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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파, 돈, 성공, 마약, 또 마약

위즈 칼리파 - 〈Khali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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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파는 지적되어온 가사 문제에 대해, 전 앨범보다 더 짙어진 연기 냄새로 앞으로도 '최고의 스모커'에 머물 것임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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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니예 웨스트는 이 래퍼와의 트위터 논쟁에서 “내 지인 중에 네 앨범을 통째로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어”라는 독설을 날렸다. 「See you again」으로 빌보드 정상에 12주간 머물렀던 위즈 칼리파지만, 정규작은 싱글과 믹스테잎에 비해 크게 환영받지 못한다. 히트곡 「Black and yellow」 이후 음반은 상업성을 겨냥한 팝 스타일에 가까웠고, 돈과 성공, 마약 찬양에 집중된 가사는 공감과 성찰 거리를 주기 어려웠다.

 

한계점은 이번 앨범에서도 이어진다. 「Bake sale」, 「Most of us」는 기존에 들려줬던 스타일의 곡이고, 마약으로 일관된 주제 역시 칼리파는 이제 약 노래만 한다는 불평을 하게 한다. 대부분의 곡이 떨(Weed)로 이어지는 것은 그가 추구하는 중독적인 무드와 잘 어울리는 소재이기 때문일 테다. 연기가 자욱한 SNS처럼 늘 가까이하고 있기에 다양한 노랫말로 표현하기도 적합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변화를 주지 않고 있기에, 다른 부분에서 부족함을 채워낸다. 흡인력 있는 선율은 위즈 칼리파의 특기 중 하나다. 긴장감 있으면서도 신나는 「Cowboy」, 여성 보컬과 함께 불러 멜로디를 선명히 드러내는 「City view」는 이를 잘 나타낸 트랙이다. 래칫 알앤비처럼 덩어리로 묶어 리듬감을 부여한 랩의 시도는 「Celebrate」에서 적극적으로 표현된다. 둔탁한 드럼 비트를 피아노, 신시사이저와 섞어 중화한 덕분에 트랩의 무게감이 강했던 전작 <Blacc Hollywood>보다 편안하고 차분히 다가온다.

 

노랫말에서는 중간중간 다른 표현을 넣어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비록 자신을 강조하는 것으로 귀결되지만, 다른 이에게 성공을 촉구하거나(「Elevated」), 「BTS」에서는 흑인들에게 진짜 문제거든 이라는 구절로 뜻밖의 진지함도 들려준다.

 

그의 작품마다 함께 해준 단골 피처링 진의 활약도 주목된다. 화음으로 입체적인 소리를 입혀준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 「iSay」로 후반부 흐름에 힘을 더한 쥬시 제이(Juicy J)는 매번 제 몫 이상을 해내는 지원군이다. 아빠의 독특한 웃음소리를 따라 하는 칼리파의 어린 아들 역시 모두에게 소소한 재미를 안겨줬을 게스트다. 이렇듯 자신의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불러온 타일러 갱 식구와의 호흡, 인상적인 후렴은 앞에서의 아쉬움을 상쇄해준다.

 

「See you again」의 대중적인 성공 이후 발매된 <Khalifa>는 대세의 기운을 계속 가져갈 수 있는 기회다. 다만 여전히 한정적인 노랫말은 차트 성적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칼리파는 지적되어온 가사 문제에 대해, 전 앨범보다 더 짙어진 연기 냄새로 앞으로도 '최고의 스모커'에 머물 것임을 선언한다. 마리화나에 대한 진실한 세레나데 「Call waiting」이 은근 매력적인 트랙으로 자리하는 것을 보면 캐릭터를 굳히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스타일의 고수는 상승을 방해하는 단점이 되고 있다. 

 

2016/02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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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아(Sia), '타인을 위한 것'을 '자신을 위한 것'으로(Pusha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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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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