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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모든 것을 초월한 이들의 이야기
『커플』
그대로 '세기의 커플' 50쌍을 골라 술술 풀어내린 책이다. 실존했던 인물은 물론이고 소설이나 영화 속의 커플까지 망라한다.
1. 오프닝
이마에 팔을 얹고 고단한 잠에 든 사내.
아버지들의 그런 모습은
애틋함에 가까운 슬픔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마를 땅에 대고 엎드린 사람의 자세에선
경건함과 간절함 같은 게 느껴지죠.
입맞춤의 자리가 입술이나 볼이 아니라 이마일 때
거기엔 사랑을 넘어서는 언어들이 깃듭니다.
깊은 존중과 감사, 축복과 긍지, 때로는 위로까지...
그건 어깨를 다독이거나 눈물을 닦아주는 동작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기운이 없고 아픈 기색이면
어머니는 이마를 먼저 짚어보셨는데요.
누군가의 손에 이마를 맡겼을 때
우리는 괜히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마의 크기가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유일까요.
이마, 라는 말.
꾸밈없는 이 정갈한 단어를 이마는 꼭 닮았습니다.
우리 몸의 희고 높고, 둥글고 고요한 자리.
세월이 흐르면 그 동그랗던 이마도 꺼지고
그곳은 시간이 서명을 하는 자리가 되지요.
가을은, 대지의 이마에 제일 먼저 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중에서 『커플』을 다룹니다. 이 책은 세기의 커플 50쌍을 골라 소개하고 있는 책인데요. 실존했던 인물들은 물론이고 소설과 영화 속 커플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담과 이브로 시작해서 영화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 커플까지. 관습과 신분, 성별 등 사랑으로 모든 것을 초월한 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랑'으로 모든 것을 초월한 이들의 이야기
1) 책 소개
문학, 음악, 미술, 역사, 종교 등 각 분야에서 꼭 알아야 할 빛나는 명작, 명인을 더도 말고 딱 50가지만 골라 소개하는 성인을 위한 교양 총서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의 세 번째 권. 독일 게르스텐베르크 출판사의 '게르스텐베르크 비주엘 시리즈 50 클라시커'를 바탕으로 했다.
『커플』은 제목 그대로 '세기의 커플' 50쌍을 골라 술술 풀어내린 책이다. 실존했던 인물은 물론이고 소설이나 영화 속의 커플까지 망라한다. 첫 커플은 성경 속의 아담과 이브고(당연히 그렇겠다), 마지막 커플은 영화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 커플이다.
어떻게 50쌍을 골라냈을까? 목차에 실린 면면을 보자면, 평범한 커플들은 애초에 없다. 관습을 뛰어넘는 사랑, 주변 사람들까지 태워버릴 것 같은 뜨거운 사랑으로 당대는 물론 지금까지 '구설수'에 오르기 충분한 이들이다.
이를테면, 수도사 아벨라르와 수녀 엘로이즈 - 비극적 사랑의 대명사 줄리엣과 로미오 -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 괴테와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 - 최고의 지식인 커플이자 최고로 묘한 사이인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 사랑을 위해 왕관을 내놓은 에드워드 8세와 심프슨 부인 - 아름다운 남자들의 사랑 오스카 와일드와 앨프레드 더글러스 경...
300컷의 화보, 압축적으로 풀어내린 쉽고 재미있는 글이 정열적인 사랑의 천태만상을 가볍지 않게 포장했다.
2) 저자 : 바르바라 지히터만
독일 에어푸르트에서 태어나 킬에서 성장했다. 연극학교를 다녔으며, 보쿰과 도르트문트에서 연극 활동을 했다. 베를린으로 거처를 옮긴 후 대학에서 사회학과 경제학 공부를 했다. 프리랜서 언론으로 <차이트>지에 고정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 141-142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스톤 다이어리
캐럴 실즈 저/한기찬 역 | 비채 | 원제 : The Stone Diaries
'책, 임자를 만나다' 다음 시간에서는 한 여인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이야기를 파노라마 사진을 펼쳐보듯 전하는 소설 『스톤 다이어리』를 다룹니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 캐롤 쉴즈의 퓰리처상 수상작인 이 작품에 ‘뉴욕타임즈'는 “우리에게 문학이 중요한 이유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명작”이라는 극찬을 남겼는데요. 우리에게 문학이, 그리고 하나 더해 빨간책방이 필요한 이유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커플바르바라 지히터만 저/ 박의춘 역 | 해냄
자칫 흥미위주의 가벼운 책이 될 운명을 거부하고 나름대로 성실한 조사와 자료들을 내세웠다. 재미없을 수가 없는 내용들이다. 하나였던 인간이 둘이 되면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사랑이란 남과여의 아름답고 따듯한 관계라는 편견은 버리자. 저자는 각 커플들의 내적인 관계, 외적인 관계에 대해 나름대로 냉철하게 항목을 나누어 점수까지 매겼지만 결국 객관적인 평가라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듯.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