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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결합이 무의미한 블링크-182(blink-182)
블링크-182(Blink-182)-〈California〉
어린 시절 우리의 마음을 대변해주던 「뉴펑크 영웅」은 이제 없다.
가장 큰 변화는 멤버와 프로듀서의 교체가 아닐까. 원년 멤버였던 톰 델론지(Tom DeLonge)가 밴드를 떠나고 새로이 합류한 알라카인 트리오(Alkaline Trio)의 맷 스키바(Matt Skiba), 그리고 오랜 시간 블링크-182와 함께한 제리 핀(Jerry Finn)의 죽음 이후 외부 프로듀서 존 펠드맨(John Feldmann)의 영입. 당연히 음악의 성질이 바뀔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성질의 것이 기존의 밴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작용으로 이루어지면 참 좋으련만 이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우선 존 펠드맨은 이스케이프 더 페이트(Escape the Fate), 올 타임로우(All Time Low), 굿 샬롯(Good Charlotte)과 같은 이모코어, 팝펑크 밴드들과 작업해 온 프로듀서인데 문제는 〈California〉에 공동작곡가로 이름을 올리며 블링크-182의 색을 지워버렸단 것이다.
앨범의 리드 싱글 「Bored to death」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단조 위주의 멜로딕한 전개 이후 후반부에 터뜨리는 이모코어의 외적 문법은 「Los Angeles」와 「San Diego」까지 이어진다. 브릿지에서 클라이막스로 이어지는 연출과 멜로디 메이킹은 굿 샬롯 4집과 비교해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Sober」와 「California」는 더할 나위 없는 ‘팝’펑크. 깔끔하게 다듬어진 전자기타와 선동적인 코러스, 팝 멜로디까지! 퓨어볼륨에 접속해 아무 밴드나 클릭하면 나올 법한 노래들이다.
보컬부분에 가해진 많은 이펙트와 ‘상품’이 되기 위해 과하게 매끄러워진 사운드의 질감은 펑크가 가진 생동감, 날 것의 느낌마저 상쇄했다. 그렇다고 곡에 가해진 수많은 효과들이 이들의 음악을 돋보이게 해주느냐, 그것도 아니다. 장르적 발전이 아닌 다른 서브장르로의 수평이동일 뿐이며 네오펑크를 이끈 ‘악동’들은 미국의 흔한 펑크 밴드중 하나로 전락했다. 중심을 잃은 음반엔 〈Neighborhoods〉나 〈Blink-182〉의 탐구적 자세, 〈Take Off Your Pants And Jacket〉의 생경함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과거의 블링크-182를 상기시키는 요소가 없지는 않다. 「Left alone」 (그 마저도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나 잠깐의 향수에 젖을 뿐), 「The only thing that matters」의 쓰리코드와 질주하는 트래비스의 드럼소리, 밴드의 조크송인 「Built this pool」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비중은 적다. 재결합이 무의미해졌다. 16곡이라는 다소 과한 부피의 트랙 수임에도 빈약하게 느껴지는 앨범이다. 한 명의 팬으로서 안타까울 뿐. 어린 시절 우리의 마음을 대변해주던 ‘뉴펑크 영웅’은 이제 없다.
2016/07 정연경(digikid84@naver.com)
관련태그: 블링크182, blink 182, California, 뉴펑크, 이주의 앨범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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