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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모노톤즈, 흥미를 자극하며 매끈한 멜로디
더 모노톤즈(The Monotones) < Into The Night >
의심할 여지없는 수작이다. 조선 펑크가 낳은 최고의 기타리스트 차승우와 변화무쌍한 음악 행로를 걷는 베이시스트 박현준의 만남은 기대를 결코 허공으로 날려버리지 않는다.
의심할 여지없는 수작이다. 조선 펑크가 낳은 최고의 기타리스트 차승우와 변화무쌍한 음악 행로를 걷는 베이시스트 박현준의 만남은 (비록 음반 작업 도중 박현준이 탈퇴를 했다만,) 기대를 결코 허공으로 날려버리지 않는다. 멋들어진 개러지 펑크 넘버들이 가득한 이 트랙 리스트에서 버릴 곡은 하나 없다. 블루스와 약간의 사이키델릭 터치가 담긴 너겟츠 시절의 개러지서부터 스투지스를 연상시키는 프로토 펑크, 1980-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 2000년대 개러지 리바이벌을 구사하면서 펑크의 계보에 충실함과 동시에, 리듬 앤 블루스와 로커빌리, 로큰롤의 고전적인 컬러를 사이사이에 끼워 넣으며 밴드는 근사하고도 재미있는 음반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곳곳에 반영된 접근들로부터 재치와 재능이 보인다. 「A」에서의 리드미컬한 기타 리프를 통해서는 레트로 개러지 사운드가 드러나며 「The beat goes on」에서의 빈티지 오르간을 통해서는 얼핏 1960년대 사이키델릭 시기의 로큰롤이 엿보이기도 한다. 이뿐이랴. 슬며시 옛 작법들을 꺼내드는 장면들로부터는 넘치는 장난기와 상당한 내공이 함께 묻어난다. 반려동물의 독백이 담긴 「K군의 어느 하루」에는 비치 보이스의 < Pet Sounds > 컬러가, 그 뒤를 잇는 「Baby you're so cold」에는 「I'm ready for love」의 모타운과 「This charming man」의 스미스를 이용한 절묘한 조합이 놓여있고, 각양의 이펙트와 노이즈로 이룬 콜라주 「Blow up」에는 반세기를 건너온 비틀스의 「Tomorrow never knows」 식 환각 광경이 자리해있다. 「Brown eyed girl」에서 딕 데일 풍의 서프 록이 감지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겠다.
그러나 모노톤즈의, 특히 차승우의 역량은 이보다 더 나아간 지점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음악적 자양분들을 잘 뒤섞어 자신들의 스타일을 구현해내는 데에 이들은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 데다, 그 기저에 매력적인 멜로디들을 심어 접근성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역시 탁월한 면모를 보인다. 재료나 콘셉트의 원천이 제법 오래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이 그저 식상하거나 진부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멀끔한 선율 라인과 캐치한 리프들이 작품 전반에 고도의 소구력을 부여하며, 로 파이의 질감과 널찍한 공간감을 섞은 사운드 톤이 현 세대 사이키델리아의 매혹을 발산한다. 덕분에 「A」, 「The beat goes on」, 「Brown eyed girl」, 「Watchman」은 과거의 냄새를 머금고 있으면서도 깔끔한 모습을 같이 보일 수 있게 됐고, 「Popo」, 「Zero」는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완력을 내뿜음과 함께 미끈한 느낌도 은근히 내보일 수 있게 됐다.
음반의 초반부를 장식하는 훌륭한 개러지 넘버 「A」와 「Beat goes on」, 질주감 넘치는 진행 속에서 수준 이상의 멜로디 감각을 보이는 「Popo」, 리드미컬한 로큰롤 「Watchman」, 복고풍의 편곡이 멋진 「Baby you're so cold」 등의 노래에 하이라이트가 드리워지나, 코러스가 단박에 들어오는 「Glorious day」도, 흥겨운 리듬과 독특한 전개 방식이 인상적인 「Brown eyed girl」도, 다소 루즈하게 뽑아내 선율이 더욱 명확히 드러나는 「Into the night」, 「Winter song」도 실로 좋다. 열세 트랙에 한 시간이 조금 못 되는 러닝 타임의 긴 음반이지만 음반의 열기는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강렬하게 울리는 개러지 튠이 긴장의 끈을 팽팽히 잡아당기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사운드 구성이 흥미를 자극하며 매끈한 멜로디가 높은 흡인력을 자랑한다. 뛰어난 달란트들이 모여 우수한 개러지 펑크 오퍼스들을 쏟아냈다. 앨범은 갈채를 받기에 충분하다.
2015/11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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