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랑일까? -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보편적인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만든다
<위대한 캣츠비>속 사랑들은 정확하게 그 애매한 경계에 서 있다.
사랑, 그게 뭘까?
만약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을 한다면 백이면 백 다 다른 대답을 할 것이다. 어느 정도 비슷한 답이 나올 수는 있어도, 완벽하게 일치하는 대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사전에 검색하는 뜻이 바로 나오는 다른 단어들처럼 사랑을 한 가지로 정의할 수는 없다. 아마 사랑에 대한 정의는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만큼,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 만큼 사랑은 복잡하고 다양하고 또 어렵다.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에 나오는 사랑 역시 복잡하고 다양하고 어렵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너무 어렵고 너무 모호해서 좀처럼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아무리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지만, 아무리 세상에 수 많은 사랑이 존재한다지만 <위대한 캣츠비> 속 사랑 이야기들은 과연 이것도 사랑일까?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사실 사랑이 뭐다, 라고 정의 내리는 것은 어렵지만 사랑이 아닌 것을 정의하기는 쉽다. 한 끗 차이로 내 사랑이 상대방에게는 부담스러운 집착이 될 수 도, 한 끗 차이로 사랑은 어리석은 미련이 될 수도 있다. <위대한 캣츠비>속 사랑들은 정확하게 그 애매한 경계에 서 있다.
6년차 연인 캣츠비와 페르수는 갑작스러운 페르수의 이별통보로 인해 오래된 연인관계를 정리한다. 하지만 캣츠비는 6년 사귄 자신을 매정하게 떠나고 3일만에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한 페르수를 좀처럼 잊지 못한다. 어느 날 방황하며 힘든 날을 보내던 그에게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선이 찾아오고, 선은 캣츠비의 순수한 모습에 호감을 느낀다. 두 사람은 그렇게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고, 캣츠비도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간다. 그러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캣츠비도, 먼저 그를 떠난 페르수도 6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 페르수는 늘 캣츠비의 주변을 맴돌고, 캣츠비는 현재 연인인 선과 과거 연인인 페르수 사이에서 방황하고 괴로워한다.
<위대한 캣츠비>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는 바로 주인공 캣츠비다. 캣츠비는 앞서 말한 애매한 경계에서 때로는 순수한 사랑을, 때로는 미련한 집착을 보여준다. 그가 가지는 모순적인 면모와, 선과 페르수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은 공감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다. 결국 선과 이별하고 페르수와 재회하는 부분에서는, 예전의 순수한 사랑을 선택하는 순애보적인 느낌을 주는 게 아니라, 미련하고 이기적인 나쁜 남자라는 느낌을 준다. 순수와 미련 사이를 방황하는 캣츠비의 모습은 다소 당혹스럽고 그의 행동은 의아하기만 하다. 그가 어떤 성격을 지닌 캐릭터인지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뮤지컬에서 캣츠비의 대사처럼 사랑은 모양도 색깔도 다 다른 것이다. 그의 사랑에 대해 무조건 손가락질하고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캣츠비의 모습은 보편적인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만든다.
완전히 새로운 작품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웹툰 연재 당시에도 많은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로도 방영된 적이 있다. 4년 전에는 이미 뮤지컬로 제작되어 관객들과 만났다. 이번에 공연되는 <위대한 캣츠비>는 초연과 달리 새로운 제작진과 배우들이 합류하여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 리부트 버전이다. 노래로 극이 전개되는 송스루 방식을 택해 초연보다 좀 더 음악적인 면을 부각시킨다. 많은 넘버들은 배우들의 뛰어난 노래실력과 만나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준다. 좁은 공간을 알차게 활용한 무대연출도 작품의 중심을 잘 잡아준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대사보다는 노래 위주로 극을 이끌어 가다 보니 세세한 감정의 흐름까지는 잡아내지는 못했다. 캐릭터들의 감정은 늘 관객보다 한 발 앞서 가있다. 그들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그 상황 자체에 몰입하기 힘들게 하는 거리감이 존재한다. 다소 산만한 연출도 감정 전달에 방해를 준다. 원작의 스토리를 알지 못하고 작품을 접한 관객들이라면, 빠르게 뒤바뀌는 장면 전환 때문에 전체적인 스토리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 위에 또 다른 이야기가 얹히고 얹혀있는 느낌이다. 반전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세심하고 탄력 있는 연출이 필요할 것 같다.
불편하리만큼 과감하고 대담하게 사랑의 수많은 모습을 보여주는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는, 내년 1월31일까지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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