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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유주혜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저도 다른 공연을 보면 ‘나는 잘 살고 있는지, 슬프거나 기쁠 때 왜 그런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거든요. 공연이든 드라마나 영화든 그런 것들을 던져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문화계 전반에 불고 있는 웹툰 열풍에 힘입어 또 하나의 웹툰 원작 뮤지컬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바로 지난 2011년 초연됐던 강도하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인데요. 하지만 이번 작품을 전작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과 기본 설정을 유지했지만, 초연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새로운 작품이라는 설명인데요. 그래서 제목도 <위대한 캣츠비 RE:BOOT>입니다. 하지만 5인조 라이브 밴드와 함께 2시간 넘게 송스루(Sung-Through)로 진행되는 무대는 미련과 집착이 뒤섞인 청춘들의 지독한 사랑 때문인지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다가오지만은 않습니다. 순정파 캣츠비, 다른 남자와 결혼했지만 캣츠비 주변을 맴도는 페르수, 무조건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선,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부르독, 어쩌면 이 모든 어긋난 사랑의 시발점인 하운두. 각각의 인물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그 복잡한 사랑에 대해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배우들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한데요. 선 역을 맡은 배우 유주혜 씨를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서 만나봤습니다.
“생각했던 대로 호불호가 나뉘더라고요. 이 극을 이해하고, 이런 사랑을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관객이 있는 반면에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세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유주혜 씨는 어떤 생각을 했나요?
“저는 인생관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뭐든 ‘어떤 상황이 있겠지, 어떤 입장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대본을 받았을 때도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에 우리가 이해 못 할 이야기도 많잖아요. 또 배우들끼리 처음 테이블 작업할 때는 자기 경험담을 많이 얘기 했어요. 나는 어떤 캐릭터와 상황을 이해 못하지만, 다른 배우들이 ‘나는 그래본 적이 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말하면 설득이 되는 거죠.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구나!”
작품 안에 수많은 모양새의 사랑이 있는데, 그래도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캐릭터가 있다면요?
“공감하기 힘든 캐릭터는 페르수죠. 제 삶이 페르수와는 많이 달라서일 거예요. 저는 남자와의 관계에서 아니다 싶으면 싹을 아예 잘라버리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주변에는 분명히 페르수 같은 친구도 있어요. 페르수도 페르수만의 상처가 있을 테고요.”
그렇다면 실제 캐릭터는 선과 비슷한가요?
“페르수보다는 선이죠(웃음). 선이라는 인물에서는 ‘순수’를 가장 먼저 생각했어요. ‘순진’이라는 단어와는 다르잖아요. 선은 ‘순진’보다는 ‘순수’에 가깝다고 생각했거든요. 선은 처음부터 순정에 죽고 사는 남자를 원한다고 말하잖아요. 세계 일주를 꿈꾸지만 일상에서는 별다른 꿈도 없고, 그녀의 인생에서는 사랑이 모든 것이고, 사랑만 있으면 세상을 살 수 있는 순수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래서 좀 아프죠.”
유주혜 씨도 그런 사랑을 꿈꾸나요?
“저요? 저를 많이 좋아해주고, 다정다감한 남자가 좋아요. 저도 순정파지만, 순정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선이었다면 이런 복잡한 사랑은 처음부터 안 했을 거예요(웃음)”
이 대답에서 어느 정도와 나이와 인생 경험이 느껴지는군요(웃음).
“그렇죠(웃음).”
여러 인물과 사랑이 복잡하게 얽히는데, 등퇴장이 많다 보니 배우 입장에서는 감정선을 유지하기도 힘들고, 특히 이걸 모두 노래로 표현하려니 더 힘들 것 같습니다.
“네, 송스루라 대사나 감정표현을 노래 안에서 움직여야 하니까요. 그래서 연습을 무척 많이 했어요. 장면을 만들 때도 노래와 함께 생각하고, 이 사람의 감정을 전주에서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연출님, 음악감독님도 고민을 많이 하셨죠. 다행히 웹툰이 있어서 그걸 보면서 기본 테이블 작업을 많이 했어요. 인물이나 전후 장면에 대한 정보도 많이 얻었죠.”
웹툰과 무대를 비교하면 어떤가요?
“무대는 웹툰을 압축해야 하니까 개인적으로 좋은 대사나 장면들이 빠져서 아쉽기도 했어요. 반면에 웹툰은 정지된 그림이잖아요. 그걸 이어서 살아 움직이게, 생동감 있게 표현하니까 배우로서는 좀 더 자유롭다고 해야 할까요? 웹툰에서 도움을 얻고, 그걸 다시 새롭게 표현한다는 게 재밌더라고요.”
요즘 드라마 ‘송곳’에도 출연하고 있는데, 무대와는 또 다르죠?
“그렇죠, 사실 저는 조금 밖에 안 나와요(웃음). 하지만 방송은 순간 몰입도가 대단한 것 같아요. 짧으면 1분, 길어야 3분 정도인데 그 순간의 몰입도가 무척 매력 있어요. 또 무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이어가잖아요. 그래서 2시간 30분 동안은 그 인물의 삶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흠뻑 젖었다 나오는 느낌이 있고,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관객들의 리액션도 재미있고 신이 나고요.”
2008년에 데뷔하셨는데, 무대에서 많이 뵙지는 못한 것 같아요.
“조금씩이긴 하지만 계속 무대에 서긴 했어요. 소극장, 앙상블, 대극장 조연도 하고,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3~4년 정도 안 쉬고 했더니 체력적으로나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조금 여유를 갖고 하고 있어요. 지금 제가 29살이라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긴 한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면 다 잊게 되고 재밌거든요.”
인물이 이해되지는 않지만, 배우로서는 페르수 같은 캐릭터도 탐날 듯한데요.
“하고 싶죠. 매력 있어요, 깊이 있고. 그런데 제가 그런 이미지가 안 되다 보니까. 그것 때문에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동안 교복 입는 역할을 무척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선배 언니들이 교복은 입을 수 있을 때까지 입으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게 좋은 거라고(웃음). 저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조금은 순수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선 같은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뮤지컬을 전공했고, 지금껏 무대를 지키고 있는 만큼 앞으로 무대에서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을 텐데요.
“그런 생각을 예전에는 많이 했어요. <시카고>를 예로 든다면 록시 하트를 하다 좀 나이 들어서는 벨마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무대에 선 뒤로는 그런 욕심이 많이 없어졌어요. 그보다는 관객들이 공감하거나 생각할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저도 다른 공연을 보면 ‘나는 잘 살고 있는지, 슬프거나 기쁠 때 왜 그런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거든요. 공연이든 드라마나 영화든 그런 것들을 던져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사랑에 인생의 전부를 걸기도 하는 청춘. 어쩌면 그것도 인생의 한때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공연 초반이기 때문일까요? <위대한 캣츠비>의 등장인물들이 겪고 있을 지독한 사랑의 무게와 형벌과도 같다는 아픔의 깊이가 무대 밖으로는 전달이 잘 되지 않는 편입니다. 앞으로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는 관객들에게 어떤 공감과 생각의 장을 열게 될까요? 그리고 그 안에서 유주혜 씨는 선을 통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을까요? <위대한 캣츠비>는 내년 1월 31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됩니다. 원작인 웹툰을 뛰어넘는, 뮤지컬만의 매력을 선사할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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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