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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리뷰 대전] 우리는 고작 몇 개의 하루만을 살다 갈 뿐

하염 없이 소설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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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야 할 이유가 있어서 소설을 읽는 건 소설을 제대로 읽는 방법이 아니다. 서점에서 일하느라 소설 읽기가 일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끔 직업이나 이유 같은 건 잊게 되기도 한다. 그런 독서를 ‘하염 없이 소설 읽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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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80세까지 인생은 무려 3만여 개의 하루로 이루어져있다. 이건 그냥 산수이다. 사실 우리는 몇 개의 하루만 살다 간다. 알다시피 우리의 매일은 대부분 비슷한 일들로 채워진다. 정말 비슷하지 않은 하루는 가끔 찾아온다. 입학, 졸업, 취업, 결혼, 출산 등을 기념하는 것은 우리가 새로운 하루를 겪는, 일생에 몇 번 없는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돌아보면 우리는 고작 몇 개의 하루만을 살다 간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는 2차 대전 중 소비에트 정부에 의해 강제노동수용소에 수감된 남자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이하 슈호프)의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슈호프는 반역죄를 ‘명목’으로 10년 간 수감되었는데, 작가 솔제니친 역시 반정부활동을 ‘명목’으로 8년 간 강제노동수용소 생활을 했으니 그의 자전적인 경험인 셈이다. 8년이니, 10년이니 하는 기간은 개인의 일생에서 어마어마한 시간이지만, 솔제니친은 단 하루의 이야기로 소설을 마쳤다. 그 안에서 그가 겪었던 것은 단 하나의 하루, 한 가지 패턴의 무한한 반복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에서 슈호프가 겪는 하루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얼굴이 찢어질 것만 같은 추위 속에서 노동해야 하고, 죽 한 그릇 때문에 싸움을 벌이고, 오늘은 어느 작업장에 배치될 지, 영창에 가게 되는 일은 없을 지 전전긍긍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특별할 것 없는 수용소의 평범한, 늘상 반복되는 하루다. 심지어 소설의 마지막에 슈호프는 잠자리에 들어서 “오늘 하루는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하루를 반복하고 있느냐에 따라, 행복과 행운의 기준도 달라진다.

 

이 정도가 운이 좋은 하루라면, 수용소가 어떤 곳인가는 빤한 것이다. 사람들을 그런 수용소로 보내고 있는 체제가 어떤 것인지는 더욱 빤한 것이다. 솔제니친이 슈호프의 어느 평범한 날을 그린 것은 많은 결과를 불러올 수 밖에 없었다. 서구 사회는 (어느 정도는 정치적으로) 솔제니친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겼고, 소련은 그를 ‘反소비에트작가’로 분류하며 작품활동을 금지했다. 사람들은 (솔제니친 때문만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소비에트를 ‘수용소의 삶’과 유사한 이미지로 기억한다. 어떤 하루는 세상의 진로를 슬쩍 바꿔 버린다.

 

인간이 단지 몇 개의 하루를 살아갈 뿐이라면, 어떤 하루를 반복하고 있느냐가 행복과 행운에 대한 감각을 결정한다면, 역사의 진행각도를 살짝 뒤틀 수도 있는 하루가 세상에 존재한다면 우리에게 진정으로 중차대한 사안은 바로 ‘하루’라고 말해도 될 것이다. 우리들의 인생에 슈호프와 같은 불행한 하루가 끼어들어 오지 않고, 세상의 어느 한 구석에라도 납득할 수 없는 하루가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밀어간다는 것은,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열악한 하루를 차례차례 지워나가는 것을 의미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고전이라는 명예의 전당은 지워져야 할 하루를 끊임없이 드러내는 소설들에게 반드시 한 자리를 내주어야 할 지도 모른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가 여전히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밀어나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소설이며, 납득할 수 없는 하루가 존재하는 동안에는 고전의 자리에 오래도록 눌러 앉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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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저/이영의 역 | 민음사
작가가 직접 경험했던 노동수용소 생활의 하루 일상을 세련되고 절제된 필치로 묘사한 작품이다. 평범하고 가련한 이반 데니소비치라는 인물을 통해 지배권력에 의해 죄없이 고통당하는 힘없는 약자에 대한 애정을 보여 주면서, 그러한 약자들을 대변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작가의 소명이고 그러한 예술이야말로 예술의 궁극적 목적임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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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성광

다행히도, 책 읽는 게 점점 더 좋습니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저/<이영의> 역7,200원(10% + 5%)

한 개인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지배권력의 허상을 폭로한 소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솔제니친의 대표작! 작가 솔제니친이 직접 경험했던 노동수용소 생활의 하루 일상을 세련되고 절제된 필치로 묘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평범하고 가련한 이반 데니소비치라는 인물을 통해 지배권력에 의해 죄없이 고통당하는 힘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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