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느릿하지만 맑은 목소리, 려욱

려욱 <어린 왕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밀리언조각」이 담백함을 유지하며 젖어들게 했다면, 「어린왕자」는 반듯하면서도 예쁜 가창으로 마음을 흔들어낸다.

3.jpg

 

앞서 발표한 규현의 솔로작과 어떤 차이를 갖는지를 살펴봐야겠다. 성시경 식 감성으로 가요 발라드의 매력을 겨냥했던 전자와 달리, 려욱은 그런 명확한 지향점을 보이지는 않는다. 대신 규현보다 훨씬 취향이 갈릴 수 있는 여린 미성을, 천천히 내디디며 전달하고자 한다.

 

점진적인 전개는 타이틀곡 「어린왕자」에서도 나타난다. 발음 하나하나 선명히 불러내 투명하고 차분한 음색이 더욱 가깝게 들린다. 오케스트라를 활용한 황성제의 편곡도 듣기 좋은 반주로서 보조한다. 가창과 곡 모두 조금씩의 도약 끝에,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이유는 피우려 애쓴 간절함 때문이야 라는 후반부에 이르면 려욱의 보컬은 어느새 동화적인 이미지를 흡수해낸다.

 

깨끗한 창법은 「Like a star」와 「알 수도 있는 사람」, 「품」에서도 녹아들어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어간다. 순수한 목소리 덕에 신보 제목을 <어린왕자>로 지은 것이 우연은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음색을 드러내기 위해 대부분의 노래가 밝은 선율을 가진 것도 특징이다. 초반의 기세를 계속 가져갔으면 집중도에서 더 좋았겠지만, 슈퍼주니어 느낌의 수록곡도 그와 잘 맞아떨어지며 의외의 매력을 들려준다. 작곡가 G-high의 「그대」는 스윗튠 시절 장기를 간직하듯 산뜻하게 날아오르고, 려욱은 얇고 매끄러운 가성으로 리듬감을 표현한다.

 

다만 첫 문단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수가 음반을 통해 얻어낸 특별함은 희미하다. 익히 알고 있던 장점을 안전한 방식으로 풀어냈고 이외의 특기를 들려주지 않은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도전과 새로움을 위한 홀로서기에서, 적당한 노래로 채운 발라드 앨범은 구성상 태민 등의 댄스 솔로 작에 비해 감탄할 만한 요소가 부족하게 다가온다.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보컬만으로 끌어갈 경우 개성은 드러내기 더욱 어려워진다.

 

이러한 난제 속에서 려욱은 자신과 꼭 맞는 창법과 캐릭터로 음반을 끝까지 마쳐간다. 느릿하지만 맑은 목소리를 정공으로 담아내며 이전 멤버와 차별화를 주는 동시에 장점을 설득한다. 「밀리언조각」이 담백함을 유지하며 젖어들게 했다면, 「어린왕자」는 반듯하면서도 예쁜 가창으로 마음을 흔들어낸다. 규현의 <다시, 가을이 오면>과는 다른 느낌으로 조용히 스며들 앨범이다.

 

2016/02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관련 기사]

- 묵직한 비트속 밀도있는 이야기, 넉살(Pusha T)

- 싱어송라이터와 아나운서의 만남, 이솔이X정인영
- 정준일, 매력적인 실패자
- 칼리파, 돈, 성공, 마약, 또 마약

- 컨트리와 락 사이, 파인그로브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