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지 마시라니까요!
아무도 묻지 않기에 내가 질문을 한다
독자가 궁금해할 것을 먼저 따져보고, 저자가 답하고 싶을 이야기를 꼽는다. 질문의 순서는 거꾸로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사람 못지않게 당하는 사람도 인터뷰를 하는 의도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이야기다.
“사람은 누구나 착각을 한다. 특히 다른 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무한히 착각한다. 이를테면, 나는 ‘어’라고 썼는데, 누군가는 ‘아’라고 읽지 않을까. 나는 ‘A’를 말한 것인데, 누군가는 ‘A-‘로 이해하지 않을까. 나는 특히 인터뷰를 할 때, 착각하지 않으려고 항상 경계한다. ‘내가 본 책이, 내가 만난 사람 이야기가 모두에게 재밌거나 흥미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래서 잘되지도 않는 객관화를 시도한다. 실패로 끝날 때가 대부분이지만 노력은 한다. 인터뷰 질문지를 만들 때는 내가 궁금한 것의 비중을 가장 적게 두려고 한다. 독자가 궁금해할 것을 먼저 따져보고, 저자가 답하고 싶을 이야기를 꼽는다. 질문의 순서는 거꾸로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사람 못지않게 당하는 사람도 인터뷰를 하는 의도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책 홍보를 열심히 하고 싶기도 할 거다. 반가운 질문을 먼저 해줘야, 불편한 질문도 몇 개 던질 수 있다.”
위 인터뷰는 좋았다고 한다. 두 저자는 무척 솔직했기 때문이라고, J씨는 말했다.
위의 글을 쓴 J씨를 만났다. J씨는 20대 때 소개팅을 나가면, 상대방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지금, 저를 취재하시는 거예요?” J씨는 일상 생활에서도 질문이 꽤 많은 편이다. 아무리 평범한 사람을 만나도 무수한 질문을 쏟아낸다. “정말 그런 게 궁금해?”라는 의문을 갖는 지인들도 종종 있다. ‘직업병’이라고들 하지만, 그냥 성격인 것 같다. 그런 J씨가 요즘 인터뷰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늘 타인들의 이야기만 듣고 있어서인 것 같다. 그래서 물어주기로 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인가요?
불만까지는 아닌데요. 좀 아쉬운 거예요. 인터뷰가 사람과 사람의 만남 아닙니까? 되게 소중한 시간이라고 여기는데, 끝이 안 좋을 때가 종종 있어요. 뭐지? 인터뷰 때는 나를 그렇게 신뢰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교감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짜고짜 기사를 먼저 보여 달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빠집니다.
대단하고 유명한 인터뷰어 분들도 미리 기사를 보여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던데요?
네, 알아요. 뭔가 찜찜하거나 걱정되는 발언이 있을 경우에 그렇죠. 그런데 인터뷰어가 먼저 보여준다는 것과 인터뷰이가 보여달라는 건 좀 다르죠.
최근에 뭔 일이 있으셨어요?
늘 뭔 일은 있습니다만. 녹취본에 빨간 줄을 심히 많이 긋는 인터뷰이를 만나면 마음이 개운치 못합니다. 잘못된 정보가 들어갔을 때는 이해합니다. 고치는 게 당연하고요. 그런데 인터뷰는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는 답변은 멋있는 이야기만 남겨놓으려고 하는 분들이 계세요. 이럴 거면 서면 인터뷰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사건 취재를 하는 매체도 아닌데, 부정적인 이슈를 만드는 매체가 아닌데. 아, 정말 가끔 너무 하다 싶은 분들도 계십니다. 이렇게 다 고치실 거면, 인터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입말이라고 하나요? 사람들이 대개 말 실수를 하잖아요. 인터뷰를 하다 보면 실수로 하게 되는 말이 있는데, 당연히 고치고 싶을 것 같아요.
물론입니다. 이해합니다. 정말로 이해합니다. 지나치게 솔직한 발언, 오해를 살만한 발언, 논란을 갖고 올만한 답변을 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요. 그래도 정도가 있잖아요. 질문도 다 이유가 있고 배경이 있어서 나온 건데, 입맛에 맞는 질문에만 답하고 싶다면 인터뷰를 하지 말아야죠. “인터뷰 해달라 해달라”가 아니라, “해주세요 해주세요”하고 진행하는 경우도 꽤 많단 말이죠.
인터뷰를 당하는 사람이 취해야 할 가장 좋은 태도는 뭘까요?
솔직함입니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느낍니다. 상대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는지, 그냥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쑥 풀어내는지 가요. 인터뷰어보다 머리를 더 굴리면서 답변을 하는 인터뷰이들도 종종 있죠. 뭐 그럴 수 있어요. 인터뷰어들도 다음 질문 짜내느라 딴 생각할 때가 종종 있으니까요. 그런데 조금 서툴고 어눌해도 솔직하게 말하면 상대가 그 마음 다 읽어요.
인터뷰어 한 명에게 좋게 기억되는 것보다 불특정 다수, 즉 독자들에게 멋있는 기사로 좋은 인상을 풍기고 싶은 게 아닐까요?
맞습니다. 정확합니다. 그런데요. 자신이 멋지지 않는데, 멋지게 보이는 게 좋은가요? 전 제가 안 멋진데 누가 멋지다고 하면, 그게 그렇게 썩 기분이 나쁘던데요. 물론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매우 희박하지만요. 그리고 인터뷰어에게 호감을 얻지 못했는데, 좋은 기사가 나올까요? 그렇지 않을 거예요.
호감을 줘야 한다는 표현은 조금 적절치 않은 것 같네요.
그런 것 같네요. 호감을 서로 주고 받는 게 인터뷰는 아니니까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끝인상입니다. 대부분 인터뷰의 분위기는 좋거든요. 누군가 자기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큼 고마운 일이 어딨겠어요? 그런데 사진과 글에 너무나 많은 간섭을 하면, 아. 실망스러운 겁니다. 이걸 모두 이해하고 좋아하는 인터뷰어는 없을 걸요? 다음에는 인터뷰 안 하고 싶을 걸요?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요.
나빴던 인터뷰를 물어볼 수는 없고, 최근에 좋았던 인터뷰라도 말씀해주세요.
인터뷰를 하고 “존중 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표현해주신 소설가 분이 있어요. 이런 후기를 들어서 감동스러웠던 게 아니라, 저도 존중 받는 느낌으로 인터뷰를 했거든요. 제 질문을 하나도 허투루 듣지 않으시고, 정말 진지하게 솔직하게 답변해주신 분이었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문자가 왔어요. “요런 요런 내용이 신경 쓰인다”고요. 멋있게 보이고 싶은 뜻이 아니었어요. 진솔했어요. 아직도 기분 좋은 인터뷰로 기억됩니다. 또 진짜 프로인 분들은 남의 글을 안 건드려요. 조사 하나 잘못 들어갔다고 큰 일 안 생기거든요. 인터뷰는 인터뷰어의 글이라고 인정하는 거예요. 자기 글은 토씨 하나도 고치면 안 된다고 하면서, 남의 질문은 다 빼먹는 인터뷰이들을 보면, 아마추어인 거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때때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멋진 인터뷰이가 아니었는데 기사만 보면 멋진 인터뷰이처럼 보이게 포장을 한 적이 있어요. 반성합니다. 이제부터 포장지를 두른 인터뷰는 안 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이 인터뷰에 얼마만큼 솔직하게 답하셨나요?
코너 제목이 <솔직히 말해서> 아닙니까. 이 코너명을 좋아해요. 솔직하게 말했어요. 정말입니다. 지금 제가 대답하는 내용이 하나도 안 멋지잖아요. 그러니까 솔직하죠.
솔직이 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진짜 의미가 사라진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인터뷰를 당할 저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무례하거나 매너가 없는 인터뷰어에게는 응당 그에 따른 태도를 보여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인터뷰어의 질문도 존중해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인터뷰어가 편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준다고 해도, 수다가 아니라 인터뷰니까요. 조금 더 신중한 태도를 가졌으면 합니다. ‘오프 더 레코드’로 다룰 이야기는 분명히 밝혀주세요. 알아서 편집해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방송인 정선희 씨가 그러더군요. “방송 생리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알아서 편집을 하는 게 맞다”고요. 동의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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