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우주의 사투리로 노래하는 시인
1993년 제1회 대산문학상 수상
조로와 요절이 잦았던 우리 문학사에서 고은 시인은 여전히 경이로운 현재진행형으로 갱신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가 기백 권의 이르는 방대한 저서들을 펴낸 유례를 이 땅에서 찾아볼 수 없고, ‘속수무책’으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상상력 또한 엄청나다.
한국의 대표적인 참여시인. 본명은 고은태로 1933년 전북 군산에서 출생하였다. 1952년 20세의 나이로 입산하여 승려가 되었으며 법명은 일초(一超)로 효봉선사의 상좌가 된 이래 10년간 참선과 방랑의 세월을 보내며 시작 활동을 하다가 1958년 <현대문학>에 시 「봄밤의 말씀」, 「눈길」, 「천은사운」 등을 추천 받아 등단하였다. 1960년 첫 시집 『피안감성』을 간행하였으며 1962년 환속하여 시인으로, 어두운 독재시대에 맞서는 재야운동가로서의 험난한 길을 걷기도 하였다. 초기 시는 주로 허무와 무상을 탐미적으로 노래한 반면 이후 어두운 시대상황과 맞물리면서 현실에 대한 치열한 참여의식과 역사의식을 표출하였다. 영웅주의에 물들지 않고 진솔한 삶의 내면을 드러내는 독특한 시 세계를 보여주었다.
1974년 시집 『문의 마을에 가서』를 출판하며 시인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였으며 이후 시?소설?수필?평론 등 100여 권의 저서를 간행하였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민주회복국민회의, 민족문학작가회의 등에 참여하며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 앞장섰으며 계속해서 1984년 『고은시전집』을 냈고 1986년 『만인보』 간행을 시작하였다. 1987~94년 서사시 『백두산』, 1999년 시집 『머나먼 길』을 간행하고, 미국 하버드대학 하버드옌칭 연구교수, 버클리대 객원교수를 역임하였다. 전 세계 10여개 언어로 50여권의 시집, 시선집이 간행되었다.
저서로 『허공』, 『개념의 숲』, 『오십 년의 사춘기』, 『고은 시 선집』, 『고은 전집』(총 38권) 등 1백여 종이 있으며, 2010년에는 연작시편 『만인보』가 전 30권으로 완간 되었다. 2011년에는 작품활동 53년 만에 처음으로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연시집 『상화 시편』을 발표했다.
‘한국문학작가상’, ‘만해문학상’, ‘중앙문화대상’, ‘대산문학상’, ‘만해대상’ 등 국내 문학상 10여 개를 비롯하여 ‘스웨덴 시카다상’, ‘노르웨이 비외르손훈장’ 등 국내외 주요 문학상을 두루 수상했다. 최근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면서 한국의 첫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고은 작가의 대표작
허공
고은 저 | 창비
시인 고은의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펴낸 시집. 한국현대시사의 절반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지난 반세기의 시력(詩歷)을 정리하고, 시의 근원으로 돌아가 새롭게 출발하는 시인의 식지 않은 창작열이 고스란히 담긴 명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수록작 107편은 고은 문학의 끝이 어디인지 좀처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하는 시의 에너지를 느끼게 해준다. "내 여생의 숙주(宿主) 역시 변함없이 시이고 시와 시의 외부이다"라고 선언하는 '시인의 말'처럼 고은 문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변화와 갱신을 거듭하는 중이다. '무한 가능 하염없는 백지'가 앞에 놓여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시인의 열정과 고백은 그대로 감동으로 다가온다. '허공이 우주보다 넓고 풍요로움'(백낙청)을 일깨우는 이 시집은 시인의 문학인생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고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오십 년의 사춘기
고은 저/김형수 편 | 문학동네
소설가 김형수가 고은 시인의 대표 시 66편을 추려 묶었다. '한 권의 시집으로 고은 미학을 개괄하고, 그의 문학적 유골로 추정될 몇 토막을 추려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의문점을 시작으로 고은의 첫 시집 『피안감성』에서부터 2008년 출간된 『허공』까지 전작을 아우르는 대표작을 가려 뽑았다. 김형수는 삶의 파란과 신명에 뿌리를 둔 고은의 시, 고은의 영혼을 '오십 년의 사춘기'로 명명하고 시인의 작가적 생애를 초ㆍ중ㆍ후기 순으로 나누어 구성하였다. 1950년대 말 전후 세대의 주역으로 등장한 이래 한국 현대시사 반 백 년을 직관과 영감의 만년필로 쾌주해온 고은 시인의 시 세계를 한 권으로 조망해볼 수 있다. 고은 문학 세계를 알고 싶은 독서가들, 시인의 길을 걷고자 하는 최전선의 독자들뿐만 아니라 각급 교육기관에서 시 창작을 수업하는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유용한 작품집이 될 것이다.
개념의 숲
고은 글,그림 | 신원문화사
뜨거운 가슴으로 시와 부대끼고, 거칠 것 없는 열정으로 역사에 맞서온 시인 고은이 특유의 한없이 감성적이면서도 질풍노도처럼 격렬한 언어로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을 위해 가장 본질적인 것을 되짚어 보며 사색의 시간을 마련한다. 고은 특유의 시각이 돋보이는 세상 개념에 대한 단상록과 세상을 향한 내면의 사유를 흔들어 깨워줄 그의 글은, 철학적 사유와 문학적 감성이 메말라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영양을 제공한다. 또한 시인의 등단 5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그림전 <동사를 그리다>에서 선보인 35점의 그림을 수록하여 언어로 형언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표현하고 있다. 『개념의 숲』에서 시인은 한 시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선 어른답게 묵직한 성찰을 보여준다.
오늘도 걷는다
고은 저 | 신원문화사
고은 시인의 삶의 행로와 내면 의식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산문집. 지난 반세기 동안 기백 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서를 펴낸 시인 고은의 시대관과 문학관, 통일관과 인생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다. 시인은 식민지 시대에 보낸 어린 시절, 우연히 길가에서 접하게 된 한하운의 시집이 계기가 되어 시 세계에 빠지게 되지만, 이후 분단의 비극과 한국전쟁의 충격 속에서 여러 번 가출을 거듭한 끝에 결국 방랑승의 길을 택한다. 하지만 친구인 나병재 화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폐결핵」이라는 시를 몰래 응모함으로써 문단에 등단하게 된다. 이후 여러 번의 자살 시도와 반독재 투쟁으로 인한 고문과 감옥살이 등 오늘날의 시인의 문학이 있기까지 걸어온 삶의 행로가 『오늘도 걷는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의 황홀
고은 저/김형수 편 | 알에이치코리아(RHK)
새로운 유형의 시 모음집 『시의 황홀』에는 고은의 반세기 문학인생에서 길어 올린 수작들이 모두 들어있다. 1958년 고은 시인이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할 때 추천작 중 하나였던 「천은사운」부터, 가수 양희은에 이어 재즈가수 나윤선이 노래해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세노야」, 미국 시인으로 '퓰리처상' 수상자인 게리 스나이더(Gary Snyder)가 고은만이 쓸 수 있는 시라고 극찬한 단시(短詩)들,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써 내려간 「구름에 대하여」와 같이 역사의식이 첨예하게 살아있는 작품, 2013년 만 여든의 나이에 반년 간 집필한 607편의 시를 출간해 화제가 된 『무제시편』의 주요작까지, 최종적으로 100편의 시를 선별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시의 황홀』의 엮은이인 김형수가 시에 해설을 덧붙이기도 했는데, 이는 창작자의 진의를 바탕으로 시를 제대로 이해하게 해주고, 시의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고 섬세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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