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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직, 뛰어난 랩 스킬을 구사
< The Incredible True Story > 로직(Logic)
좋은 앨범을 만들어야 하는 바람직한 압박은 아이러니하게도 랩 실력만 자랑해버린 앨범을 낳았다.
데뷔작 < Under Pressure >이 로직의 출신지인 빈민가 게이더스버그(Gaithersburg)판 < Good Kid, m.A.A.d City >이라는 회의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뛰어난 완성도를 갖춘 앨범임은 분명했다. 게토 출신의 래퍼가 여러 역경을 거쳐 성공에 이르렀다는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과하지 않은 설정을 더해 흥미롭게 풀어낸 앨범은 새로운 래퍼의 등장을 알리는 데에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앨범은 동시에 그의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귀가 짜릿할 정도로 타이트하게 내뱉는 래핑은 때론 피로를 낳기도 했고, 다른 래퍼들의 스타일로부터 자유롭지 못 했다. 데뷔작에서 충분히 들려주었던 개인적인 우수와 래퍼로서의 포부를 얼마나 더 흥미롭게 그려낼 것인지도 그가 짊어진 또 다른 숙제였다.
그가 택한 방안은 우주이다. 전작에도 등장한 인공지능 '탈리아'와 두 명의 우주비행사가 < The Incredible True Story >을 들으며 멸망한 지구를 대체할 행성인 파라다이스를 향하고 있다는, '믿기 힘든' 컨셉을 설정한다. 다행인 것은 이 세 명의 가상인물이 담소를 나누는 장면을 따로 트랙으로 배치하거나, 곡의 끝에 삽입하여 약간은 허무맹랑한 컨셉이 곡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가 얼마나 뛰어난 랩 스킬을 구사하는지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특히 일정한 마디 안에서 음절을 나누는 능력이 뛰어나 가독성이 높은 래핑을 구사한다. 게다가 「Young Jesus」의 둔탁하고 빠른 붐뱁 비트나 「Innermission」의 재지한 비트, 「I am the greatest」의 무겁게 깔리는 트랩 비트 등 다양한 비트들이 혼재함과 이를 모두 소화하는 로직의 포용력이 두드러진다.
이렇게나 우수한 능력을 가진 래퍼가 창조한 앨범에서 여러 가지 약점들이 드러난다.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흡입력을 저하하는 불균형한 트랙 배치다. 앨범의 중후반부에 배치된 루즈한 'City of stars'와 이어지는 불투명한 훅을 가진 「Stainless」, 「Paradise」는 전반부에 배치된 「Fade away」나 「Young Jesus」에 비해 현저히 지루하다. 전작의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던 피로감을 주는 타이트한 래핑의 연속 또한 「Like woah」의 중반부와 같이 드레이크 스타일을 차용함으로써 해결하려 한 듯 보이나 어색하다.
결국엔 파라다이스에 도착하는 마지막 장면이 의도대로 큰 감동을 주려면 앨범을 마지막까지 이끄는 힘이 있었어야 했다. 업그레이드를 꾀한 로직은 < The Incredible True Story >으로 다시 한번 큰 과제를 안는다. 좋은 앨범을 만들어야 하는 바람직한 압박은 아이러니하게도 랩 실력만 자랑해버린 앨범을 낳았다.
2015/11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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