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가수들은 거의 공백기간이 없다. 아이돌과 디지털 싱글 위주로 재편된 시장에서 그들은 이제 잠깐이라도 모습을 비추지 않으면 잊혀질까 두려워하는 나약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소비하는 요즘의 세태에서 점점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이는 뮤지션들은 많지 않다. 결국 짧은 활동 기간을 뒤로 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이들만이 점점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제대한지 1년. 세태와는 달리 오랜 시간 뜸을 들인 뒤 드디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보인 그는 공백에 따른 불안감을 이야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강한 자신감 또한 내비쳤다. 다소 까다로울 것 같다는 선입견이 많이 누그러진 요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렇게 인기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에 겸손을 담아내는 모습은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또한 “연예인이 아닌 가수가 꿈”이라는 한마디에 음악 그 자체에 대한 애정과 아티스트로서의 욕심이 얼마나 큰지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었다.
8년 만이다. 이젠 국민 발라드 가수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다.
그런가요. 8년 전이면 2집 활동할 때인데 개인적으로는 당시가 더 인기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이 점점 늘면서 인기도 같이 올라가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대세라는 말이 있듯이 실력에 과분한 인기를 얻고 나서는 가면 갈수록 그 호응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인기 있을 때 제 자신의 실력이 3이면 사람들은 그것을 11로 보니까요. 물론 전 그렇게 자신을 11로 과대평가 한 적이 없지만. 시간이 흘러 (실력은 늘고 인기는 줄어) 둘 다 7쯤에서 만나면 좋을 텐데 나이가 좀 들면 실력이 11이 되어도 인기는 3이 되어버리죠. 이제는 그걸 아니까 인기라는 것이…
이번 앨범 반응을 봐서는 그런 것 같지 않은데.
그러면 다행인데, 한편으로는 옛날에 좋아하던 가수들은 다 어디 갔는지. 점점 다들 오랜 시간 동안 활동하며 고수가 되어 가는데 오히려 더욱 팔리지 않는 현상이 이상해요.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이 공연수입 2위에 랭크되고, 일본의 안전지대(安全地? - 안젠지타이)가 전국투어 할 때마다 매진되는 외국과는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때문에 ‘내가 음악만 열심히 해도 앞으로 잘 먹고 잘 살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제 자신은 인기를 피부로 느끼진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그때 나도 좋았었구나 할 뿐이에요.
그래도 20대가 주 팬층 이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훨씬 넓은 층에서 인지도를 가지게 되지 않았는가.
같이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땐 보통 20대 초에서 후반 분들이 좋아해 주셨는데 그분들이 이제 20대 후반이 되고 30대가 되고 공연 때는 애를 맡겨두고 온다는 소리를 들으니 아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한편으로는 굉장히 재밌어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계속 10대를 찾아야 되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내 음악을 진지하게 듣는 10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확실히 10대가 좋아하는 음악은 아니다.
그런데 도대체 10대 음악이 무엇인가하는 의문도 듭니다. 제가 어린 시절 팝을 들을 때는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었어요. 이처럼 많은 음악이 존재해줘야 하는데 어떤 틀에 갇혀 있다 보니 가수를 지망하는 아이들이 다들 똑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슈퍼 주니어 애들을 봤는데 예성이나 규현 이런 멤버들은 노래를 너무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문득 생각한 게 만약 김광석 선배님이 살아계셔서 10만 명 씩 관객 동원하고 윤상 선배님은 앨범 내는 것마다 대박 나고 배철수 선배님이 지금까지 록을 했다면 충분히 예성이나 규현 같은 친구들도 제2의 김광석이나 윤상, 배철수가 될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싶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 이런 아이돌 기획사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시장의 탓이 큰 것 같아요. 더군다나 10대 때는 모두 취향이 다른 법인데, 내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이 주류를 벗어나 독특한 취향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좀 안타깝기도 하고…
군 생활 전후로 자신의 존재감이 많이 약해졌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그러한 면에 있어서 둔감한 편이에요. 전 처음부터 유명인이 아닌 가수가 꿈이었거든요. 노래를 직업으로 하고 싶고 음악을 발전시켜 나가고 싶은데 슈퍼스타는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인기는 어렵고 부담되기도 하고, 여튼 거추장스럽고 어색한 일이기도 했고요. 누군가 들으면 코웃음 칠 수도 있겠지만, 싫은 게 아니고 어려운 거예요. 관심을 받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당시에는 소문만 무성하고 매니저가 시키는 대로 예능도 하고… 아무튼 저만 괴롭히는 것 같아 상당히 혼란스러웠어요.
그래서 인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잘 모르겠기도 하고. 지금은 인정에 대한 원트(want)가 없는 편이에요. 제 모습을 다 봐주지 않기 때문에. 결국엔 대중이 판단해주는 거잖아요. 요즘은 제가 말한 게 얼마만큼 이슈화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성시경이라는 가수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자기 색깔을 내려고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끔 해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군대를 갔다 와서도 그 위치가 상당히 견고한 느낌이다.
정말 조상님 덕분인 것 같아요.(웃음) 콘서트 때 “새로 오신 분 손들어 보세요”라고 하면 보통 3분의 1에서 4분의 1이 새로 오신 분이에요. 이렇게 잘되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정말 고마워해야 할 일이구나라고 느끼고 있고 더불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물론 현 상황에 대해 투덜거리는 것은 맞아요. 제가 워낙 미완성된 인간이라…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계속 음악만 하는 것이 정말 쉽지는 않습니다. 박정현, 김범수는 원래 최고였는데 이제야 재조명 받는 것도 이상한 일이잖아요. 나이 드신 분들도 젊었을 때 좋아하시던 가수들 어디선가 음악 정말 잘하고 있으니까 좀 많이 소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저도 나중에 잘될 것 같고.
최근 선보인 드라마 OST인「한 번의 사랑」이나 예전에 발표했던 「너는 나의 봄이다」를 비롯해 신보의 타이틀곡 「난 좋아」도 본인이 작곡했다. 따지고 보면 자작곡은 사실 2집부터 싣기 시작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성시경 앞에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이 잘 붙지 않는 걸까.
처음부터 혼자서 다 만드는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타이틀에 대한 욕심이 없고 별 생각 안하는 편이기도 하고… 원래 노래를 부르는 일종의 ‘배우’로 시작했기 때문에 제 한계를 워낙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남의 작품을 연기하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요. 물론 제가 다하면 그만큼 보람도 있겠지만, 프로듀서하면서 곡은 곡대로 쓰고 또 그러면서 편곡방향을 잡아가야 되고… 재미있긴 하지만 부담도 상당합니다. 그래서 나중엔 프로듀서를 바꿔보고 싶기도 하고. 중요한 것은 제 꿈이 ‘앨범의 곡을 다 써야겠다’가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그냥 ‘곡도 쓰면 좋지’ 정도? 그래도 요즘은 곡을 많이 써보려고 하는 중입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묻자) 요즘에 그렇게 되어버린 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자신감의 문제라고 봅니다. 제가 극소심해서 남에게 잘 들려주지를 못했어요. 잘되어야 하는 것도 있고. 그런데 이제는 저도 듣는 귀가 좀 늘었고, 뻔뻔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20년 가까이 작업을 해온 친분이 있는 엔지니어가 재미가 없다면서 최근에 그만둔 것도 결정적이었습니다. 예전엔 그래도 힘들게 만들면 백만장씩 나가면서 즐거움을 느꼈는데, 지금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엠피쓰리로 다운 받아듣고 시디로는 만장도 안나간다며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세가 아니니까 잘 되든 잘 못되든 그렇게 차이가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성시경이라는 사람은 가사를 써야 될 사람 같다.
가사를 잘 못써요. 해봤는데 머릿속에는 만 가지가 들어있는 데도 결국 나오는 것은 1이더라고요. 저는 모든 창작가 중에 글쟁이를 높이 사는 편이에요. 글에는 뭔가 확실성이 있거든요. 만약 현대 미술 하는 사람이 작품을 그리다 그걸 엎은 다음에 이게 아픔이다 그러면 그게 아픔이 되고, 만약 제가 곡을 써놓고 이게 가을의 비, 그러면 그게 가을의 비가 되잖아요. 이처럼 융통이 가능한 여유가 있는데, 글은 그게 힘들어요. 문장 그대로 전달이 되니까요. 그래서 어려운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듯 작사 역시 꼭 해야겠다는 의무감 보다는 ‘작사도 하면 좋지’하는 마인드이기 때문에…
가사에서도 항상 비슷한 캐릭터가 반복되는 것 같은데, 변화를 주고 싶은 생각은 없나.
사랑얘기가 지겹지 않느냐 하는데 다행히 별로 지겹지 않습니다. 아까 말했듯 싱어는 배우라는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퍼포머가 많은 현실이지만 이소라 같은 선배들은 아직도 노래하기가 무섭다고 하세요. 그 감정에 빠져드는 게 두려워서. 저도 그런 편이에요. 부를 때마다 표현되는 것이 굉장히 다르니까요. 뮤지컬의 경우 같은 공연만 2년을 하는데. 정말 몰입의 정도가 매일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 곡 역시 3~4분짜리 영화와도 같습니다. 무대에 설 때마다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지루하지는 않아요.
성시경씨를 압도적으로 여자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음. 이런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보통 원빈 이러면 팬들이 진짜 거리감 느끼잖아요. 반면에 저는 약간 친숙하다고 할까. 실력이 막 뛰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편안하고, 일단 ‘남자’가수고. 사람들은 방송 때문에 느끼하다고 하지만 남자다운 면도 많고, 그리고 누나들이랑 함께 자라서인지 여자한텐 기본적으로 다정한 편이에요. 사랑에 관련된 따뜻한 노래를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성들로부터의 그런 인기를 피부로는 잘 못 느끼는 편이에요. 지나가다가 저한테 팬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뭐 연예인을 보면 평소엔 관심이 없다가도 좋아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데뷔곡인 「내게 오는 길」을 거쳐 「처음처럼」과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넌 감동이었어」를 지나 「차마」, 그리고 그의 노래 중 가장 많이 사랑받은 5집 「거리에서」를 거쳐 유희열과 처음 작업했던 「안녕 나의 사랑」까지, 어떻게 보면 그는 쉴 새 없이 달려왔다. 3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끝에 내놓는 7번째 앨범의 타이틀은 < 처음 >,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과짐과 함께 욕심을 버리고 가장 성시경다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정한 제목이라고 했다.
「서른 즈음에」를 작곡한 강승원과 작업을 했다.
군대 가기 전에 「서른 즈음에」를 공연에서 불렀는데 형수님이 보시더니 너무 맘에 들어하시며 저에게 곡을 주라고 했던 게 시초가 되었습니다. 집에 놀러가서 스무 곡 넘게 들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 주실 수 없겠냐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선생님 맘에 안 드시면 빼셔도 된다는 전제하에서. 그래서 이것저것 추천을 받았습니다. 사실 표면적으로 이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앨범을 들은 많은 분들이 「태양계」를 좋아하고, 포크가 가진 힘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아까 싱어는 배우라는 표현을 썼는데 저에게는 포크가 가장 연기하기 좋은 장르 같습니다.
「네가 불던 날」은 변화를 감지하고 써내려간 곡 같다.
뭐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이 곡 같은 경우도 그냥 모던 록 같은 느낌의 노래를 한번 써봐야지 한 건데 한 시간도 안 걸렸어요. 그렇게 변화를 무리하게 시도할 생각은 없습니다. 인기가 많이 없어지면 진짜 트렌디한 음악을 시도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팝 아티스트의 앨범을 살 때는 ‘제발 변하지 마라’라는 생각과 함께 판을 집어 든 적이 많았어요. 제가 원하는 선 안에서의 바리에이션에서 변화야 인정하지만, 너무 많이 변하면 그건 별로 맘에 들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어느 순간 제 팬들은 성시경이라는 가수가 갑자기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앨범에 그 의도가 들어가 있느냐고 묻자) 이번 앨범은 그렇게 욕심 부리지 않으려고 했어요. 비유하자면 입대 전까지 잘 달려가던 기차가 피치 못하게 선로가 끊겨 못 달리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제대 후 비행기로 기차를 실어 요즘 트렌드에 맞는 지점에 가져다 놓을 수도 있겠지만 전 그저 끊어진 선로 건너편에 내 기차를 가져다 놓는 정도로 만족했습니다.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다면 변화에 대한 욕심은 없는가.
물론 아예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내년 말쯤에는 소규모 공연을 장기간 하면서 연주와 함께 노래를 들려주고 싶기도 하고, 앨범구성을 노라 존스처럼 편곡 잘하는 사람과 소프트하게 해보고 싶기도 하고, 모던 록 앨범을 하는 등 가벼운 변화를 주고 싶어요. 무엇보다도 곡을 이것저것 많이 써보고 싶습니다. 신선하게 나올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편곡적인 면에도 팝 세대니까 다양하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렇다고 무책임한 태도로 크레디트에 실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책임감이 중요한 거니까요. (곧 나오게 될) 김연우의 새 앨범을 위해 쓴 곡도 일정한 드럼 패턴이 떠오르면 반드시 그걸 넣도록 하는 등, 제가 만든 곡들은 편곡을 맡기긴 해도 디테일한 부분은 다 정해주는 편입니다.
「난 좋아」는 전형적인 성시경식 발라드다. 본인이 썼음에도 이런 스타일의 노래를 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는 그게 계속 좋아요. 천만다행이죠.(웃음) 절대 억지로 하는 게 아니니까. 만들 때 가장 타이틀스럽게 만들려고 애를 쓰긴 했지만, 어쨌든 저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발라드에 질리지를 않더라고요. 뭐 기대에 못 미쳤다는 생각은 들지만.
약간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그래도 저는 지금도 제 실력이 늘어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좋아요. 이번 드라마 OST인 「한번의 사랑」도 히트하려고 쓴 건 아니거든요. 드라마 음악은 드라마에 맞게 곡을 쓴 다음 거기에 저를 맞추다보니 ‘어 이게 어떻게 성시경 곡이지’ 하는 의외성을 줄 수 있게 되어 좋은 것 같습니다.
본인이 쓴 곡 중 가장 맘에 드는 곡은.
「끝에」인 것 같습니다. 그 곡도 거의 단번에 써내려간 케이스고, 김광민 선배님이 연주해 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생각했던 그대로 나와 줘서 애착이 갑니다. 선생님은 원래 데모버전은 더 슬펐다고 해주셨습니다.
앨범이 거듭될수록 업 템포 곡이나 고음 파트를 배제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난 좋아」 같은 곡은 제가 부른 것 중 가장 높은 키이긴 한데.(웃음) 군대 갔다 온 후 톤이 두꺼워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알아보니까 굳은살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약간 지쳐있는 건 맞습니다. (목이 혹사되는 걸 느끼고 있느냐고 묻자) 한번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인간 성시경보다 가수 성시경에 저를 맞추다 보니 목은 아프지만 앨범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연말공연이 끝나면 잠깐은 휴식을 취하려고요. 수술도 생각해 봤는데 6개월을 말하면 안 된다고 해서…
원래 마이너 발라드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것이 정상 같은데 성시경의 발라드는 다 메이저다.
마이너는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5집에서「기억을 나눔」이라는 마이너 곡을 만들기도 했는데,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메이저 안에서 느껴지는 그 따뜻함이 좋습니다. 그 테두리 안에서 변화를 주며 작업하는 것을 즐겼는데, 요즘은 마이너 곡 안에서 메이저로 왔다 갔다 하는 느낌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듀엣을 하면 성시경의 노래가 한 발짝 물러나 있는 느낌이 강하다. 일부러 약간 레벨을 낮춘 것 같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제가 빛나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결과물이 어떻듯 즐거웠던 것이 예전에는 음악을 사서 듣던 팬의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부스 안에 있는 박정현씨를 디렉팅한다는 사실이 참.(웃음) 그래서 더 요구하지를 못했어요. 좀 더 타이트하게 작업했으면 더 좋은 곡이 나왔겠지만, 그래도 자연스럽게, 예쁘게 흘러간 것 같아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좋을 텐데」, 「두 사람」 등을 작곡한 윤영준과도 상당히 잘 맞는 듯한 느낌이다. 작업에 있어서 다른 작곡가들과의 차이점이 있는가.
이 형한테는 애초에 곡을 의뢰를 안 해요.(웃음) 앨범 작업한다고 전화를 하면 한 두 달 있다가 그냥 곡을 보내주세요. 그러면 그 곡을 녹음하고. 작업하면서 논의를 많이 하려하는 편입니다. 무엇보다 코러스라인을 만들어나가는 재미가 큰 편이에요. 참고로 이 형, 진짜 특이해요. 동시에 진짜 자기 음악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여태까지 앨범 활동을 하며 자신의 의도가 잘 구현되어 왔는지 알고 싶다.
영향력이 있었던 앨범은 2집이었습니다. 제가 다 섭외했으니까. 3, 4집은 약간 디렉팅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녹음을 하면서도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신경 쓰며 부르다보니 제 색깔을 잃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 때 가사에만 온전히 신경 쓸 수 있어 ‘배우’의 측면으로는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이제는 제가 부르고 수정 받는 편이 제 색깔을 온전히 표현하기에 좋더라고요. 그리고 이젠 같이 작업하는 형들도 별로 터치를 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리고 제가 “야 이것 봐 진짜 끝내주지 않냐?”라는 자기자랑은 못하지만, 남에게 좋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의도한 대로 나오면 신나고, 정말 행복해요. 곡을 쓰고 있지만 그것을 통해서 제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 뮤지션의 음악이 왜 이렇게 가고 있는지, 장점이 무엇인지 살짝 알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걸 알게 되니까 많은 뮤지션들이 한 영역 안에서 그렇게 다양한 결과물을 내놓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고, 또 그 사실이 좋아요. 어떻게 보면 계속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뮤지션이라는 것이니까.
인터뷰 : 임진모, 황선업
사진 : 김반야
편집 : 황선업
글 /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