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저 미친 짓?
사랑에도 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니…
사랑이 ‘건강한 사랑’이라는 가정 하에 인간은 누구나 사랑 받는 순간, 그리고 사랑을 주는 순간 아름답고 건강한 존재가 된다. 사랑의 영역에서 사랑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랑을 ‘주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 역시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걸린 정신병을 발견하고 그 병의 근원을 찾아가는 작은 것일지라도 말이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다양한 이상증세를 경험하는데 (물론 좋은 것이 더 많겠지만) 그 중 하나가 “연애를 하다 보면 내가 어떠어떠한 정신병에 걸려있는지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최근 크게 공감한 말이다. 누가 인터넷상에 이런 명언을 써놨는지 모르겠지만 연애를 하다 보면 나의 취약점, 단점들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심지어 이 병의 근원을 찾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여기에 내가 연애를 시작하고 발견한 정신병 몇 가지를 나열한다면 하나는 ‘나는 남자친구가 썰렁한 농담을 하면 절대 웃어주지 않는 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웃어준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이 남자가 어디가서 손가락질을 받지는 않을까 우려하면서 그 농담의 출처는 어디고 본인은 어디를 웃긴 포인트라고 생각하는지를 정말 진지하게 따져 묻기 시작한다.
다른 하나는 '내가 사랑하는 남자의 과거 연애 스토리를 모두 알아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이다. 나는 연애 초반 남자친구에게 첫사랑부터 최근에 만난 이성까지 꼬치꼬치 캐묻는다. 어디서 어떻게 만났고 이름은 무엇인지 어떤 점에 반했고 왜 헤어졌는지 물어본 다음에 가능하다면 SNS를 통해 얼굴까지 확인한다.
또 다른 병은 대학교 시절, 내가 만난 남자친구가 나를 만난 뒤로 매일 일기를 쓴다고 고백했던 시점에 발견했다. 남자친구는 그 일기장을 나를 만난 지 100일째 되는 날 주려고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로맨틱하고 감동적인 이벤트가 나에게는 또 다른 감정을 불러왔다. 나도 몰랐던 나의 정신병 세 번째는 ‘연애 초기, 나에게 열정적으로 구애하는 남자에게는 애정이 식어버린다’는 것이다. 번외편도 많지만 생략하겠다. 그 이후로도 나는 몇 번의 연애를 거듭했고, 연애가 끝나면 내가 가진 또 다른 정신병을 발견하고 자책하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사랑처럼 엄청난 희망과 기대 속에서 시작되었다가 반드시 실패로 끝나고 마는 활동이나 사업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만일 이것이 다른 활동의 경우라면 사람들은 열심히 실패의 원인을 가려내려고 하고 개선의 방법을 찾아내려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이 활동을 포기할 것이다. 사랑의 경우, 포기는 불가능하므로, 사랑이 실패를 극복하는 적절한 방법은 오직 하나뿐인 것 같다. 실패의 원인을 가려내고 사랑의 의미를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그래, 사랑은 그저 미친 짓이다. 항상 서툴고, 실패하고, 좌절하는, 나를 정신병자로 만드는 사랑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당분간 남자는 안 만날 거라는 선언을 했다가도 또 다른 사랑을 갈구하는 나의 이중적인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이런 이상증세들을 몸소 확인하고 나는 “이렇게 연애하다가 시집 가긴 다 글렀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주장하는 연애코칭, 연애기술서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사랑이 ‘건강한 사랑’이라는 가정 하에 인간은 누구나 사랑 받는 순간, 그리고 사랑을 주는 순간 아름답고 건강한 존재가 된다. 사랑의 영역에서 사랑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랑을 ‘주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 역시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걸린 정신병을 발견하고 그 병의 근원을 찾아가는 작은 것일지라도 말이다.
사랑에도 ‘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제목만 보면 상대방의 호감을 얻기 위한 연애 기술들을 알려줄 것 같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전혀 다른 종류의 기술들을(?) 이야기 한다. 『사랑의 기술』은 도입부터 사랑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를 모두 뒤흔들어 놓는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연애의 기술'들이 실려 있는 책들은 대부분 상대방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이나 상대방의 ‘속마음’은 무엇인지 탐구하는 내용이었던 반면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사랑에 대한 가치관, 태도를 바꾸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밀당고수 같은 소개팅 남자의 마음은 무엇일까?’, ‘모든 여자에게 잘 하는 남자친구, 병인가요?’, ‘남자의 집안 분위기 때문에 흔들리는 결혼해야 할까요?’ 등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연애코칭 책보다 더 정확하게 나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다.
프롬은 사람들이 사랑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애쓰지 않아도 당연하게 받아야 하는 것 또는 로또와 같은 우연한 행운, 신이 주는 은총이나 축복처럼 수동적, 피동적으로 사랑이라는 추상에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랑은 소유물도, 흥밋거리도 아닌 '기술'의 문제라는 것. 즉, 계속적으로 훈련되어야 하며, 그것에 대해 온 신경을 다해 집중하고, 그것에 온 삶을 걸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유일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어느덧 겨울이다. 곳곳에 크리스마스 트리도 보인다. 팔짱을 끼고 세트처럼 붙어가는 연인도 보인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외로움과 벗해야 하는가? 사랑받고 싶다면 사랑을 주는 방법을 배워라.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사랑도 기술'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론을 습득하고, 실천하면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 사랑은 분명 미친 짓이지만 그래도 모든 것을 걸만큼 가치 있는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는 사랑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존재니까. “연말에는 모두 사랑하세요~ 기승전 LOVE”
추천책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저/황문수 역 | 문예출판사
사랑을 하려고 애써도 사랑에 실패하는 원인은 사랑에 대한 기술의 미숙성 때문이다. 인간이 사랑을 상실한 것은 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며, 사회 관계와 대인 관계의 빈틈없는 조직화 때문이며, 인간의 본성으로 보아 사랑은 원래 환상이고 허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인의 무의식층에까지 파고들어가 인간의 내면 세계를 분석해 보이면서 인간이 사랑의 능력을 상실하게 된 것은 인간 스스로 참된 자아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혼자의 발견
곽정은 저 | 달
그와 나는 그린라이트일까 아닐까. 모든 연애가 그 작은 상자처럼 명료한 초록색 불빛을 뿜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러하듯 사랑 또한 아름답지만은 않다. 뭉근하고 저릿하고 아리송한 사랑. 이토록 복잡미묘한 사랑과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 관하여 수많은 많은 명언들을 쏟아낸 칼럼니스트 곽정은. 이제는 어엿한 방송인으로서도 그 입지를 단단히 다져온 그녀가 패션지에서 10년간 일하며 만난 1,000여 명의 사람들에 대한 에세이 『내 사람이다』를 펴낸 지 3년 만에 새로운 책을 출간한다.
이토록 매력적인 내가 왜 혼자일까?
임기양 저 | 글담
이 책은 남자 꾀는 비법이나 달달한 연애법을 알려 주지 않는다. 그 대신 때로는 비수 같은 직언으로, 때로는 공감 백배 위로의 말로, 당신의 연애감을 되살려준다.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말하기엔 순수 작전이 먹히지 않는 나이, 굶주려 보이지 않고 세련되게 시작할 수 있도록 당신의 몸을 연애 버전으로 바꿔주는 이 책은 "이토록 매력적인 내가 왜 혼자일까?" 라는 의문 속에서 살고 있는 모든 그녀들에게 현실적인 연애 코칭을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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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타일24 웹진 <스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