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마법
첫 눈에 사랑에 빠져 열렬히 상대방을 그리워하고, 사랑의 도피를 꿈꾸고, 그 사람과 좀 더 가까워 지기 위해 남장을 한다. 이 모든 건 뮤지컬 <올슉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사랑을 얻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다. <올슉업>의 주인공들은 모두 ‘프로 사랑꾼’들이다. 그들에겐 사랑이 전부이자 삶이다.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참 대책 없이 무모하고 유치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사랑으로 인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사랑으로 인해 진짜 행복을 찾는 그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래 좀 유치하면 어때, 그런 게 사랑 아니야?”라는 격한 끄덕임과 함께.
뮤지컬 <올슉업>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십이야』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뛰어난 원작에 최고의 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엘비스와 주변 인물들 사이 복잡하게 얽힌 사랑의 실타래를 시종일관 유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나간다. 거기에 그의 불후의 명곡들을 주크박스로 형식으로 엮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다.
슈퍼스타를 꿈꾸는 엘비스는 할리우드로 향하던 중 오토바이가 고장 나 조용한 시골마을에 도착한다. 우연히 도착한 시골마을은 시장의 정숙명령으로 인해 거리에서 노래를 할 수도, 마음껏 사랑을 할 수도 없는 따분한 곳. 엘비스는 이 딱딱하고 보수적인 마을을 자신만의 락앤롤 스피릿으로 파랗게 물들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소울이 필요하다는 오글거리는 명대사를 날리며, 마을을 접수(?)해 나간다.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끼던 마을 사람들은, 이 예측불허의 인물로 인해 자신의 마음 속에 감춰져 있던 사랑과 열정을 깨닫게 된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그들은 몸소 사랑이라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음악이라는 마법
뮤지컬 <올슉업>은 ‘뮤지컬답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경쾌하고 강렬한 음악, 흥겨운 안무, 화려한 무대장치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엘비스의 락 스피릿 충만한 노래를 듣다 보면 가슴이 짜릿해지면서 자연스레 리듬을 타게 된다. 그리고 온 몸으로 음악을 느끼게 된다. 엘비스를 통해 마음 속에 숨겨져 있던 사랑과 열정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처럼, 관객들 역시 마음 속에 숨겨져 있던 흥을 발견하게 된다. 음악이 보여주는 놀라운 마법에 깊게 빠져들게 된다.
<올슉업>엔 절대적인 악역이 없다. 정숙 법령을 내려 사람들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시장 마이라도 악역이라 하기엔 애매하다. 뚜렷한 선악 구도가 없는 이 깨끗하고 착한 스토리는 관객들이 부담 없이 작품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사실 스토리적인 면에서 보자면 <올슉업>은 심히 부실한 작품이다. 산드라만을 쫓아다니다가 갑작스럽게 나탈리를 사랑하는 갈대 같은 남자 엘비스, 단 한번의 만남으로 사랑에 빠지는 딘과 로레인 등. 인물들은 정체성이 불완전하고 개연성도 부족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 유치하고 어설픈 이야기에 매료된다. 손발이 오그라들고 어깨가 움츠러드는 대사에 고개를 끄덕인다. 주인공들의 모습이 우리와 닮아 있기 때문에, 그 대사에 담긴 설렘과 행복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번 이라도 진정한 사랑을 해본 적이 있다면, 혹은 운명 같은 사랑을 꿈꾸고 있다면 <올슉업>을 관람하길 바란다. 당신의 가슴을 두근거리는 사랑으로 가득 채워 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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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