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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지 않은 뮤지컬 <리틀잭>의 유승현
콘서트형 창작뮤지컬 <리틀잭>에서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유승현
밴드 사운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음악도 어쿠스틱 록에서 블루스, 로큰롤, 팝 발라드까지 여러 장르가 섞여 있거든요.
콘서트형 창작뮤지컬 <리틀 잭>이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되고 있습니다. 황순원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세상의 모든 소년과 소녀의 기억 속에 있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다는데요. 이야기는 ‘소나기’를 떠올리게 하지만 작품의 배경은 1967년 영국의 콘웰로 이동합니다. ‘영국판 소나기’라고 할까요? 영국을 넘어 영미 차트를 휩쓴 5인조 록밴드 ‘리틀잭’의 컴백무대에서 매일 밤 관객들을 만나고 있죠. 마이크 앞에 선 잭은 자신의 노래와 그 노래에 깃든 줄리에 대해 얘기합니다. 물론 사랑이야기죠. 뮤지컬 <리틀 잭>에는 세 명의 잭이 무대에 오릅니다. 정민, 김경수, 유승현 씨가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공연이 시작되기 전 인근 카페에서 유승현 씨를 만나봤습니다.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래서 더 오셨으면 좋겠어요. 뻔하지 않습니다(웃음)! 밴드 사운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음악도 어쿠스틱 록에서 블루스, 로큰롤, 팝 발라드까지 여러 장르가 섞여 있거든요.”
콘서트형 뮤지컬인 만큼 밴드의 리더인 잭의 비중이 높습니다.
“관객들이 호응을 많이 해주셔서 저도 예상했던 것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쓰게 돼요. 잭이 10곡 정도를 부르는데 공연이 끝나고 나면 꽤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첫공 끝나고 잭을 맡은 세 명의 배우가 약속을 했어요, 하루 2회 공연은 하지 않기로. 에너지 소비가 많으니까 아프지 말자고요.”
힘들 법도 합니다. 100분간 퇴장 없이 작품을 이끌어 가는 데다 연기와 노래도 힘든데, 기타 연주까지 해야 합니다. 물론 전반적인 사운드는 4인조 밴드가 책임지지만요.
“힘들죠. 특히 기타는 이번에 처음 잡아봤거든요. 기타 연습에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한 것 같아요. 다행히 지금까지 큰 실수는 없었는데, 밴드 멤버들과 박자가 안 맞을 때도 있고, 밴드도 더블캐스팅이라서 그때그때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예민한 공연 같아요. 조금 뻔한 내용에 배우들의 개인기로 채우는 무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굉장히 섬세합니다.”
섬세한 무대인만큼 그 무대를 이끄는 배우에 따라 분위기도 많이 달라집니다. 유승현 씨가 바라본 세 명의 잭은 어떻게 다를까요?
“잭이 공연하면서 관객들과 얘기 나누는 형식이잖아요. 배우마다 톤도 다르고 애드리브도 다르고 관객과 노는 방식도 다르니까 분위이가 많이 달라요. 계속 보면 제가 헷갈릴까봐 첫공 이후로는 형들 공연을 안 봤지만 정민이 형이 가장 남자다운 잭인 것 같아요. 정민 형은 평소에는 착한데 무대에서는 ‘남자 스멜’이 나더라고요(웃음). 마스크도 강인해서 상남자 같아요. (김)경수 형은 의외의 귀여움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따뜻함도 있고. 두 형 모두 안 지 7~8년 됐는데 무대에서 오랜만에 봤더니 의외의 모습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캐릭터를 만들 때 열아홉 살의 이야기니까 그 때의 순수함을 담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저의 열아홉 살을 떠올리며.”
유승현 씨가 나이로는 열아홉 살에 가장 가깝지 않나요? 앳돼 보여서 캐릭터에도 잘 어울리는데요.
“그래봐야 저도 서른두 살이라서 가깝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에요(웃음). 사실 어려 보이는 건 콤플렉스이기도 해요. 남자배우는 연륜이 있어 보여야 다양한 캐릭터를 맡을 수 있는데, 지금은 그나마 얼굴이 나이에 많이 가까워졌지만 예전에는 더 심해서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잭이 사랑한 줄리는 미국 출신의 부잣집 딸입니다. 휴양 차 영국을 방문했다 우연히 잭을 만나게 되죠. 줄리 역에는 랑연, 김히어라 씨가 번갈아 무대에 서고 있는데, 상대배우에 따라서도 역시 느낌이 다르죠?
“그렇죠, 이름들이 특이하잖아요. 생김새도 많이 다른데 랑연이는 좀 동양적이고 히어라는 서양적이라서 외모에서부터 풍기는 분위기다 달라요. 그리고 나이는 랑연이가 조금 더 많은데 더 어린 느낌이 나고, 히어라는 남자를 보듬어주는 경향이 있고요. 그래서 잭 입장에서는 랑연이는 감싸주고 싶고, 어라는 좀 기대고 싶다고 할까요?”
실제로는 어떤 스타일의 여성을 좋아하세요(웃음)?
“서로 기댈 수 있는 여자 친구가 좋죠. 기본적으로는 보듬어주지만, 남자도 가끔 기대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다들 그렇지 않을까요(웃음).”
아무래도 이번 작품을 하다 보면 첫사랑 생각이 나겠는데요? 첫사랑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을까요?
“열아홉 살에 정말 첫사랑이 있었는데, 사실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여자를 만나면 제가 좀 바보 같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그때가 가장 열정적으로 사랑할 때였지 않나. 덕분에 많이 배우고 강해졌겠죠.”
잭은 클럽을 전전하며 무명가수로 활동하다 어렵게 성공하는데요. 유승현 씨도 스물세 살 때 앙상블을 시작으로 10년 가까이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이 첫 타이틀 롤이고 비중도 큰 만큼 배우로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의미 있는 계기가 아닐까 싶어요.
“그렇죠, <리틀 잭>은 수능 공부 하듯이 연습했어요(웃음).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우는 건 작품 특성상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니까 그때그때 상황 대처 능력을 키우게 되더라고요. 또 혼자 내레이션을 하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말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고,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고요. 예술가를 다룬 작품은 메리트가 있어요. 연기하다 순간 미칠 때가 있거든요.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해서 이번 작품은 나름의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요?
“계속 바뀌는데, 줄리의 아버지가 잭을 반대해서 사람들을 시켜 저를 때려요. 그 장면 뒤에 증오를 담아 만든 ‘뒷골목의 사내들’이라는 노래를 좋아해요. 지금은 그 노래에 꽂혀 있어요.”
잭은 줄리를 노래하는 가수가 됐습니다. 유승현 씨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세요?
“황정민 선배님처럼 ‘미쳤다’ 싶을 정도의 연기를 하고 싶어요. 배우로서 최고의 찬사가 아니까요. 열정은 넘치는데 아직 부족한 게 많아서 계속 더 배워야죠. 연기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해요. 스스로 평가할 때 얼굴이 개성이 없어서 연기를 못하면 파묻히기 쉽거든요(웃음). 지금도 공연만 매진하기 보다는 드라마나 영화, 광고도 조그맣게 참여하고 있고. 스펙트럼을 넓히려고 노력해요. 참, 공연은 2인극에 욕심이 많은데, <빈센트 반 고흐> 해보고 싶어요(웃음).”
클럽 마틴을 빼곡히 채운 관객들은 리틀잭 밴드의 연주에 따라, 잭이 들려주는 줄리와의 사랑이야기에 따라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가볍게 손뼉을 치며 그들에게도 있었던 소년, 소녀 시절의 사랑을 떠올려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소박하고 정겨운 무대가 참 오랜만이네요. 창작뮤지컬 <리틀 잭>은 오는 7월 3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됩니다. 잭이 사랑과 음악을 통해 성장했듯 유승현 씨가 이 작품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는지도 함께 지켜보시죠!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