 그 소중함을 자꾸만 잊게 되는 존재가 가족입니다. 그러나 가족이 있는 집은 절망을 품고 상처를 보듬어 과거와 화해하고, 현재를 인정하고, 미래를 다시 꿈꿀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공간입니다.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는 가족은 절대 낡은 가치로 뻔해질 수 없다는 것을 가장 감동적으로 전해줍니다.
오늘날 파리에서 시드니에 이르는 도시의 자동차, 트럭, 오토바이에는 슈타델의 사자 - 남자 비슷한 아이콘이 붙어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자동차 회사인 푸조에서 만든, 차들의 후드에 붙어 있는 장식품이다. 푸조는 슈타델에서 320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발렌티니 마을의 조그만 가족기업으로 시작했다. 오늘날 이 기업은 세계 곳곳에서 20만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서로전혀 모른다. 그런데 그 낯선 사람들끼리 효율적으로 협력한 덕분에 2008년 푸조는 150만 대가 넘는 자동차를 생산해 550억 유로의 수입을 올렸다.
‘푸조 SA’가 존재한다고 말할 때, 이것은 무슨 뜻일까? 푸조 차들이 많이 있지만 그것이 곧 회사는 아니다. 설사 세계에 있는 모든 푸조 차들이 폐차로 버려져서 고철로 팔린다 해도 푸조 SA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새로운 차를 생산하고 연례 실적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다. 이 회사는 공장과 설비, 전시장을 소유하고 있고 정비공, 회계사, 비서를 고용하고 있지만, 이 모두를 합친다고 해서 곧 푸조가 되는 것도 아니다.
혹 재앙이 닥쳐서 푸조의 임직원 전원이 사망하고 조립 라인과 중역 사무실이 모두 파괴될 수 있겠지만, 그럴 때에도 회사는 돈을 빌리고 새 직원을 고용하고 공장을 새로 짓고 기계설비를 새로 구입할 수 있다. 푸조에는 경영자와 주주가 있지만, 이들이 곧 회사인 것도 아니다. 경영자가 모두 해고되고 주식이 모두 팔릴지라도 회사 자체는 그대로 있을 것이다.
-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김영사)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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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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