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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뮤지컬 <드라큘라>를 본 자와 안 본 자
뮤지컬 <드라큘라>
김준수 씨 나오는 공연이 왜 그렇게 인기야? 공연이 이어지는 3시간 동안 ‘무대 반, 관객 반’ 본 것 같아. 관객들의 반응이 굉장히 재미있었거든. 객석 반응이 마치 축구장의 함성 같다고 할까? 음향 시설도 좋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천상의 울림을 듣는 것 같았다니까.
뮤지컬 <드라큘라>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지난 1월 23일부터 공연되고 있다. 2014년 국내 초연 이후 2년 만에 마련된 무대. 하지만 단 2주 공연인 데다 3천여 석에 달하는 객석이 일찌감치 매진돼 오랫동안 이 무대를 기다려온 팬이라면 아쉬움이 클 것이다. 물론 이 사태의 주범은 드라큘라 역의 김준수 씨 때문이 아니겠는가. 지난해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된 뮤지컬 <데스노트>에서는 총 57회 차, 약 9만3천 석을 매진으로 몰아가더니, 이번 <드라큘라> 역시 그가 출연하는 공연은 개막 전 티켓 오픈 10분 만에 11회 차 약 3만2천 석을 모두 팔아치웠다. 김준수의 티켓 파워는 어디에 있을까? 이번 <드라큘라> 공연을 관람하지 못해 애가 탄 지인과 나눈 대화를 토대로 김준수 씨의 무대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야기해보겠다.
봤어? : 치사해! 김준수 공연은 꼭 데려가 달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혼자 보고 말이야.
봤지! : 나도 사정사정해서 봤거든? 주말 저녁에 혼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갔다고.
봤어? : 그래서 ‘샤큘’은 어땠어? 끝내주지?
봤지! : 보도 자료에도 ‘샤큘’이라고 적혀 있던데, 왜 그렇게 불러?
봤어? : 동방신기 때 시아준수라고 불렀잖아. ‘시아’를 ‘샤’로 줄여서 ‘샤라큘라’, 여기서 또 줄여서 ‘샤큘’이라고 하지.
봤지! : 오, 김준수 팬이었어? 김준수 씨 나오는 공연이 왜 그렇게 인기야? 공연이 이어지는 3시간 동안 ‘무대 반, 관객 반’ 본 것 같아. 관객들의 반응이 굉장히 재미있었거든. 공연이라는 게 장르마다 객석의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 대중가요 콘서트가 아닌 이상 제 아무리 인기 많은 뮤지컬이라도 이런 형태의 객석 반응은 나올 수가 없는데, 이건 마치 축구장의 함성 같다고 할까? 음향 시설도 좋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천상의 울림을 듣는 것 같았다니까.
봤어? : 그 정도였어? 가수, 특히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출연하는 공연을 보러 가면 새로 유입된 팬들을 볼 수 있지. 기존 뮤지컬 관객이라기보다는 그 가수의 팬들이 많기 때문에 객석 분위기가 다른 건 확실해. 김준수는 이미 팬덤이 확실한 가수인 데다 가수로서의 인기를 넘어 뮤지컬 무대에서도 특별한 존재감을 구축했기 때문에 그런 함성이 나오는 거 아니겠어? 사실 뮤지컬에서 그런 음색은 들어볼 수가 없잖아, 얼마나 독특해!
봤지! : 난 좀 불안불안하던데. 첫공을 봤는데 너무 허스키하니까 저렇게 막공까지 갈 수 있을까 싶더라고.
봤어? : 그렇게 그대로 막공까지 가(웃음). 그 음색이 김준수의 매력 아니겠어?
봤지! : 하지만 너무 쉰 목소리가 나는 데다 바이브레이션도 크니까 보는 나도 좀 힘들어지더라고. 러닝 타임이 3시간이잖아. 특히 성악을 전공한 임혜영 씨(미나 역)와의 듀엣은 확실히 부자연스러웠어. 뮤지컬에서 노래는 대사잖아. 각 장르마다 창법이라는 게 있는 건 그 무대를 가장 잘 구현해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차원에서 뮤지컬 무대에서 김준수의 창법은 독특하기는 하지만 최적화되지는 않았다고 할까?
봤어? : 그럼 김준수가 창법을 바꿔야 해?
봤지! : 아니, 그럼 재미가 없을 것 같아(웃음). 요즘은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니 배우마다 확실히 색깔이 다른 것도 묘미겠지. 게다가 김준수의 창법이나 음색이 흡입력은 강한 것 같아. 묘한 중독성도 있고. ‘Fresh Blood’부터 ‘Loving You Keeps Me Alive’까지 자꾸 찾아들으면서 따라하고 있다니까. 특히 이 작품이 결국은 드라큘라의 시간을 거스른 러브스토리잖아. 400년간 한 여자만 사랑한다는데, 김준수의 음색이 광기어리면서도 더 애절하게 와 닿는 건 있어.
봤어? : 섹시하게 들리기도 하지. 사실 드라큘라는 대대로 섹시함의 대명사잖아? 이 작품은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2004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인데, 2006년에 체코에서 만들어진 <드라큘라>가 국내에서 공연된 적이 있어. 그때 드라큘라가 신성우, 이종혁, 신성록이었다고. 강하고 남성적인, 전형적인 비주얼의 드라큘라라고 할까? 김준수와 더블 캐스팅된 박은석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다소 선이 가는 김준수가 드라큘라와 어울리는 건 음색의 섹시함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머리까지 빨간 색으로 염색하니까 더 섹시하더라고(웃음).
봤지! : 관객들이 다 지금 너 같더라. 섹시한 뱀파이어에게 유혹당해 금방이라도 목덜미를 바칠 것처럼 넋 나간 표정으로 김준수를 바라보더라고(웃음). 나도 김준수의 무대가 계속 궁금한 건 사실이야. 그래도 완급조절은 했으면 좋겠어. 뮤지컬 넘버는 멜로디 라인이 가요와는 다르잖아. 프랭크 와일드혼 음악이라서 더 그런가. 김준수의 허스키한 음색과 바이브레이션이 자칫 도를 넘으면 트로트처럼 들릴 수 있겠더라고. 특히 듀엣 곡에서는 개성보다는 또 다른 ‘하모니’를 들려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앞으로 더 다양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봤어? : 그래, 김준수도 음색과 창법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잖아. 이제 뮤지컬배우 6년차니까 완성이 아니라 여전히 만들어가는 과정 아니겠어? 다음 작품에서의 변화와 발전을 기대해 보자고.
봤지! : 물론이야. 어쨌든 지금 뮤지컬시장의 대세남은 김준수니까! 그나저나 상대역이었던 임혜영 씨가 부럽네. 요즘 가장 주목받는 남자배우들의 상대역은 다 그녀가 하고 있어. 다음에는 임혜영 씨를 인터뷰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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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