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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신과함께-저승편>의 송용진
“제가 창작 초연 흥행의 아이콘이잖아요!”
서울예술단의 2015년 두 번째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저승편>이 7월 1일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열었습니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강직한 저승차사 송용진 씨를 공연이 끝난 뒤 직접 만나봤습니다.
서울예술단의 2015년 두 번째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저승편>이 7월 1일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열었습니다. <신과 함께-저승편>은 만화가 주호민 씨의 웹툰을 무대에 옮긴 작품으로, 사람이 죽으면 49일 동안 7개의 지옥문을 거쳐 최종 사후세계가 결정된다는 설정 하에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삶과 죽음이라는 소재는 기존 서울예술단의 공연과 일맥상통하지만 표현방식으로 따지면 예술단 작품으로는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무대가 아닐까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객원으로 참여한 배우들도 연기적인 영향력은 물론 인기 면에 있어서도 눈에 띕니다. 송용진, 김다현, 정동화 씨가 예술단 단원들과 나란히 저승차사 강림, 저승 국선변호사 진기한, 그리고 망자가 된 김자홍 씨로 각각 무대를 채우고 있는데요.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강직한 저승차사 송용진 씨를 공연이 끝난 뒤 직접 만나봤습니다.
“딸이에요. 효녀인지 공연장 출발하기 딱 한 시간 전에 태어나더라고요(웃음).”
공연을 취재하는 기자치고 송용진 씨를 한두 번 인터뷰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처음 인터뷰할 때는 미혼이었는데, 어느덧 결혼을 하더니 인터뷰 하루 전 아빠가 됐다고 합니다. 당장 팬들에게 받은 선물도 아기 용품들로 바뀌었네요.
“딸을 기다렸는데 정말 감사하죠. 아기가 생겨서 제가 더 철이 들고, 어른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은 행동 하나, 말 한 마디도 조심하게 되고. 언젠가 이 아이가 아빠라는 사람을 알게 됐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더 잘 살아야겠다 싶어요.”
서울예술단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시죠?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작품을 하셨지만, 객원배우로 예술단과 함께 작업하는 데 어려움이나 재밌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사실 전작이 <마마 돈 크라이>라 힘들었고, 계획한 일들이 있어서 공연은 좀 쉬려고 했어요. 그런데 웹툰 보니까 하고 싶더라고요. 예술단과 작업하는 건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저희에게는 생소하지만 예술단 단원들은 객원배우들과 작업하는 게 익숙하잖아요. 객원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아시고, 또래들도 꽤 있어서 좋았어요. 사실 다른 작품에서는 또래 배우를 만나기 쉽지 않거든요, 저도 나이를 먹었는지(웃음). 요즘은 예술단 들어오라고 꼬드기세요. 이제 안정적으로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웃음).”
서울예술단은 이 무대를 가무극이라고 말하잖아요. 그만큼 작품에 춤으로 풀어내는 부분이 많은데, 배우 입장에서는 다른 무대와 달리 흐름이 끊긴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는 않았어요. 우리가 대극장에서 만화적인 연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 이 공연은 소극장에 맞는 작품이거든요. 드라마만 갖고 간다면 이런 대극장에서는 부족하죠. 하지만 무용 팀의 안무 때문에 대극장에 어울리는 공연이 된 것 같아요.”
송용진 씨가 저승차사 강림, 김다현 씨가 저승의 국선 변호사 진기한 역을 맡았습니다. 객석에서 보자면 진기한이 유머 코드도 있고 더 매력적인 배역으로 보입니다.
“저는 웹툰을 보고 무조건 강림을 하겠다고 했어요. 강림 스토리라인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성격도 저와 아주 비슷해요. 툴툴거리기도 하지만 챙겨줄 땐 챙겨주고, 불의를 못 참고, 다혈질이고. 자기보다 센 인물한테도 막 들이대고 그러잖아요. 그런 게 아주 많이 닮아 있어서 이건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술도 있는데, 제가 몸 쓰는 걸 하고 싶었거든요. 이번 기회에 다 해본 것 같아요.”
텍스트가 아니라 만화가 원작이다 보니 캐릭터를 잡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렇죠. 그림은 상징적으로 보여주면 되고 카메라면 줌인으로 당겨주면 되는데 무대다 보니까. 그래서 어쩌면 만화보다 더 만화적으로 표현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삼시세끼>를 잘 보는데, 이서진 씨 캐릭터가 평소에 툴툴거리지만 뒤에서는 자상하고 잘 챙기잖아요. 저도 그렇게 접근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더 멋진 척도 하게 되고. 그런 모습에 관객들이 그렇게 크게 반응할지는 몰랐어요(웃음).”
죽어서 7개의 지옥문을 통과하는 거잖아요. 문득 ‘나도 저승에 가면 저런 심판을 받겠구나’ 싶던데요.
“그런 생각은 많이 했어요. ‘저 기준이라면 나는 하나도 통과 못하겠다, 지옥에서 영영 헤어 나오지 못하겠구나. 잘 살아야겠다.’ 무섭더라고요. 사실 저 같은 경우는 신이나 사후세계에 대해 회의적인 편인데, 이 작품 하면서 생각이 많아졌죠.”
기자는 보통 인터뷰할 배우의 무대를 챙겨보게 되는데, 최근 1년간 송용진 씨를 인터뷰하지 않았는데도 상대역으로 공연장에서 쭉 봐왔습니다. 그만큼 다작을 하셨다는 얘기일 텐데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재작년부터 공연 들어오는 스케줄들이 겹치지 않아서 쉬지 않고 무대에 설 수 있었어요.”
<더 데빌> <셜록 홈즈> <마마 돈 크라이> 등 기존 작품에 비하면 이번 작품에서는 에너지를 좀 덜 쓰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가 3D 전문 배우잖아요,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그런 역할만 엄청 하긴 해요(웃음). 항상 땀에 절어서 진짜 힘든 역할만 하다 그래도 이번에는 대기실에 앉아 있을 시간은 있어요. 아무래도 등퇴장이 있으니까. 그런데도 힘들기는 해요. 왜냐면 경사무대는 서 있는 것 자체가 힘들거든요. 미끄럽고, 경사 자체가 상상을 초월해요. 특히 뒤쪽으로 가면 정말 무서운데 거기서 무술도 해야 하고, 무술만도 숨이 찬데 노래까지 해야 하니까.”
생각해 보니 예술의 전당에서도 꽤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대부분 창작 초연을 많이 하셔서 그렇지 않을까요?
“2003년 <그리스> 이후 처음이니까 예술의 전당 무대는 정말 오랜만이죠. 제가 초연 작품, 뭔가 만들어 가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라이선스 공연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나 즐거움이 있어서 웬만하면 창작 초연하는 걸 선호하죠.”
제작진도 그 능력을 아니까 항상 초연 때면 부르는 거겠죠?
“그런 것 같아요. 제가 했던 창작들이 거의 다 잘됐어요. 그래서 농담 삼아 ‘창작 초연 흥행의 아이콘’이라고 얘기하고 다녀요(웃음). 이번 작품도 만드는 과정에서는 무척 힘들었는데 관객들이 많이 좋아하시니까 감사하죠.”
그런데 배우 외에도 워낙 하시는 일들이 많잖아요. 예전 인터뷰 때 40대 꿈이 영화감독이라고 하셨던 말도 기억이 나는데요.
“그래서 좀 쉬려는 게, 계속 미뤘던 단편 영화를 제작하려고요. 제가 올해 마흔 살이니까 시작하는 거예요. 단편부터 천천히, 제가 연출도 하고, 출연도 하고. 돈이 없으니까 주로 그렇게 하거든요(웃음). 올해 무조건 촬영해서 내년에 영화제에 출품하려고요. <노래 불러주는 남자>라는 뮤지컬을 단편으로 만들어서 작은 공간을 빌려 팬들과 상영회도 하고 싶어요. 저는 음악영화나 뮤지컬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일반 극영화는 꿈도 못 꾸지만, 이건 제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도전하는 거죠. 그리고 올해는 제 솔로 음반 작업도 하려고 해요. 쌓아놓은 곡들은 많은데 발표를 못했어요.”
결혼도 하셨는데, 예전처럼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는 게 가능한가요? 이제 아빠라는 역할도 더해졌는데요.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아요. 아내가 내조를 해주니까 오히려 더 편하게. 그리고 항상 응원해주고 북돋아주니까 용기를 갖고 하게 돼요. 다만 아이를 늦게 낳다 보니까 이 아이가 공연을 볼 때쯤에는 제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겠더라고요. 좀 일찍 낳았으면 아빠가 주인공 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더 자랑스러웠을 텐데, 아이가 공연을 이해할 나이가 되면 저는 작품에서 주인공 하기는 힘든 나이잖아요. 그게 좀 아쉽고 속상해요.”
하반기에도 공연 무대는 아니지만 팬들은 송용진 씨를 다양한 곳에서 볼 수 있겠네요.
“네, 하반기에는 제가 창작열을 갖고 있었으나 못했던 것들을 할 거예요. 영화부터 시작해서 저의 세 번째 뮤지컬 작품도 현실화할 계획이고요. 공연은 연말쯤에 다시 할 것 같아요. 배우도 하나의 창작자이지만 오리지널 창작자로서 새로운 것들을 끊임없이 만들고 싶어요. 어쨌든 제 목표는 종합예술이니까요(웃음). 그 나이에 제일 많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가장 중요한 건 꿈을 잃지 않고, 계속 꿈을 꾸는 거예요. 어떤 것이든 계속 꿈을 꿨으면 좋겠어요.”
꿈은 누구나 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죠. 그래서 꿈인지도 모르고요. 그러고 보면 송용진 씨는 배우로서, 가수로서, 그리고 제작자로서의 꿈을 어떤 형태로든 구현해가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참 열심히, 즐겁게, 그리고 에너지 넘치게 말입니다. 이럴 때면 ‘지난 번 송용진 씨를 인터뷰한 이후 나는 어떻게 살았나?’ 뒤돌아보게 되죠. 불과 1~2년의 시간도 이렇게 후회되는 일이 많은데 우리의 삶 전체를 놓고 보면 어떨까요? 가무극 <신과 함께-저승편>을 보다 보면 훗날 7개의 지옥문 앞에서 나는 얼마나 떳떳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좀 더 사람답게 살아야겠다고 말이죠. 하지만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3D 프린터로 찍어낸 듯 웹툰 속 캐릭터를 빼닮은 송용진, 김다현, 정동화, 그리고 서울예술단 단원들과 화려한 무대 세트, 아름다운 무용이 이승에서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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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윤하정, 공연, 창작가무극, 신과함께, 송용진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