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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기계에게 진다면, 내일 뭐 읽지?

예스24 뉴미디어팀 3인이 추천하는 금주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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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아름다움』을 한 번 다 읽고 덮으니 답답한 마음이 싹 가셨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의 시와 메모 등이 모티프가 되어 다시 쓴(re-write) 허구의 에세이는 올해 내가 읽은 그 어떤 시보다 더 아름다웠다.

매주 금요일, ‘내일 뭐 읽지?’를 연재합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책을 ‘쪼끔’ 더 좋아하는 3명이 매주, 책을 1권씩 추천합니다.

매우 사적인 책 추천이지만, 정말 좋은 책, 재밌는 책, 정말 읽으려고 하는 책만 선별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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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_imagetoday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이토 히로시 저/지비원 역 | 메멘토

인공지능으로 만든 소설이 공모전 예선을 통과했다고 한다. '헉, 충격'을 제목으로 달고 다니는 기사도 사실 프로그램을 돌려서 쓰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기사 쓰기 프로그램이 내 상사로 들어와 맞춤법을 지적할지도 모른다. 커피라도 마시려고 나갈 양이면 기사 쓰기 프로그램 상사님께서 출퇴근 관리 프로그램 팀장과 연계해 문을 잠가버리는 미래가 올지도. 하지만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이미 글은 엉망이고 나를 대체할 사람은 널렸다. 사실 기계가 아무리 발전해도 당분간은 사람의 일자리는 크게 위협받지 않을 것이다. 사람 부리는 값이 알파고보다는 훨씬 싸겠지, 자조하는 마음으로 '뭐 먹고 살지'를 다시 고민한다. 기계가 못 하는 일은 찾기 힘드니 굳이 기계를 개발할 필요가 없는 분야를 생각해 봐야겠다. 3개들이로 내일 뭐 읽을지 추천하는 프로그램이라든가. (바셀린)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 미천한 것, 별 볼일 없는 것, 인간도 아닌 것들의 가치와 의미
이진경 저 | 휴머니스트

삶에서 모든 질문은 결국 두 가지로 수렴한다.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나. 존재와 당위에 관한 담론은 시공간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게 당연한데, 알파고라는 인공 지능은 인간 존재에 새로운 정의를 요구한다. 알파고가 승리하면서 인간이 기계에 지배당하는 묵시론적 세계를 예견하는 흐름도 있긴 하지만,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에서 이진경 교수는 "도구를 손에 들고 움직이는 인간. 그것은 기계와 유기체가 결합해 하나처럼 작동한 최초의 사이보그였다.(168쪽)"이라고 이야기한다. 어차피 몇 만 년 전부터 인간은 기계와 함께 살아 왔다. 다만 기계가 점점 인간과 닮아갈수록 기계의 존재와 당위에 관한 담론은 더욱 복잡해지긴 하겠다. 지금도 인간의 존재론에 질문을 던지는 건 비단 기계만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장애자, 박테리아, 사이보그, 온코마우스, 페티시스트, 프레카리아트 등 6개의 '불온성'을 제시하며 보편적 인간의 존재 불가능성을 탐구한다.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물에서 연관성을 발견해내는 이진경 교수 특유의 통찰력 넘치는 글을 즐길 수 있는 인문서다. (드미트리)

 

 

남편의 아름다움
앤 카슨 저/민승남 역 | 한겨레출판 | 원제 : The Beauty of the Husband

'알파고'가 하나의 사건처럼 2016년 초반을 강타하고 많은 이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을 앞다투어 생각해냈다. 매체들에 따르면 콘크리트공, 정육원 및 도축원에서부터 일반의사까지 모두 인공지능이 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가능성이 낮은 직업은 화가 및 조각가 같은 예술 계통의 직업이었다. 하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소설을 쓰고 있고, 예술 작품도 그린다. 그러면 대체 우리는 뭘 먹고 살아야 하나, 싶어진다. 언젠가 로봇 시인, 로봇 소설가가 등장하지 않을까. 내가 모아놓은 '땡감 컬렉션'에 로봇 시인과 소설가가 리스트에 낀다고 생각하니 암담해졌다. 그러나 『남편의 아름다움』을 한 번 다 읽고 덮으니 답답한 마음이 싹 가셨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의 시와 메모 등이 모티프가 되어 다시 쓴(re-write) 허구의 에세이는 올해 내가 읽은 그 어떤 시보다 더 아름다웠다. 내가 영어를 잘 했다면, 원서로 사서 다시 읽고 싶을 만큼 흠뻑 빠져서 쉽사리 나올 수가 없었다. 언어에 반해 한 번 읽고, 다시 또 읽으니 구성에 반하고, 반복해 읽으니 이미지에 반했다. 한 텍스트에 이렇게 3번이나 반할 수 있다는 일. 인공지능은 글을 쓸 순 있겠으나, 이렇게 글을 읽고 반할 순 없을 거다. 그래, 비록 내가 일에 있어서는 정밀하고 영특한 기계에게 질 수 밖에 없을지언정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텍스트들을 계속 읽으며 '감동'을 품어야지. 글을 읽고 다각도로 여러 번 감동할 수 있는 것. 그건 설사 초특급 완전체 인공지능이라도 할 수 없을 거다. (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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