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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웰다잉>으로 만나는 반가운 배우 홍희원

세 노인의 자살 여행기를 다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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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사실 배우라는 직업이 작품이 끊기거나 하면 마음이 흔들릴 수 있거든요. 그런 것들에 동요되지 않고 모두와의 사랑 안에서 잘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웰다잉>이 롱런할 수 있도록 관객들이 많은 응원과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고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도달하는 지점은 같을 겁니다. 바로 ‘죽음’이죠. 살다보면 누구나 맞게 되는 죽음일 텐데, 정작 인생의 끝자락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대부분 꺼려합니다. 그런데 연초부터 ‘행복하게 죽자’며 세 노인의 자살 여행기를 다룬 작품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창작산실 시범공연으로 첫선을 보인 뮤지컬 <웰다잉>인데요. 무대에 오르는 새로운 작품들을 유심히 지켜보는 관객이라면 아마도 이 공연에 많은 관심을 가졌을 겁니다. 우선 제목만큼이나 신선한 소재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을 테고, 게다가 뮤지컬 <빨래>로 소시민의 삶을 따뜻하게 담아냈던 추민주 연출이라니 어떤 확신까지 생겼겠죠. 기자는 여기에 하나 더, 바로 이 배우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훤칠한 키에 세련된 외모로 로맨틱 코미디 작품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 배우 홍희원 씨가 이 자살 여행기에 동참했거든요. 그러니까 노인 역으로 말이죠. 괜히 반가운 마음에 공연이 시작되기 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홍희원 씨를 직접 만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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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제 30대 후반에 접어들다 보니 로맨틱 코미디물은 연기할 때 스스로 손발이 오그라들어요(웃음). 이 작품은 대본을 받았을 때 죽음이라는 소재가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했고, 노인 역할이라 더 욕심을 냈던 것 같습니다.” 

 

노인 연기가 쉽지 않죠? 할아버지 치고는 너무 건장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웃음).


“이런 할아버지도 주변에 있을 법 하죠(웃음). 일단 수염을 기르고 전체적으로는 분장의 힘을 빌리고 있습니다. 제가 맡은 ‘구파발’이라는 인물은 궁핍하고, 하루하루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인물인데, 연출님이 무대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구부러진 몸이나 앉고 서는 모습, 손동작만으로도 그 느낌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나름대로 그 모습을 만들다 보니까 공연이 끝나고 나면 어깨가 결리고 무릎이 상당히 아프더라고요. 파스를 붙이고 잡니다(웃음).”

 

이제 노인이 된 초등학교 동창생, 신대방, 남태령, 구파발이 자신의 인생을 특별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동반 자살여행에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웰다잉’이라는 제목에 주제가 담겨 있기는 합니다만 무대에서 무엇을 표현하고 계신가요?


“언젠가부터 웰빙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듯이 잘 살기 위해서는 잘 죽는 것에 대한 마음가짐도 필요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육체적인 죽음을, 누군가는 정신적인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그런 죽음을 맞이할 때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게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일 거예요. 또 미래에 죽음을 맞이할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할까, 가깝게는 부모님 모습도 생각하게 되고요. 그러면서 일상에서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흘려보냈던 것에 대한 소중함도 느끼게 되지 않을까. 맑은 날씨나 상쾌한 공기에 대한 소중함 같은 거요.”

 

창작 초연인데, 담아내고자 했던 것들이 무대 위에서 잘 구현되고 있나요?


“사실 좀 무거운 소재이긴 한데 코믹한 요소를 넣어서 적절한 균형을 맞추고 있죠. 커튼콜 때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저희와 공감하고 있다, 감동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들도 작품 준비하면서 잘 사는 것, 잘 죽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실 것 같아요.


“그렇죠. 저는 올해 결혼 3년차고 한 살 된 아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공연을 끝내고 집에 가면 저도 모르게 아내나 아이에게 더 잘해주는 것 같아요. 한 번 더 안아주거나 한 번 더 눈길을 주거나.”

 

신대방, 남태령, 구파발... 주인공들의 이름이 다 지하철 역명입니다. 아직 공연을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살짝 힌트를 주신다면요.


“이건 작가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극중에서 우리 인생이 지하철의 순환선 같다는 표현을 하는데, 그래서 그런 이름을 은유적으로 사용한 것 같아요. 특히 제가 맡은 ‘구파발’은... 구파발이라고 하면 단어가 주는 어감이 제가 그렇게 불리고 각인시켜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좀 힘들고 고통이나 고뇌 같은 게 느껴져요.”

 

극중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오지만, 지하철 갈아타야 할 때 잘못 타거나 헤매는 것처럼 살면서도 그럴 때가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신중하기 때문에 후회할 행동은 잘 안하는 편이에요. 그런 행동을 하더라도 긍정적이고 뒤끝이 없어서 금방 잊어버리고요. 단순한 건가요(웃음)? 그게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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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형 라이선스 작품보다는 창작 위주로 참여하셨는데, 배우로서 좋은 자질을 많이 갖추신 만큼 관객 입장에서는 좀 아쉽습니다. 인생의 순환선에서 기회가 잘 따라주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나름의 가치관과 소신을 갖고 저에게 더 다가오고 제가 발전할 수 있는 작품을 신중하게 고른 것 같아요. 물론 라이선스 작품들도 오디션을 안 본 건 아니에요.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좋은 작품은 하고 싶죠. 그런데 창작은 부모가 자식을 낳아서 입히고 살 찌워서 한 아이로 키우는 과정 같아요. 초연은 더더욱 그렇고요. 대본을 받았을 때 나로 출발해서 이 인물이 만들어지는 즐거움이 있고, 무대에서 공연됐을 때 더 큰 뿌듯함이 있고, 애정이 남달라지죠. 그 맛에 창작 공연에 더 발을 들이지 않나 싶어요.”

 

기자가 무대 위에서 홍희원 씨를 처음 뵌 것도 7~8년 전인데 모습은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웰다잉>에서 노인 역할도 또 다른 도전이지만,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요?


“너무 바르게 생겼다, 너무 번듯하고 착하게 보인다... 이미지 때문에 안 된 작품들도 많아요.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고도 싶고, 지금까지 야비하거나 악한 역할은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누가 봐도 죽일 놈’ 그런 역은 해보고 싶어요. 어디까지 야비해질 수 있는지(웃음). 제가 가진 이미지를 뛰어넘는 건 앞으로도 풀어야 할 숙제죠. 그래야 더 다양한 역할로 무대에 설 수 있으니까요.”

 

새해 시작과 함께 새로운 작품으로 무대에 서고 계신데, 배우로서 또는 개인적으로 한 해 계획이나 소망이 있다면요?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사실 배우라는 직업이 작품이 끊기거나 하면 마음이 흔들릴 수 있거든요. 그런 것들에 동요되지 않고 모두와의 사랑 안에서 잘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웰다잉>이 롱런할 수 있도록 관객들이 많은 응원과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고요.”

 

바르고 착해 보인다는 이미지 대로 홍희원 씨는 점잖고 정돈된 모습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성격은 밝고 쾌활하다며 카페를 나서면서는 반갑게 악수를 청해왔습니다. 앗, 뭔가 놓친 것 같은 기분. 예전에 분명히 눈에 띄었던 배우, 하지만 살짝 잊고 지낸 배우. 그래서 <웰다잉>으로 다시 만난 홍희원 씨가 궁금했는데, 그를 제대로 알려면 인터뷰가 아니라 그가 출연한 무대를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오랫동안 인터뷰를 해왔지만 배우와 악수를 해보기는 처음이네요. 이번에 노인 역을 잘 소화해내셨으니, 언젠가 악역으로 인터뷰를 하게 될 때는 기자가 먼저 악수를 청해보죠. 뮤지컬 <웰다잉>은 비교적 순조로운 초연 무대를 선보이고 있지만, 아이가 쉽게 성장하지 않듯 다듬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단순히 눈물샘을 자극하는 스토리 전개가 아니라 진정한 ‘웰다잉’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얘기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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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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