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윤하정의 공연 세상
한국문화재재단이 전통문화복합체험공간 ‘한국의 집’ 페이스북 이용자 456명을 대상으로 지난 12월 2일부터 7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문화공연을 1회 이상 즐긴 응답자는 92%, 1년에 10회 이상 즐긴 사람도 15%로 집계됐다. 자주 접하는 문화공연(중복응답 가능)으로는 73%가 뮤지컬, 65%는 연극, 28%가 클래식 공연이라고 답해 국내 뮤지컬 공연시장의 열기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는데, 그렇다면 새해에는 어떤 작품들이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을까? 주요 공연 제작사들이 발표한 2016년 라인업을 보고 있자니 라이선스에서 창작까지 관객들을 휘어잡을 대작들이 빼곡하다.
여성 파워를 보여줘! - 뮤지컬 <맘마미아!> & <위키드> & <아이다> & <보디가드>
언젠가부터 TV 예능과 영화는 물론 무대까지 편중된 남성 파워. 그래서일까? 여성 중심의 작품이 공연되면 기사에 좀 더 힘을 실어주고 싶은,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마음이 생길 정도다. 다행히도 2016년에는 여배우의 역량을 유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뮤지컬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먼저 2013년 내한공연 이후 3년 만에 다시 무대를 여는 <맘마미아!>가 2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 최정원, 신영숙, 전수경, 홍지민 등 베테랑 여배우들은 물론 소녀시대 서현이 가세해 아바의 히트곡으로 잘 버무려진 재미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볼거리 많은 뮤지컬 <위키드>는 5월 대구에서 포문을 연 뒤 7월 서울 공연을 예고했다. 마녀들의 가창력과 연기력이 유독 돋보이는 작품인 만큼 이번 시즌에는 누가 엘파바와 글린다로 캐스팅될지 기대된다. 11월에는 여성 타이틀 롤의 대표작 <아이다>가 오랜만에 공연을 앞두고 있고, 12월에는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지난 2012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보디가드>가 국내 첫 선을 예고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빼어난 가창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어떤 배우가 주인공을 따낼지 주목된다.
오래 기다렸다! - 창작뮤지컬 <마타하리> & <벤허> & <페스트>
2016년에 첫 선을 보일 창작뮤지컬들은 규모부터 다르다. 제작비에서 제작진, 제작기간, 내용까지 어마어마한 창작 같지 않은 창작 작품들이 쏟아질 예정이다.
첫 타자는 3월에 공연될 <마타하리>. EMK 뮤지컬컴퍼니가 제작비 250억 원을 들여 처음으로 도전한 창작뮤지컬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 스파이로 활약했던 여성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프랭크 와일드혼 등 유명 창작진과 옥주현, 류정한, 엄기준 등 인기 배우들이 총동원됐다. 참으로 오래 기다린 <페스트>는 드디어 7월 공연을 확정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 다름 아닌 서태지의 음악을 넘버로 사용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5년의 준비기간이 어떤 무대를 만들어낼지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한다. <프랑켄슈타인>으로 완성도 높은 창작뮤지컬을 선보인 충무아트홀은 또 다시 왕용범 연출, 이성준 음악감독과 손잡고 8월 <벤허>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영화 속 명장면들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다시 한 번 축배를 들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아직 못 봤다면 챙겨 보자! - 뮤지컬 <드라큘라> & <킹키부츠> & <팬텀> & <몬테크리스토>
이른바 한국화를 거친 대형 라이선스 작품들은 국내 무대에 오를 때마다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2016년에도 안정적인 라이선스 작품들이 잇달아 공연을 앞두고 있다. 아직 관람하지 못한 관객들은 이번 기회에, 이미 봤던 관객들은 새로운 배우들이 전하는 또 다른 매력의 무대를 만나보면 어떨까.
2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드라큘라>는 1월 단 2주간의 무대를 마련하다. 이번에는 김준수 드라큘라를 볼 수 있을까? 출연작마다 매진 기록을 세우고 있는 김준수는 지난 1차 티켓 오픈 때도 출연하는 11회차, 총 3만2천 좌석을 10분 만에 팔아치웠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스위니 토드>는 오는 6월, 국내 초연 9년 만에 다시 공연된다. 이번 시즌에는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의 손을 거쳐, 다음 시즌에는 에이리스트코퍼레이션 공연사업부문 박용호 대표가 자신 만의 제작팀을 꾸려 또 다른 색깔의 <스위니 토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CJ E&M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지난 2014년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로 국내 공연을 선보였던 <킹키부츠>는 오는 9월 다시 무대에 오른다. 재미난 스토리 라인과 신디로퍼의 감각적인 음악으로 성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안정적으로 대극장에 옮긴 화제작. 특히 출연 배우들이 전원 착용하는 80cm의 아찔한 킹키부츠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지난해 국내 초연에 성공한 뮤지컬 <팬텀>과 3년 만에 공연되는 <몬테크리스토>는 11월부터 나란히 연말 무대를 책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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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